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과 우리의 일상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1.07 / 수정일 : 2024.11.07

기후재난과 우리의 일상

기후재난전문가 강성원

우리는 주로 방송, 언론, 연구기관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이슈를 접합니다. 북극곰이 사라질 위기,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야기와 이에 따라 저지대 도시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착 내 삶과는 조금은 먼 이야기로 들리곤 합니다. 그리고 ‘설마 나에게까지 피해가 오겠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기후가 변화하는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랜 세월 경험했던 날씨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최근 날씨를 보면 이제는 그 기후변화가 조금씩, 서서히, 때론 갑작스럽게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2024년 추석은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추석 당일인 9월 17일 김천 최고기온은 37.9도, 양산시(37.2도), 의령(37.2도), 광양읍(36.9도), 밀양(36.8도), 옥천(36.7도)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추석 당일만 기온이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2024년 9월 최고 기온 분포도를 전년인 2023년 9월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1. 2023년, 2024년 9월 최고기온 분포도]

올해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평년(20.5도)보다 4.2도 높았으며 이는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처음입니다. 또한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를 의미하는 폭염일수가 9월 한 달 평균 6일로 지난 30년 (1991~2020년) 평균 0일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김해가 가장 많은 15일, 광양 14일, 양산시 14일, 완도 13일로 발생했고 서울, 서산, 강화, 이천, 보은, 고산, 장수 7개 지점에서는 1973년 이래 첫 9월 폭염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림2. 폭염일수 분포도 월 자료(2024년 9월)​]
*출처: 기상청 

이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삶에서 크게 영향을 끼치는 또 하나가 바로 먹거리일 것입니다. 한국인 밥상에 꼭 올라오는 배추김치, 그 김치가 금(金)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배추는 호냉성 채소(15~20℃ 정도의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온대나 한대 원산인 채소류)로 8월에 파종하여 11~12월에 수확하는 가을 재배가 대표적입니다. 배추가 가장 잘 자라는 생육적온은 18~20℃이며, 생육 초기에는 비교적 온도가 높아도 잘 자라지만 속이 차는 시기에 고온이 되면 생육이 불량해지게 됩니다. 올해처럼 9월 고온으로 인해 배추는 직격탄을 맞았고 그것은 바로 밥상 물가로 나타나게 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18일 기준 배추의 소매 가격은 1포기에 평균 9천123원, 무는 한 개 3천561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39.8%, 46.9% 비싼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농산물의 경우는 가격이 오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청양에서 캠벨얼리 품종의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의 말에 따르면 "보통 8월 7일께부터는 밤에 약간 서늘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온 현상이 지속됐다"면서 "그로 인해 포도가 검게 익어야 하는데 착색이 잘 안돼서 붉은빛을 띠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포도가 덜 익어서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낮에도 기온이 높아서 포도 알맹이가 화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출처 : 올해 포도 색깔이... 큰일 났습니다, 오마이뉴스, 2024.09.27,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6336

이렇듯 우리 먹거리가 기후변화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도 있지만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농산물도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기후가 변해서 좀 더 더워지고, 먹거리가 변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때론 아니 앞으로 더욱 빈번히 우리 생명을 위협하기도 할 것입니다. 10월 14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24.5.20.~9.30.)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3,704명(사망 34명)으로 전년(온열질환자 2,818명, 사망 32명) 대비 3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망자 수도 전년 대비 6.3% 나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기후변화가 단순 변화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후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비단 한국만의 이슈는 아닙니다. 지구 전체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네팔은 9월 27~28일 불과 이틀 동안 카트만두 계곡을 중심으로 네팔 전역에 350mm에서 많게는 600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는 22년 만에 일어난 재난으로 현재 사망 233명, 실종 22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 출처 : 김정준 네팔 지원활동가


*출처 :네팔 비극 : 홍수와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0명을 넘어섰고 수십명이 실종되었습니다., ddnews, 2024.09.30. 

이뿐만이 아닙니다. 타이완에서는 58년 만에 최대풍속이 시속 173km에 달하는 ‘강급’ 태풍으로 270개 도시를 마비시켰고,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한 사망자가 23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최근 50년간 미국 본토를 덮친 허리케인 중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허리케인으로 기록됐습니다. 
CNN는 세계 기상 기여(World Weather Attribution) 발표 자료를 인용해 기후 변화로 인해 허리케인 헬렌은 바람과 폭우가 더욱 심해져 플로리다 해안의 풍속이 11% 더 강해지고 강수량이 약 10% 증가했고 이로 인해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재난이 이제는 우리 일상으로 다가왔고 지구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후변화가 저 멀리 있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고 대량으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소비하는 우리 생활양식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우리 삶의 양식을 변화시켜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킬 것이냐 결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나 하나만’이 아니라 ‘나 하나부터’여야 합니다. 이제 그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1.07 / 수정일 : 2024.11.07 / 조회수 :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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