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멘토링에 관한 글을 쓰면서 멘토도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었죠.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는 대외 활동의 필요성에 대하여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외 활동은 대학생들이 스펙을 만들기 위한 활동에 해당합니다. 대표적으로 서포터즈부터 정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학생 자문단 등도 대외 활동에 포함되죠. 학생들은 이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자신의 진로부터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기회로 활용합니다.
직장인은 이미 회사에서 다양한 정보도 얻고, 직장 동료부터 선배와 후배, 관계 기관 사람들도 많이 만나는데 굳이 더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는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
둘째는 내가 원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
어떤 맥락에서 위와 같은 답변을 드리는지 저의 경험을 정리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현재 제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대외 활동은 '공적인사적모임'입니다. 2020년부터 '공적인사적모임'에서 뉴스레터로 글을 썼었고, 지금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본업도 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연구부서를 지원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하는 기회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수행하는 연구 분야는 제가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분야와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구에 대한 갈증이 매우 많았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논문을 쓰고, 학술대회에서 발표도 했었지만, 지속적인 동기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혼자서 연구하다 보니 연구 일정을 스스로 변경하거나, 자료를 찾기 힘들면 합리화를 통해서 연구를 중단했으니까요. 그래서 저에게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강제성이 필요했었습니다.
'공적인사적모임' 활동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연구한다는 전제는 없었습니다. 먼저 뉴스레터에 글을 정기적으로 쓰면서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고, 공부하는 기회를 얻었죠. 개인적으로 저에게 약 3년 정도의 뉴스레터 작성 기간은 스스로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후 2024년 연구팀을 신설하면서 팀을 만들고 새로운 연구 과제를 발굴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자로서의 길을 열게 되었죠. 또한, 하나의 팀을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느껴지는 책임감, 협업, 신규 연구 주제 발굴 등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면서 회사에서 겪을 수 없었던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리더십을 발휘해서 팀을 운영하는 경험이죠. 지금 회사로 오기 전까지 짧은 근무 기간과 계약직을 전전했었기 때문에 실무자 수준에서 많은 일을 했었습니다. 비록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정규직원으로서 경력을 쌓고 있지만, 부서장은 연구부서의 박사로 지정되는 구조로 인해서 연차가 쌓이더라도 부서장으로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죠. 그래서 저에게 '공적인사적모임' 연구팀 운영 경험은 한 조직의 리더로서 역량을 개발하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그동안 조별그룹 활동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반강제 조장이 되었던 경험이 있었으나, 학교 조별그룹 활동의 조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조직의 리더로서의 책임감의 무게는 굉장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팀원들에게 적절히 업무를 분배하며, 내년도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무자는 부서장이 지시하는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핵심인데, 리더는 디테일을 바탕으로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큰 그림을 보여주어야 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더욱이 각 팀원의 특징,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배우는 중이죠.
그래서 넷플릭스의 흑백 요리사를 보면서 정말 능력이 출중한 리더와 능력이 부족한 리더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흑백 요리사 중 흑백 팀전에서 훌륭한 리더십의 표본을 볼 수 있었죠. 최현석 셰프는 팀원들에게 “셰프 위에 있는 것은 재료다”라고 미리 재료의 중요성을 전달 및 인지시켰습니다. 이 과정은 팀원들에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필요한 재료를 선점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이후 최현석 셰프팀의 요리사들은 일사불란하게 팀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수급해 옵니다.
출처: 넷플릭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훌륭한 리더는 우리 팀에게 필요한 것을 단순명료하면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 것인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능력(의사전달 능력)은 리더가 팀을 이끄는 것을 넘어서 소통하는 능력까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케이스는 트리플스타 팀의 모습이었습니다. 트리플스타는 각 셰프들이 가진 능력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각자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예를 들면, 한식 전문 셰프와 급식대가에게 한식 재료 손질 역할을 부여해서 짧은 시간에 재료들을 정확히 손질 및 준비할 수 있게 해줬죠.
