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사적모임(이하 공사모)에서 얼마나 활동을 했을까요? 마치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지금은 공사모의 활동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학교 공부를 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뉴스레터 작성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영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공사모에서 첫 번째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아산나눔재단에서 진행한 비영리 스타트업 하반기 도전트랙의 지원을 받아서 국제개발협력 노동자의 직무 외 활동과 직무 만족도를 알아보는 연구였습니다. 직무 외 활동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직장에서 수행하는 행동(직무, 업무)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Bateman과 Organ은 “행동에 대해 명백한 보상 또는 처벌에 의하지 않고, 직무기술서에 명시된, 행동을 위해 훈련받은 것이 아닌 개인의 행동”으로 직무 외 활동을 정의했습니다.
직무 외 활동이라고 말하면 굉장히 거창한 활동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의외로 다양한 직무 외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서, 직장인들의 스터디 모임, 러닝 크루, 스포츠 동아리 등이 모두 직무 외 활동에 포함될 수 있죠. 왜냐하면 직무 기술서에 명시되지 않았으며, 누군가에게 명백한 보상을 받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챌린지처럼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는 직무 외 활동에서 배제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챌린지도 직무 기술서에 명시된 활동에 포함되지 않고, 챌린지를 위해서 사측에서 훈련(예: OJT) 받은 것이 아니므로 직무 외 활동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출처: 생활체육투데이, 뛰고 싶은 자, 동네로 모여라 러닝 크루)
그만큼 직무 외 활동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녹아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중심의 활동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으로 영역이 확대 됩니다. 5명 이상은 모일 수 없는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서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은 온라인 플랫폼(예: Zoom)을 통한 모임으로 활동 영역을 바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직무 외 활동의 영역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확대 및 서로 융합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형성된 직무 외 활동은 이른바 커뮤니티라는 용어로서 정의 됩니다. 그리고 커뮤니티는 동일한 관심사, 동일한 영역(예: 직무)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새로운 활동을 기획 및 도모하는 장소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회적 자본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도 수행한다고 밝혔죠.
*사회적 자본: 사회자본은 현대에 들어 규범, 연결망(network), 신뢰, 호혜성 등의 개념을 요소로 하여 사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사회자본의 확충, 증진, 육성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회자본을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역량으로서 신뢰, 소통, 협력, 규범, 네트워크 등 무형의 자산"으로 정의한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그래서 공사모 연구팀은 국제개발협력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 활동이 직무 외 활동으로서 정의 가능하며, 직무 만족도를 높여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연구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직무 만족도를 높여주는 요인도 있지만, 사회적 자본 형성에서 예상하지 못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었죠.
빈곤 포르노 퇴치 캠페인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1)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지구 반대편의 어려운 사람들까지 도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2) 빈곤 문제는 근절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가난한가?
첫 번째 질문은 국익, 경제적 관계, 외교 등을 통해서 설득하고 있지만, 두 번째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영역에 해당됩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우리가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들이 매우 가난한 국가들인가에 대한 질문 때문이죠. 물론 빈곤선 이하의 국가들도 있고,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필요한 국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원조받는 국가들에 대한 인식입니다. 국제개발협력에서 일을 하면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어.”라는 생각 때문에 내가 ‘영웅 혹은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아주 잘못된 행동이죠. 왜냐하면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여러 기관은 그들이 우리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로서 정의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빈곤 포르노를 통해서 말이죠. 대한적십자는 빈곤 포르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모금 운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김건희씨의 캄보디아 순방 중 사진은 빈곤 포르노를 국가 차원에서 유발하는 행동으로서 큰 비판을 받았죠.
캠페인: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빈곤포르노를 규탄합니다. 함께 해주세요.
한겨레: 김건희 여사 이 사진, ‘빈곤 포르노’와 무엇이 다른가
빈곤 포르노 마케팅이 위험한 이유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급한 일반화 오류는 제한된 정보,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 또는 일반적인 상황을 성급하게 판단하는 논리적 오류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란-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서 주거지를 잃은 난민들의 상황을 전달하고, 모금을 유도하는 것도 어느 정도 측면에서 빈곤 포르노로 볼 수 있겠지만, 전쟁의 잔인성, 참혹한 현실, 그리고 전쟁의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점에서 공익적 목적을 보여준 것이라 판단할 수 있습니다.
BBC 뉴스: 교육이 실종된 가자 지구의 아이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국가 중 일부 경제적·인도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을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인식되도록 만드는 빈곤 포르노 마케팅은 아프리카의 민족, 국가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는 아프리카 대륙의 빈곤, 빈부격차를 강조하지만, 아프리카의 높은 성장 잠재력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아프리카개발은행 그룹은 2025년 아프리카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기구의 주요 간행물인 2025 아프리카 경제전망 보고서(African Economic Outlook 2025, 이하 AEO)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적 불확실성, 글로벌 무역 갈등 등 대외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경제는 2024년 3.3% 성장에서 2025년 3.9%, 2026년 4.0%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처: AfDB)
커뮤니티가 만드는 변화
각 분야의 종사자 혹은 개인이 기획 및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커뮤니티 활동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 이상으로 강력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독도 문제부터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이 아니라 학교 동아리들이 참여하면서 활동을 지속하는 점에서 반크의 사례는 단체 혹은 커뮤니티의 영향력과 지속가능성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공사모도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로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들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 보고서는 커뮤니티 활동의 순기능과 영향력이 어떤 의미에서 의의가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이며,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영역의 직무 외 활동에 집중한 최초의 연구로서 의의가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사회적 자본 형성은 미시적 차원에서 노동자의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지고 높아지는 자존감은 직장 내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선순환이 조직 내에서 형성 및 지속될 수 있는 분위기,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면, 노동자의 직무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 공사모 연구 보고서 21쪽)”
보고서 전문은 첨부파일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공적인사적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