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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장이 만든 긴 관계 — ‘후원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공모전의 활용법

작성자 정대웅 등록일 2025-10-09 조회수 139
활동직무 모금/회원 활동분야 시민사회일반
자료출처 기관/단체 자료형태 문서

 

공모전은 오랫동안 경쟁의 무대였습니다. 누가 더 잘 쓰는가, 누가 더 정교하게 설계하는가,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가. 이런 방식의 공모전은 분명 개인에게 사회적 혹은 개인적 성취를 자극하기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나아가 수상 시 특별한 혜택까지도 기대할 수 있었던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참여하기 어려운 세계라는 인식도 심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성없는 내가 해도 될까?”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공모전의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완벽한 결과물보다 참여의 과정, 전문가보다 시민의 시선, 경쟁보다 공감의 확산을 중시하는 공모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감성을 사회가 중요한 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자 공모전이 더 이상 수상자를 뽑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사회의 상상력을 함께 만들어가는 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 공모전이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시민 창의력의 발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비영리 영역에 있는 담당자분들께 이 변화는 매우 시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영리 조직의 본질은 참여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부, 봉사, 캠페인, 프로그램 그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사람의 참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의 감정을 움직이는 공모전 사례들은 비영리 활동의 신선한 방향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세 가지 사례를 통해 그 흐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서울시의 짧은시 공모전’, KT&G 상상마당의 열 줄 소설 공모전’, 그리고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입니다. 이 세 사례는 모두 짧은 문장으로 세상과 소통했지만, 그 짧은 문장 안에는 사회적 연결, 감정적 공감, 그리고 지속 가능한 참여의 힘이 담겨 있습니다.

 

1. 서울시 짧은시 공모전 서울 매력 만들어보시()

서울시는 시민의 감성과 도시의 정체성을 연결하기 위해 2022짧은시 공모전 서울 매력 만들어보시()을 기획했습니다. “서울의 매력을 시민의 언어로 표현해 보자는 단순한 취지에서 출발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공모전은 서울이란 도시를 주제로 한 시민참여 문화 프로젝트로 발전했습니다. 응모 자격은 제한이 없었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글의 길이는 단 30자 내외였습니다. 시를 써본 적 없는 사람, 문학에 거리감이 있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 2주 동안 1,600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되었고, 대학생부터 노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참여했습니다. 이 공모전의 진정한 가치는 참여의 문턱을 낮춘 것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문학을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시민의 언어로 끌어내렸습니다. 시를 잘 쓰는 능력보다 서울을 바라보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수상작을 서울시의 공식 홍보 플랫폼 내 손안에 서울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참여자들의 작품이 단순히 심사 결과에 그치지 않고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콘텐츠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운영 측면에서도 인사이트가 많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운영, 공모 형식의 단순화, 명확한 저작권 조건 설정, 그리고 공공 플랫폼과의 연계는 비영리 조직이 참고할 만한 효율적인 구조입니다. 특히 짧은 문장이라는 제약은 콘텐츠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참여율을 높이는 절묘한 균형점이 되었습니다.  

 

비영리 영역의 담당자에게 이 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시민 참여를 확장하고 싶다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언어로 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에 남겨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가 세상에 닿는 순간,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공감의 주체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2. KT&G 상상마당 열 줄 소설 공모전

 

문학은 늘 긴 글의 예술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KT&G 상상마당은 그 상식을 뒤집었습니다.

 

열 문장으로 완성된 이야기.”

 

이 간단한 규칙 하나로, 상상마당은 문학 창작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습니다. 이 공모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단 한 가지 규칙만 존재합니다. 소설의 길이는 열 문장.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어떤 감정으로 담을지는 전적으로 창작자인 참여자에게 맡겨졌습니다. 이 제약은 오히려 창의성을 자극했습니다. 짧은 분량이 주는 한계가 글쓰기의 진입장벽을 낮추었고, 동시에 짧은 서사의 긴 여운이라는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 냈습니다.

 

심사 방식 또한 매우 독창적입니다. 1차 심사는 문학 전문가가, 2차는 SNS 대중 투표를 통해 진행됩니다. 심사 위원 평가 50%, 인스타그램 반응 50%. , 참여자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읽히도록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곧 참여형 확산 구조를 내장한 공모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공모전은 4년간 누적 1만 명 이상이 참여, 12천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수상작은 상상마당의 전시 공간 짧은 열람실에 전시되어 일반 시민이 직접 읽고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문학 작품이 책을 벗어나 공간의 경험이 된 것입니다.

