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03. 여러분은 어디에서 장을 보시나요?
스토리 / by NPO지원센터 / 2019.04.09
'퍼스트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사회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시작
1993년,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마트가 들어섰습니다. 바로 이마트 1호점인데요. 이때부터 창고처럼 커다란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모두 한 번에 사는 방식의 쇼핑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거대한 매장에 들어서면서 산처럼 쌓여 있는 물건에 압도되고, 식품부터 생활용품과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한 곳에 모아놓은 편리함에 매료되었죠. 사람들이 대형마트에 익숙해지면서, 1995년 18개에 불과했던 대형마트는 1996년 이후 급격히 증가합니다. 또한,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야간에도 문을 여는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없는 게 없는 대형마트의 정갈한 내부
하지만, 우리 동네의 정다운 가게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지역의 작은 가게들은 맥을 못 추고 쓰러졌습니다. 작은 가게를 꾸리는 상인들은 대량 물량공세로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가지는 대형마트를 이길 수 없습니다. 기업은 초반에 당장의 매출이 일어나지 않아도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형마트는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을 투입해 매장을 운영할 수 있고, 창고에는 물건이 가득 쌓여 있어서 부족한 물건이 없습니다. 반면, 대부분 가족단위가 같이 경영하는 작은 가게들은 24시간 운영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은 초기에 큰돈을 들여 대형 매장을 짓고 넉넉한 주차장도 제공합니다. 생긴 지 오래된 재래시장은 뒤늦게 정부의 도움으로 천막을 치고 주차장을 지었지만 대기업의 물량공세를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의 등장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로 무너지는 지역경제
그뿐 아니라 기업은 SSM(Super Supermarket)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슈퍼마켓을 만들어 골목상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선한 식료품을 밤늦게까지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의 골목진출은 소상공인 생계의 위기가 되었습니다. 2006년부터 중소기업청과 지식경제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매해 실시하는 조사 결과, 해가 갈수록 전국 전통시장, 중소유통업체, SSM 주변 중소유통업체 모두의 고객 수와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사례로, 홈플러스 청주점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을 열게 되었는데, 이후 반경 5km 내의 슈퍼마켓 337곳 중 72곳이 폐업을 했습니다. 3년 사이, 지역상권의 30% 정도가 날아간 셈입니다.
지역 내 경제순환의 중심이 되는 시장
게다가 대형마트는 벌어들인 돈을 모두 본사로 보냅니다. 골목에서,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그 지역에서 다시 소비하여 지역경제를 순환시키는 소상공인들과는 다르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물품 역시 그 지역에서 생산되기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배송됩니다. 대형자본을 가진 기업은 지역의 것을 지역에서 팔지 않고, 지역의 것을 지역으로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사는 경제공동체를 위해
2009년 5월, 각 지역별로 대응해오던 전국의 중소상인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를 결성했습니다. 점이었던 사람들이 모여 선이 되어 전국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직에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각 전통시장상인회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상인연합회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진보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함께하였습니다. 1990년대 대한민국에 창고형 할인마트를 표방한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 지역경제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퍼스트펭귄들이 모여 전국적인 연합체를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는 대형 유통업체가 확장해가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의 상생 경제공동체를 위한 노력]
‘중소상인살리리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사업들은 크게 중소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률의 재개정을 추진하는 것, 대형마트와 SSM의 합리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폐업 중소상인의 실업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2011년, 대기업들은 대형마트의 출점 자제와 월 2회의 의무휴업에 합의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2012년, 합정동에 입점이 예정되어 있던 홈플러스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지역 주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습니다. 많은 마포구 주민들과 망원시장을 비롯한 주변의 중소상인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되어 망원시장 인근의 홈플러스 SSM은 폐점하였고, 처음으로 중소상인들과 협의하여 협의가 된 품목을 제외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막아낸 대형자본의 지역경제 침투
또한, 2012년에는 전통시장과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전성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시민들이 전통시장 안에서 캐시몹(cash mob)이라는 이벤트 퍼포먼스가 참여하였습니다. 캐시몹이란 SNS 등을 통해서 모인 사람들이 한 날, 한 시에 같은 상점에 모여 함께 쇼핑을 하는 플래시몹의 한 종류로, 지역 또는 상점의 활성화를 위한 의미와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입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캐쉬몹 참여 포스터
자본에 억눌리지 않는 삶을 위해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퍼스트펭귄이 되어 네트워크와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형마트뿐 아니라 대형자본이 마을의 삶을 점령하는 일을 반대해왔습니다. 이 퍼스트펭귄들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대형마트의 입점 반대가 아닙니다. 상생과 공존의 방법을 찾자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대형자본이 마을의 생태계를 지배하면 중소상인들은 결국 자기 가게를 그만두게 됩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와 지역의 인재를 채용하는 일도 일부 판매직에 국한될 뿐 그 효과가 미미합니다. 유통대기업이 지역의 상권과 경제공동체를 지배하는 형국이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소상공인과 더불어 사는 경제공동체를 꿈꿉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규제하는 것은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같이 일하고 같이 쉴 수 있는 권리를 지키며 거대한 자본에 의해 약자들이 내몰리지 않는 사회가 마련되어야 지역의 경제공동체도 지속 가능합니다. 골리앗이 되려는 욕심이 없는 작은 사람들이 모여 조화롭게 맘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퍼스트펭귄들은 앞장섭니다.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작성자 : NPO지원센터, 작성일 : 2019.04.09, 조회수 :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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