이 모습을 보면서 현재 근무하는 조직에서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 직장들은 짧으면 6개월가량, 길면 최대 2년 이내에 직장 생활이 끝났기 때문에 부서장과 심층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했습니다. 심지어 심층 면담 없이 일하는 조직들도 있었죠. 즉, 이 사람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특징, 케미 등을 살펴보는 시간, 스킬이 부족한 리더들을 만났던 것입니다. 혹은 능력은 출중하나 실무자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 리더들을 만나면서 손발을 맞추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로서 쓰이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이번 직장에서 연말과 연초에 부서장과 심층 면담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부서장이 실무 직원과 심층 면담을 갖는 자리는 한 해의 성과를 리뷰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 잘 맞았던 부분은 어떤 것인지, 미비했던 점은 무엇인지 함께 복기하면서 다음 해에 더 원활하게 일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간은 단순히 부서장에게 잔소리를 들으러 다녀오는 시간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공적인사적모임'의 연구팀을 리드하면서 나는 우리 동료들의 특징, 성향, 강점과 단점 등을 얼마나 세밀하게 보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현석 셰프의 팀은 각 분야의 정상급 셰프들로 구성된 드림팀이었습니다. 최현석 셰프도 “이분들은 능동적으로 팀을 움직이는 분들이다. 누구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만큼 리더십이 팀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팀이었던 것이죠. 리더로서 운영하기 가장 까다로운 팀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하나가 되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간 것은 명확한 비전과 방향, 철학, 그리고 팀원들의 특징을 잘 파악했기 때문이겠죠.
이런 맥락에서, 저에게 '공적인사적모임'의 연구팀 경험은 직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도 없었고, 경험도 못 했었습니다. 그러나 '공적인사적모임' 연구팀은 저의 학력, 회사 경력 등 모든 것에 상관없이 초심자 수준에서 하나씩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쳐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직장인에게 대외 활동은 단순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가 해보지 못했던 혹은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 나를 던짐으로서 한층 더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들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연구원에서 근무하지만, 소속 부서는 연구 부서가 아닙니다. 심지어 국제협력 직무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직렬이기 때문에 부서 이동도 불가하죠(기관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연구 실적을 만들고 싶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수행하는 국제협력사업에 참여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지만, 제가 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죠.
이런 맥락에서 '공적인사적모임'의 연구팀은 연구자로서 역량을 개발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혹은 필요했었던 주제를 팀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협의를 통해서 발굴할 수 있었죠. 비록 회사 업무를 하면서 대외 활동의 일환으로 연구를 함께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나의 연구 실적을 만들어주는 기회이므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일만큼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대외 활동의 결과물이 나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예외적이라 볼 수 있겠죠. 그만큼 나의 전문 영역과 관련된 활동을 찾고, 그곳에서 전문성에 도움이 되는 생산물을 완성하는 구조를 가진 조직에 발을 들여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은 모든 직장인이 대외 활동을 통해서 실적을 만들고,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처럼 직장에서 100%를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당연히 대외 활동이 답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역량 개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습니다(예: 패스트 캠퍼스). 그래서 본인이 의지만 충분하다면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역량을 개발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겠죠.
최근에도 25년도를 계획하면서 야심 차게 준비했었던 공모사업이 있었으나 아쉽게 서류에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힘주어 준비했었던 공모사업이라서 탈락 소식이 반갑지 않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었죠. 바로 회사 일도 잘해야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번의 글에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을 인용했었습니다. 이 속담에 더하여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도 생각났습니다. 왜냐하면 25년도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재 직장에서 배운 연구 계획서 작성 경험이 공모사업 계획서 작성에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죠. 6년 동안 다양한 연구 계획서들을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았던 경험과 국제개발협력학을 공부하면서 익힌 PDM 등 다양한 개념과 지식, 경험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공모사업 제안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모든 경험들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게 해주었습니다. 비록 연구기관의 경영을 지원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지난 시간 동안 이곳에서 체득한 경험은 대외 활동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역시 본업에 성실하게 임할 때 부업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 글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것은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두 가지에 대한 답변입니다.
비록 우리는 대학생 시절에 스펙을 쌓고, 자소서에 한 줄을 더 넣고, 면접에서 남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하여 지겹도록 했었던 대외 활동이지만, 직장인으로서 실전경험을 쌓으면서 참여하는 대외 활동은 또 다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활동 영역과 선택한 활동 내용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는 것은 어느 중요한 순간, 나만 보여줄 수 있는 필살기를 꺼내야 할 때 행운처럼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