2025 < 당신 옆의 공익활동> 은 상반기 동안 공익활동의 다양한 의제를 통해 커뮤니티 모임을 기획하고 준비해 활동했습니다.
특히 6월~7월 동안 각 모임 별 11개의 정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커뮤니티를 경험하고 연대하며 느꼈던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책제형 : 인간-인공지능 정책(Human-AI Policy)연구팀
모임 운영 기간 : 6월 13일 ~ 7월 26일 (총 4회 차 모임)
후기 작성작 : 김홍민 공모원
올해 상반기, 저는 여러 고민을 안고 HAP 팀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AI 전환이라는 단어는 이제 너무 익숙하지만, 그 단어가 말하는 변화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기술이 빨라지고 있다는 뜻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라잡을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누군가는 너무 멀리 앞서가고, 누군가는 영영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뜻하기도 합니다.
HAP 팀의 정책 제안 활동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가능성과 위협을 동시에 품고 있고, 우리는 그 이중성을 감당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질문을 품은 채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우리가 도달한 하나의 큰 방향은 ‘AI ON & OFF 전략’이었습니다. 기술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도,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아닌, 빛과 그늘을 함께 바라보며 설계된 균형의 언어였지요.
이번 활동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시민공익의제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매년 시민 투표로 선정된 10개의 공익 의제 중, 우리가 다룬 주제는 ‘디지털 격차와 접근성’이었습니다.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는 환상은 현실에서 늘 격차를 남기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두 차례에 걸친 컨설팅 미팅입니다. 첫 번째는 LAB2050 윤형중 대표님, 두 번째는 SCE 코리아 손학 대표님과의 만남이었는데요. 그 만남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정책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준 시간이었습니다.
윤형중 대표님은 ‘정책이란 기술적 설명이 아니라 사람을 설득하는 언어’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단지 자료를 잘 모으고 보고서를 잘 작성하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이 누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사람의 언어로 전달하는 감각이라는 말씀이 깊이 남았습니다.
손학 대표님은 접근성과 포용성이라는 가치를 기술과 연결시키는 관점을 나눠주셨습니다. 장애인의 정보 접근, 표준화의 필요성,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관계자의 구조적 참여를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는 점은 저희의 정책 제안 내용에 굉장히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컨설팅이라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진짜 고민을 마주한 사람들끼리의 대화였다는 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조언을 해주신 두 분도, 우리 팀도,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공통된 마음을 갖고 있었고, 그 마음이 대화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우리는 ‘AI ON & OFF 정책’이라는 프레임으로 본격적인 정책 초안을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AI ON은 기술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위한 역량 강화와 책임의 내재화를 의미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공급자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 의무 교육화’입니다.
우리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기술의 윤리, 감수성, 공정성을 내면화하지 않는 한, 사용자가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AI Act는 이 같은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하고 있고, 우리는 이 모델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교육의 내용은 데이터 다양성, 알고리즘의 설명가능성, 인간 개입의 원칙, 이해관계자의 참여 등 기술의 생애주기를 윤리적으로 감싸는 기준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반면 AI OFF는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고, 기술에 대한 사회의 숙의와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특히 AI 교과서 논란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한 번의 결정이 교육, 행정, 복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사전적인 영향 평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기술영향평가 체계를 넘어서, 상시적이고 다층적인 평가를 담당할 AI 사회영향평가위원회의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 절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감시자이자 통역자 역할을 하는 새로운 거버넌스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책 제안 중 하나가 바로 AI 옵트 아웃(opt-out)과 휴먼 폴백(human fallback) 제도였습니다. AI가 일상화된 사회에서조차, 사람은 언제든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대체 서비스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질적으로 동등한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담았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매주 모여 토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때론 말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고민하고 멈춰섰던 그 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였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HAP의 정책 발표회 자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 팀과 시민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듣고, 질문하고, 고민했던 시간은 시민이 시민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제가 쓴 문장이 누군가의 질문을 만들고, 또 그 질문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던 그 순간들. 작은 공론장이 지닌 진심의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팀원들과 나눈 수많은 대화, 문장 하나하나를 두고 벌인 긴 토론, 어느 날 밤 갑자기 “이건 우리가 꼭 넣어야 해”라며 눈을 빛내던 팀원의 얼굴.
돌아보면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이 정책은 사람의 체온을 가진 제안서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신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두 분의 컨설턴트, 그리고 저와 함께 호흡하며 가장 따뜻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주었던 HAP 팀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술은 계속 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도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사람의 언어로 기술을 말하고, 사람의 감각으로 정책을 짓는 작업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그 시작을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모임은 제게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HAP 정책 발표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