 

비영리 조직이 이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참여를 확산시키는 구조적 설계입니다. 이 공모전은 SNS 확산, 온라인 홍보, 전시 연계라는 세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했습니다. 또한, 상금보다 참여자 경험 중심의 보상(전시·공유·인정)을 강화해 참여의 지속성을 유도했습니다. 비영리 담당자분들이 공모전을 기획할 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참여자에게 금전적 보상보다 나의 작품이 인정받았다라는 실감을 주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상상마당은 바로 그 실감을 만들어낸 성공적인 예시입니다.

 

 

3.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일상 속의 문학, 사회적 위로의 언어

광화문 사거리의 빌딩 외벽, 한 계절마다 바뀌는 짧은 문장 한 줄. 그것이 바로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입니다. 199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서울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의 창립자인 신용호 회장은 광고보다 따뜻한 글 한 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철학으로 이 글판을 제안했습니다. 초기에는 기업 홍보의 일환이었지만, IMF 외환위기 시기를 지나면서 시민을 위로하는 문장으로 방향이 전환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광화문글판은 계절마다 새로운 문구로 교체되며, 시민에게 감정적 위로와 성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보생명은 이 문안을 시민 공모를 통해 수집합니다. 누구나 교보글판 공식 홈페이지에 문안을 제안할 수 있고, 선정위원회가 이를 심사해 계절별로 채택합니다. 이렇게 선택된 한 줄은 가로 20미터, 세로 8미터의 대형 글판으로 제작되어 한 계절 동안 광화문 거리를 밝힙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광고하지 않는 광고가 아닙니다. 광화문글판은 공익적 감성 소통 모델로서, 기업이 시민에게 문학을 되돌려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역대 문안은 아카이브화되어 출판·전시·교육 콘텐츠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202130주년 기념전에는 하루 평균 3만 명이 방문했고, SNS에서는 오늘의 문장해시태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영리 담당자분들께 이 사례는 지속성과 진정성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광화문글판은 단발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30년간 지속된 참여 플랫폼입니다. 매 시즌 새로운 시민의 문장을 수집하고, 그 문장을 통해 다시 시민과 소통하는 구조입니다. 그 지속적인 순환이 브랜드의 사회적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비영리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캠페인을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관계의 축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짧은 글 한 줄로 시작했지만, 30년의 신뢰를 쌓은 광화문글판은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보여줍니다.

 

 

맺으며 참여의 문턱을 낮추면, 공감의 문은 넓어진다

 

이 세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합니다. 모두 짧은 문장으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문장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와 관계의 시작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의 시선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재발견했습니다. 상상마당은 짧은 서사를 통해 참여의 문을 열었고, 교보생명은 한 줄의 문장으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감정의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비영리 영역의 담당자분들께 이 사례들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공모전이 단지 심사와 시상의 구조를 넘어서, 시민과 조직이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의 장과 관계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상금보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경험을 원합니다. 그 경험이 바로 참여의 동력이며, 비영리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짧은 문장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그 문장은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첫 번째 다리가 됩니다. 이제 공모전은 누가 가장 잘 쓰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가장 잘 듣는가, 누가 가장 잘 공감하는가의 여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비영리 조직의 공모전, 캠페인, 그리고 소통 프로그램 역시 이제 그 변화의 언어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그 언어는 길지 않습니다. 단 한 줄의 문장, 단 열 줄의 이야기, 단 한 사람의 참여로도 충분합니다.

 

 

 

참고 및 출처

1) 서울시 짧은시 공모전 서울 매력 만들어보시()

 - https://mediahub.seoul.go.kr/gongmo/2000294

 -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5657

2) KT&G 상상마당 열 줄 소설 공모전

 - https://www.sangsangmadang.com/support/detail/321

 - https://www.thepowernews.co.kr/view.php?ud=202507091634155421de3f0aa1be_7

3)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 https://www.kyobogulpan.com

 - https://www.sedaily.com/NewsView/1HT212ZJDR

 

이미지출처

1. 내 손안의 서울 : 센스 있는 문장으로 '서울 매력' 만들어보시()!

링크 :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5657

2. 재치와 센스 다 잡았다! 짧은시 공모전 수상작 발표

링크 :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5937

3. KT&g 4회 열 줄 소설 공모전

링크 : https://www.sangsangmadang.com/support/detail/257

4. 상상마당 아카데미 : [2024]<열 줄 소설 공모전> 수상작 전시

링크 : https://www.ssmdacademy.com/Exhibition/?bmode=view&idx=97490396

5. 교보생명 공모전 갈무리

링크 : https://www.kyobogulpan.com/Gulpan/Archives

6. 교보생명 홈페이지 갈무리

링크 : https://www.kyobo.com/dgt/web/company-introduction/gwanghwamun-text-board/gwanghwamun-text-board-introduction-applicantion/draft-applica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