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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 후기] 2025 서울공익활동 박람회 오프닝 강연회 : '상상'하고 '시도'하는 힘

작성자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등록일 2025-07-08 조회수 318
모집기간 -

2025 서울공익활동 박람회 
오프닝 강연회 : ‘상상’하고 ‘시도’하는 힘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6월 20일과 21일 양일 간 ‘나만의 공익활동 보물찾기 in 삼각지’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 공익활동 박람회를 개최했습니다. 총 2,325명이 참여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번 박람회는 시민들이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 일상 속 공익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생활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17개의 공익활동 단체가 참여하여 27개의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행사 첫째 날인 20일에는 박람회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강연회가 센터 내 모이다(다목적홀)에서 열렸습니다. 박승배 센터장은 환영사를 통해 “공익활동의 실천적 요소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상상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박람회 개최 의미를 전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유일영 전략사업팀장은 ‘공익활동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핵심 질문으로 강연회의 포문을 열였고,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강연과 인사이트 토크에서는 ‘상상’과 ‘시도’라는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1. 상상이라는 보물을 찾아

 

첫 번째 강연자인 서현선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 한국어판 편집장은 “사회변화를 듣고 사회혁신 지식을 읽고 짓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SSIR에는 사회를 더 나은 것으로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선 SSIR 한국어판 편집장

 

서 편집장은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는 세 가지 사례로 1) 일본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후토코’가 늘어나자 ‘학교에 가기 힘든 날은 영화관에 가자’는 슬로건으로 운영한 ‘우에다 아이 시네마 클럽’, 2) 브라질 리우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망하면서 아름다움을 창작하는 과정으로 변모시킨 ‘자르딤 그라마초’, 3) 기금을 모두 소진하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을 설립 목표로 삼아 조금 더 정의롭고 진짜 변화를 만드는 선택을 한 ‘코러스재단’을 소개했습니다.

 

“이 사례들은 가장 최신이거나, 가장 혁신적이거나,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들”이라고 서 편집장은 설명했습니다. 시대와 상황, 그 사회는 각자의 맥락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사례를 시도한 사람들이 타인을 어떤 식으로 대하고 바라보는가를 상상하게 해주고,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장면들을 만들어 냈음을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강연을 맡은 공공캠페이너 젤리장은 우리의 상상력이 어떻게 거리로 나오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에 집중하지만 제도가 바뀌는 데에는 너무 긴 시간이 듭니다. 그렇다면 그 공백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젤리장의 활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버스정류장의 많은 인파를 보며 바닥에 스티커를 붙인 것이 젤리장의 첫 시도였습니다. 

 

젤리장 공공 캠페이너

 

그는 제도가 보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적 공백을 채우는 것은 소통과 관계이며, 그 과정에서 거리의 이웃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공공캠페이너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지역의 주민들이 캠페인의 주인공이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이 캠페이너가 할 일이라는 것이죠. 경의선숲길 공원의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 문제와 쓰레기로 위협받는 아이들의 공간을 지켜내기 위해, 젤리장은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습니다. 그것을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에 집중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잠재적 실천가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사람들을 만나러 왔다는 젤리장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상상력을 펼치는 공익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시민 참여를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즐겁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강연은 정경훈 오늘의행동 대표가 맡았습니다. 그는 왜 세상은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는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일상에서의 실천’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문제와 삶이 괴리되어,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사람의 변화를 놓친 게 아니냐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가 질문보다 답을 먼저 제시하는 관성 때문에, 시민들은 문제 해결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다는 지적은 깊은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사회문제는 활동가나 전문가가 해결해야 한다는 편견이 시민들로 하여금 직접 행동 대신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이죠.

 

정경훈 오늘의행동 대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사례도 인상적입니다. 세상의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크고,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는 냉소주의에 빠지기 쉽지만 툰베리는 말합니다. “개인의 활동은 쓸모가 없지만 의견을 형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요. 그것이 변화의 동력이라고요.

 

‘오늘의행동’은 이러한 일상적 실천에 쉽게 다가가도록 다양한 행동도구를 개발하고 제안합니다. 이웃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버리는 쓰레기봉투, 낯선 이웃에게 감사 메시지를 남기는 공유 스티커,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누는 연결고리 등 당장 나의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실천들이죠.

