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_지구의 경고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1.15 / 수정일 : 2024.11.15
기후재난_지구의 경고
기후재난전문가 강성원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관련 작은 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이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같은 원인의 사소한 징후가 300회 나타납니다. 즉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존재합니다. 이 법칙을 1:29:300의 법칙 또는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사고에만 적용되는 법칙일까요? 지금 지구는 우리에게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경고를 보내고 있고 지금도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갑자기 뒤집히는 점으로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이다가 어느 한 시점에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변화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큰 변화가 기후계에도 존재한다는 개념이 ‘기후 티핑포인트’인데 기후 시스템에서 작은 변화가 급격하고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화를 일으켜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지점을 말합니다.
‘글로벌 티핑 포인트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온난화로 5가지 주요 지점이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즉 그 지점은 생태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출처: UNIVERSITY OF EXETER, GLOBAL TIPPING POINTS REPORT 2023>
첫 번째로 열대 산호초입니다. 열대 산호초는 기후 티핑포인트 중 하나로,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2023년 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전 세계 산호초 지역의 약 77%가 백화현상(해수 온도가 상승해 산호 내부에 서식하는 공생 조류가 죽거나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산호가 알록달록한 색을 잃고 희게 변하게 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열 스트레스(heat stress)를 경험했습니다. 산호초는 해양 생물 종의 약 25%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어, 이들의 손실은 해양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까지 대부분의 산호초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출처: Over a year of astonishing ocean heat has given way to the largest coral bleaching on record, CNN Climate, 2024.10.18>
두 번째는 그린란드 빙상입니다. 그린란드 빙상이 27년 연속으로 빙하를 잃고 있습니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12개월 동안 총 196기가 톤(Gt)의 빙하를 잃었습니다. 문제는 이 속도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2-1996년 평균 연간 105기가 톤(Gt)에서 2016-2020년 평균 연간 372기가 톤(Gt)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빙상이 완전히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약 7미터(m) 상승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영구동토층입니다. 영구동토는 여름에도 녹지 않고 2년 이상 일 년 내내 항상 얼어 있는 퇴적물, 토양 또는 기반암을 의미합니다. 이런 영구동토층에는 많은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메탄)를 포함하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포함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됩니다.
위에서 살펴본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행태로 지구는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마지노선 1.5℃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에서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2℃ 이내로 제한하도록 규정했지만,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수몰 위기에 빠진 몰디브, 투발루, 파파뉴기니 등 42개 섬나라로 구성된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회원국들이 강하게 요구하면서 파리협약에서는 1.5℃가 언급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상승폭 2℃는 1.5℃일 때에 비해 해수면이 10㎝가량 더 올라가 바닷가에 사는 1,0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기후변화도 심해져 1.5℃ 상승 시 폭염 일수는 산업화 이전의 5배, 2℃ 상승 시에는 10배로 늘어 1.5℃에서 2.0℃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옥수수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고, 서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출처: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전지구 평균온도_신동준 기자/2018-10-08(한국일보)
11월 11일 발표한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며 2024년 1월~9월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4℃ (±0.13) 높았으며,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고 하면서 파리 협정의 야망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구를 구한다는 허울뿐인 선언들
그렇다면 이러한 지구의 경고에 정치지도자들은 무엇을 하였을까요? 약 1880년대부터 지구의 온도를 기록하게 되었으며 이후 기후 변화 데이터를 통해 산업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되는 데 환경적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최초의 국제협력이었음에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환경정상회담은 실질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었고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안’(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이하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어 1994년 3월 정식으로 발효되었습니다(우리나라는 93년 12월에 47번째 가입함). 기후변화협약안의 목표는 ’인간이 기후 체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으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 시키는 것이었지만 여전히 구속력 있는 실행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 다음 해인 1995년부터 매년 협약당사국들이 모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y; COP 이하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여 보다 구체적인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게 되면서 1988년 ‘UN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이하 IPCC)가 발족, 지구온난화의 측정과 분석에 대한 과학적 초석이 마련됩니다.
1997년 당사국총회(COP3)에서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면서 처음으로 선진국들에 법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했지만, 개발도상국 참여 부족, 미국의 불참 등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처하는 새로운 기후 체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2015년 파리에서 열렸고 ‘지구 기온 상승을 2℃ 보다 더 낮추고, 나아가 1.5℃ 이내로 억제하고자 노력한다’는 목표가 제시되었습니다.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의의 및 특징' 캡처>
교토의정서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대상이 선진국이었지만, 파리협정은 모든 당사국이고, 범위도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파리협정은 감축, 적응, 이행 수단까지 범위가 더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비구속적이라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 합의 이후 매년 당사국 회의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고자 노력을 했지만, 선언이 선언으로만 그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한계는 법적 구속력 부족하여 목표 미달성 시 제재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또한 선진국과 개도국, 산유국과 기후변화 취약국 등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특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로 과감한 정책 도입이 어렵습니다. 정치적 불안전성과 일관성 부족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기후 정책이 번복되는 등 장기적 일관성이 부족하고, 국제정세의 변화로 기후변화 대응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시간만 흘렀고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지구의 경고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고 결국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대기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안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고, 2050년경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넷제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대표 사진 출처 : freepik)
(대표 사진 출처 : freepik)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