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니 유튜브에 육아와 관련된 영상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요즘은 아이의 뇌 발달, 학습 능력 향상에 대한 영상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영상들의 핵심은 연령입니다. 예를 들면, 0세~3세까지 뇌 발달의 황금기로서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4세~7세는 무엇이 중요하니 절대로 놓치지 말아라! 라는 영상들이 자주 나옵니다.
이 영상들이 전달하는 핵심은 한 가지입니다. ‘공부’하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죠. 비록 저는 뇌과학 전문가도 아니고, 의학 전문가도 아니지만... 뇌의 역할을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뇌의 기능에 대하여 찾아보면 뇌는 몸의 균형 유지하는 균형 유지능력, 운동능력, 숨쉬기, 안구운동, 감각 인식과 해석, 언어 전달, 호르몬, 건강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뇌의 수많은 역할 중에서 우리가 공부와 학습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교육제도의 변화와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우리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정책은 거시적인 관점(예: 정책, 제도 등)을 중심으로 기획 및 운영되었기 때문에 학습자의 특성, 수준을 고려한 접근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 연구자들은 교육 정책, 제도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교육과 뇌, 인지발달을 하나로 묶어서 연구하는 접근법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뇌 기반 학습 과학(Brain-based learning science), 교육신경과학(Educational neruoscinece), 신경교육학(Neuro-education) 등이 등장하게 되었죠.
지난번 아카이빙(조기교육 열풍 괜찮을까?)에서 다루었지만, 조기 교육 열풍이 더욱 증가하면서 우리 자녀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부모님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맹모삼지구독(孟母三遷之購讀)이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여기서 구독은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채널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현상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고, 연산하는 능력, 외국어 능력, 예체능 소양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초학습능력 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까요? 언론들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수업이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코로나19도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매우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초학습능력 저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이죠.
<연합뉴스: 코로나 탓만은 아냐…"기초학력 저하 2010년대 중반부터 심화“>
<이광현(2021). 기초학력 저하 원인에 대한 가설 분석과 기초학력 향상 방안>
그래서 이번 글은 기초학습능력 저하의 문제점과 논쟁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초학습능력 저하의 원인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초학력 저하는 시작되었다는 지적은 이광현(2021)의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배경보다 자주 변경되는 교육과정과 정책의 변화로 인한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과 만족도 저하 등이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황성수 외(2020)의 연구는 경제적 격차가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 지적했지만, 이 연구는 기초학습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므로 제외하겠습니다.
<황성수, 이지은, 금예진. 2020. PISA를 활용한 국가별·시점별 교육 형평성 측정방안 연구>
기초학습능력은 읽기, 쓰기, 셈하기(예: 덧셈, 뺄셈, 나누기, 곱하기)를 수행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은 초등-중등-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죠. 그래서 제가 학생 시절(1990년~2000년 초반)이었을 때 초-중학교 시절에 기초를 잘 닦아야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고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일부 학업능력이 월등한 친구들은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과목을 선행학습 했었으나, 대부분의 교육은 각 단계의 기초를 탄탄히 닦는 것에 집중했었죠.
결국 학교 현장은 기초학습능력은 매우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습 단계에서 요구하는 기초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다음 단계에서 응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들과 사회의 인식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는 칼럼을 통해서 정부와 사회는 기초학력의 범주를 교과 지식의 인지에 초점을 맞춘 측정, 최소 성취 기준이라는 모호한 측정 기준을 바탕으로 기초학습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 기초학력 지원을 통한 교육격차 완화를 제안한다.>
또한, 다른 전문가들은 교육과정 운영 방식의 변화를 지적합니다. 과거에는 정해진 수업 시간표에 맞추어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통해서 성적을 받았죠. 그러나 수능 위주의 입시 교육이라는 비판과 획일화된 교육이라는 비판 속에서 새로운 운영 방식이 등장합니다. 고교학점제죠.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입니다.”라고 소개됩니다. 마치 대학교처럼 학생들은 고등학교 수업 과정에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죠. 또한, 체험형 학습의 비중도 증가했습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학습 능력을 키우고, 관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배우는 모든 학문은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주 미묘하게 얽힌 것이 학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특정 과목만 듣고 지식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효용성을 지니는지 의문입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기초개념 학습,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습능력 향상에 필요한 과정이 감소하면서 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 저하를 촉진한다고 지적하죠. 단순히 책을 읽지 않아서, 영상 노출 빈도가 높아져서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유토리 학습과 한국의 현재
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하여 교실 현장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일본의 유토리 학습을 표방한 한국의 교육 시스템 때문이죠.
유토리 교육은 1977년 일본 정부의 학습지도요령 이후 20년 이상 실시된 프로그램입니다. 일본 정부는 입시 위주의 교육체제는 수험생들의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실시한 정책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 정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사회에서 수험 경쟁이 가장 심각했던 1950년대 말~60년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진학 준비로 인해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낀다는 답변은 1할 이하였으며, 오히려 진학 준비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답변이 더 높았습니다.
오히려 유토리 교육은 학생들의 수험경쟁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2007년 폐기 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본 사회에서 유토리 세대는 학력 저하 세대를 뜻하는 용어로 굳어졌죠. 다른 한편으로 보면, 유토리 세대는 일본 교육사의 오점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할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유토리 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살아가는 힘,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사회의 인식 변화, 경기 회복 등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죠.
일본의 유토리 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학생들의 학업 부담, 입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교육 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교실 현장의 모습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진행된 사례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의 본분이라고 여겨졌던 ‘공부’를 기피하는 현상은 단순히 유토리 세대를 비하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사회에서 보여준 모습과 능력 때문에 유토리 세대라는 오명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크랩: 이걸 왜 몰라?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기초학력 실태>
참고문헌
김성일. 2006. 뇌 기반 학습과학: 뇌과학이 교육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인지과학
이광현. 2021. 기초학력 저하 원인에 대한 가설 분석과 기초학력 향상 방안. 교육정치학연구
이지원. 2004. 현대일본의 교육개혁: '유토리교육'이 논리와 동요. 일본연구논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