 

정 대표는 이러한 행동도구들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100명이 행동하면 100가지 해결책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의 작은 행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창의적인 해결방법이 되고, 영감과 격려가 될 수 있으니까요.

 

2. 시도하는 우리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인사이트 토크에서는 강연자와 참가자들 간에 많은 질문과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Q. 어디서 영감과 용기를 얻어서 지금의 일을 시도하게 되었나요?

 

젤리장 : 내가 불편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뜻이 맞는 여러 동료들을 모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하게 됐네요.

정경훈 :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바라고 있잖아요. 그걸 일로 풀어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는 게 너무 즐거운 일이었죠, 내 주변에서 저런 일들이 정말로 벌어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멋져질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서현선 : 20대에 미국의 홈리스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 살았어요. 그때 사회적 문제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죠. 연결되는 세상을 향한 가능성을 깨달았던 것이 활동의 동력이 됐습니다.

 

Q.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정경훈 :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 일상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게 더 중요해요. 사회 문제를 바로 나의 문제라고 여기기가 어렵잖아요. 부담감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고 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보세요.

 

Q. 개인이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할 때, 공공 영역에서 무언가를 시도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젤리장 : 허가 없이 진행된 프로젝트들인데, 이런 캠페인을 게릴라 캠페인이라고 해요, 대담함이 필요하긴 하죠. 지혜도 필요하고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이 활동이 누군가에게 해가 되진 않는지 잘 살펴봐야 하거든요.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나의 만족을 위해 공공장소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Q. 그룹 단위로 활동하면서 문제를 진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젤리장님과 정경훈 대표님께 궁금하고요, 외국 사례를 한국에 알리는 서현선 편집장님만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서현선 : 저는 활동가라는 생각이 더 큰데요, 그래서 이 주제를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두 번째로는 깊이 있는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따져요. 행동하느라 깊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죠. 생각을 넓혀주는 지식인지를 중요한 잣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한국의 현장에서 유효한 지식이 될 만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정경훈 : 다양한 사회 문제를 개인이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때문에, 오늘의행동이 전문가 그룹은 아니에요. 이전에 비영리활동을 할 때는 ‘이 이슈를 어떻게 단체 활동으로 풀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일상에서 개인의 소소한 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그런 사람들이 연결되고 행동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는 것입니다.  

젤리장 : 문제 현장에 들어가기 보다는 지역에 들어가서 그곳의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고자 해요. 내가 생각하는 현장의 문제와 그들이 생각하는 문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장의 목소리가 전문성으로 더 인정받을 필요가 있어요. 나는 그저 캠페이너일 뿐이고, 현장의 주민들이 전문가라고 생각해야 협업이 잘 됩니다.

 

Q. 공공기관과 협업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함께 일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정경훈 : 과거에 단전 단수나 최저 생계비 이슈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협조해서 일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보통 시민들의 공감대에 기반한 요구들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정부가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그 요구들이 거리든 어딘가에서 표출이 되어야 합니다.

젤리장 : 지자체나 기업들은 보통 문제를 규정한 뒤에 이 안에서만 움직여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역할은 그런 프레임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재정의하는 저의 우선순위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주체들을 만나면 일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시민의 역량을 믿어줘야 해요.

서현선 : 보통 변화의 끝단에는 정부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으면 정부가 움직여도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기도 해요. 문제를 드러내주는 사람들의 행동과 그것을 확산시킬 수 있는 미디어가 중요하지만, 또한 그것을 데이터화하고 지식화, 이론화해주는 사람들의 역할도 필요해요. 문제가 복잡할수록 하나 하나의 제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Q. 일하는 게 늘 즐겁지만은 않을텐데, 일할 때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꿈과 계획도.

 

정경훈 : 저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오늘의행동’을 설립한 것도 나만의 행동을 만들어 나가면 행복할 것 같아서였거든요. 그게 나다울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 고민 중이고요, 여러분들도 그럴 수 있길 바랍니다.

젤리장 :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아요. 목소리를 모으듯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현선 : 크게 세 가지를 얘기하고 싶어요. 친구를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체력을 키우고, 내가 하는 일이 멋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음미하기.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멋진 사례들이 바깥으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김민준 매니저

사진. 김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