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공익활동, 삼각지 강연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생생한 강연 후기를 전달합니다. <다섯 번째 공익활동> - 주제: SNS 디엠 말고 만나서 얘기해! - 공동체, 연결, 사람을 남기는 사람
- 연사 : 정지우 변호사, 작가
- 후기 작성자: 황지영(취업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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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크고 작은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았다. 사람을 싫어한 건 아니지만, 연결되려고 애쓰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다 30대에 들어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모여서 단편 영화를 함께 본 뒤, 그 자리에서 오픈채팅방에 접속해 익명으로 대화하는 방식이다. 혼자 영화를 보며 위로받은 순간도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감상을 공유하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다만 실제로 참여자들에게 도움이 될지, 또 안정적으로 운영될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쯤 ‘퇴근길 공익활동’ 강연을 알게 되었고, 답을 얻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다.
강연 오프닝을 하고 있다.
‘SNS 디엠 말고 만나서 얘기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한 변호사이자 작가인 정지우님은 자신을 ‘엄청난 공익 활동가가 아니라, 동네에서 소소하게 아기 키우는 아빠’라고 소개했다. 신간 <사람을 남기는 사람>에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와 그 책 속에서 언급된 <행복탐구보고서>와 <프렌즈> 내용을 중심으로 강연이 이어졌다. 강연의 절반은 질의응답으로 채워졌는데, 작가님이 인생에서 관계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 결핍 때문에 책까지 쓰게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관계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공유하자는 말이 좋았다.
강연을 진행 중인 정지우 작가
강연의 화두는 ‘느슨한 연대와 가까운 관계’였다. 서로에게 거리를 둔 채 알고 지내는 느슨한 관계도 필요하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조금 더 집중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바쁜 일상에서 상대방에게 시간을 쓰려는 용기와 의지, 그것이 곧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울렸다. 또한 공익활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이 친구를 주말에 집으로 초대해 엄마들에게 자유시간을 만들어주거나, 글쓰기 모임에서 누군가 책이 나왔을 때 응원하는 마음으로 추천서를 써주는 등, 일상에서 작은 오아시스를 넓히는 일이라는 메시지도 기억에 남는다.
집중해서 강연을 듣고 있다.
강연을 듣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중요한 건 내가 오늘 믿는 작은 행동을 실천해 보라는 말에 용기가 생겼다. 커뮤니티를 만들 당시엔 고립은둔청년들의 마음의 빗장을 어떻게 열까 고민했지만, 이제는 꼭 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다. 서로의 빗장을 그대로 둔 채, 시간을 내어 즐거운 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눈 시간이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 되었길 바라본다. 확신할 순 없지만, 좋은 관계란 아마도 이런 순간들을 조금씩 쌓아가며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다양한 질문들과 나눔이 오고 갔던 질의응답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