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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공익활동박람회 후기 ②] 나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자리로

작성자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등록일 2026-10-12 조회수 129
모집기간 -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다른 사람의 자리로

공지순례에서 만난 돌봄과 접근성

 

9월 11일과 12일 열린 2026 서울공익활동박람회에서 

시민들은 삼각지 곳곳을 오가는 ‘공지순례’를 통해 서로 다른 공익활동을 만났다.

수리하고 다시 쓰는 경험이 버려질 것의 다음을 생각하게 했다면,

또 다른 자리에서는 시선이 사람의 마음으로 향했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된 질문은 조금씩 다른 사람의 삶과 자리로 넓어졌다.

 

“마음도 잠깐 맡겨둘 수 있나요?”

혼자였던 감정을 함께 바라보는 법

 

박람회에는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는 자리도 있었다.

외로움보관소에 들어간 사람들은 조금 조용해졌다.

‘나는 어떤 순간에 외로운가.’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종이를 앞에 두면 한참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누군가는 금세 적었고, 누군가는 오래 펜을 들고 있었다.

외로움보관소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외로움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었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보편적인 감정이고, 때로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감정이라는 것.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 잠시 내려놓듯,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감정도 밖으로 꺼내 잠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외롭다는 생각은 했는데, ‘어떤 외로움이지?’라고 생각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이름붙이지 못했던 마음에 이름이 생기는 순간, 혼자 견뎌야 했던 감정도 조금 달라진다.

 

‘어떤 나라도 사랑해’에서는 또 다른 마음들이 모였다.

‘우울할 때 나는 무엇을 하는지’를 적어 붙이며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읽었다.

누군가의 상실에서 시작된 활동은 이제 살아가는 힘이 필요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와도 된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때로는 긴 위로보다 짧은 한마디가 필요한 날도 있다.

신이어상담소에서는 고민을 적고 할머니의 조언을 뽑았다.

누군가는 따뜻한 말을, 누군가는 꽤 매운맛의 답을 받아들고 

“생각보다 촌철살인이네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조금 떨어진 문장채집소에서는 사람들이 책장을 넘겼다.

공동체와 함께하는 법, 타인에게 응답하고 연대하는 법, 나와 주변을 돌보는 법, 

다른 존재와 공존하는 법, 소유를 넘어 공유하고 행동으로 변화를 만드는 법. 

그런 결을 가진 책들에서 시민들은 마음에 들어온 문장을 골라 노트에 옮겼다.

먼저 다녀간 사람이 남긴 문장을 읽기도 하고, 준비된 문장 가운데 하나를 스탬프로 찍어 가져가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써놓은 문장을 읽는 게 생각보다 좋네요. 

모르는 사람인데도 ‘아, 이 사람은 여기서 마음이 멈췄구나’ 하는 게 보이는 것 같아요.”

 
마음에 머문 문장을 골라 기록하는 문장채집소

사람들이 특히 많이 가져간 문장 가운데에는 

사랑이 품위 있는 사회를 지탱하는 감정의 뿌리라는 마사 누스바움의 문장도 있었다.

왜 하필 그 문장에 사람들의 손이 오래 머물렀을까. 

우리가 가슴속에 하나씩 채집해 간 문장은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당장 많은 것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시선을 조금 바꾸고, 

그 시선이 다음 사람을 향하게 한다면 변화는 어쩌면 그렇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익활동이 세상을 향한 일이라면, 그 세상에는 언제나 나의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나를 돌보는 일과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박람회장 곳곳에서는 그처럼 익숙한 나의 세계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갔는데요”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

 

공익활동의 시작이 시선을 조금 옮겨보는 일이라면, 

박람회의 접근성 프로그램들은 그 말을 몸으로 경험하게 했다.

점-선-면 프로젝트에서 시민들은 안대를 쓰고 흰 지팡이를 짚었다.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걸었던 길이 갑자기 낯설어진다.

점형블록에서는 멈추고, 선형블록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을 옮긴다.

“무서워요.”

“길이 어디인지 생각보다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제가 사는 동네에는 이런 길이 잘 안 보이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요?”

길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자전거와 킥보드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길을 잃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체험이 끝났다고 그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번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바라본 풍경은 이전과 완전히 같아지기 어렵다.

 

계단뿌셔클럽 원데이클럽에 참여한 시민들은 아예 거리로 나갔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약국, 식당, 카페, 편의점을 살피며 계단이 있는지, 

출입구는 어떤지, 엘리베이터는 있는지 기록했다.

평소라면 ‘들어갈까 말까’만 생각했던 가게 앞에서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했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을까?’

두 시간 동안 모인 접근성 정보는 모두 133곳.

“이 동네에 사는데 이렇게 계단이 많은 줄 몰랐어요. 직접 찾아보니까 왜 이런 정보가 필요한지 알겠어요.”

아무 생각 없이 오르던 한 칸의 계단이 누군가에게는 가게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

 

접근성은 거창한 배려 이전에, 

내게 당연했던 세상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한지 한번 물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함께하길’에서는 그 질문에 아이들의 손도 보태졌다.

기증받은 레고 블록에 이름과 응원의 말을 적고 하나씩 조립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알록달록한 경사로는 실제 휠체어와 유아차가 오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장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블록놀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자신이 끼운 작은 블록 하나가 언젠가 모르는 누군가의 한 걸음을 편하게 만든다.

‘함께 걷는 길’은 정말 그렇게 한 조각씩 만들어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

 

토요일 오후, 희희랑독 입체낭독극 공연장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시각장애인 남편의 손을 잡고 온 아내가 있었고, 

시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온 아들도 있었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도 자리를 채웠다.

입구에서 받은 안대를 쓰자 공연장은 모두에게 같은 어둠이 되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눈 대신 다른 감각으로 이야기를 만났다.

소리가 공간을 만들고, 향기가 장면을 바꾸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과 입안의 맛이 이야기의 일부가 됐다.

눈으로 ‘보는’ 공연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는 낯선 방식이었지만, 곧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저시력 어린이는 공연이 끝난 뒤 말했다.

“진짜 이야기 속 장면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생생했어요.”

시각장애가 있는 어르신은 “뜻깊은 공연이었다”며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안대를 쓰고 다양한 감각으로 만나는 입체낭독극

누군가를 위해 접근성을 더하는 일이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즐거움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다른 조건을 상상하면서 만든 방식이 모두에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경험을 선물할 수도 있다.

강연 현장에 문자통역이 함께하고,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이라는 일을 처음 알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수어통역은 알고 있었는데 문자통역사는 처음 알았어요.”

‘몰랐다’는 한마디는 작지만 중요하다.

알지 못했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가 생각하는 ‘모두’의 범위도 조금 넓어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함께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은 결국 사람을 하나의 방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들어오는 문을 더 많이 만드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바라보기 시작하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변화는 공연장과 보도블록에서 끝나지 않았다.

늘 걷던 거리의 쓰레기부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까지.

관심을 두는 순간, 익숙했던 풍경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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