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가 알아야 하는 제로웨이스트의 함정
현안과이슈 / by 마공 / 작성일 : 2023.06.30 / 수정일 : 2023.07.05

활동가가 알아야 하는 제로웨이스트의 함정,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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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제로웨이스터, 비건지향자가 전하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방향성! 홍수열 쓰레기박사의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책은 쓰레기어택 관련 이슈의 흐름을 살펴보기 좋은 책이며, 제로웨이스트라 일컫어지는 문화가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가 아닐지 현 상황을 재고하게 합니다.

<책소개>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 제로 웨이스트로 가는 자원순환 시스템 안내서
바야흐로 쓰레기 세상이다. 우리가 마음껏 취하고 버린 결과, 천연자원은 고갈되고 쓰레기가 폭증하며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소비를 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잘살 수 있다는 성장주의가 가져온 현실이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전 지구적으로 연결돼 있다. ‘나’의 소비가 지구 건너편 아프리카의 자원 채굴로 인한 고릴라 서식지 파괴와 연결되고, 서해 바다에 투기된 쓰레기는 태평양 어딘가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떠다니고 있으며,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독성 물질 다이옥신은 수백년간 세상을 떠돈다. 위기는 성큼 다가와 있고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우리는 불안에 떨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뭘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시대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순환경제’를 통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 안에서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지, 쓰레기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제로웨이스터의 제안 요약

  1. 재활용 처리 과정에 대한 이해와 그에 맞는 재질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2. 식물원료는 대안이 아니다. 식물의 소비와 착취는 무한하지 않다.
  3.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 축소의 방향과 재활용 시스템을 재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쓰레기 처리 관점이 필요하다.
  4. 생산이 아닌 이미 가진 자원에서 활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5. 물질 소비 시스템이 변화해야 하며 탈성장의 논의가 필요하다.
  6. 생산하지 않고 노동을 영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의 함정
재작년 환경기초시설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환경기초시설은 쓰레기 매립장, 소각장, 하수도 처리 시설 등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을 말한다.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전세계적으로 직매립은 금지되는 추세이다. 수도권은 2026년, 비수도권은 2030년 직매립이 금지된다. 직매립을 금지하는 이유는 소각 후 매립이 쓰레기 매립지의 포화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각장이 지역별로 관리 되면서 쓰레기 배출자 책임으로 환경 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환경기초시설로 흘러 들어가는 나의 대안 실천들. 오염과 무해가 섞이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있고,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활발해졌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여 배출하지 않음을 뜻한다. 지역 곳곳에 생겨난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플라스틱을 대신한 여러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담론은 의구심에서 발전하고 보편화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다. 제로웨이스트 일상 용어가 되었을 때 이것이 대안일까 의구심이 생겼다.


‘플라스틱의 대체재는 있는 것일까?’, ‘제로웨이스트 상품 소비로 충분한 것일까?’라는 질문은 나의 실천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했다.


환경기초시설을 탐방하고 공부하면서 제로웨이스트로 소비하는 일이 나 혼자서는 소용이 없다는 허무함이 있었다. 성분 좋은 샴푸바는 몸에 좋고 환경에 좋다. 그런데 하수도 처리시설은 웬만한 오염물질을 정화한다. 환경에 이롭다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실천이다. 관계자 말에는 불법 폐수 처리가 더 힘든 문제다. 하수도 정화에 중요한 일은 불법 폐수를 감시하는 일과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개발하는 일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물품도 어차피 소각 되고 매립 되는 ‘쓰레기’이다. 쓰레기의 경로를 따라 이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했다. 친환경 제품의 운운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의논 되어야 했다.


또 답답한 광경은 친환경 소재라는 마케팅이다. 어떤 소재든 그것이 원자원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럼에 업사이클링 제품은 반쪽짜리 대안이다. 오히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자원이 된다. 예로 들어 타이벡은 친환경 신소재인데 재활용이 잘 되는 재질일 뿐이고, 재활용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이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품은 소비자의 위안이자 기업의 마케팅이 될 뿐 친환경적이지 않다. 환경을 생각하려면 재활용 처리 과정에 대한 이해와 그에 맞는 재질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앞으로 플라스틱을 아끼려 종이를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재생 원료 공급이 부족해지고 자원이 부족해질 때 학살과 전쟁이 생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모순도 여기서 나온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소각 시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식물원료는 어디서 공급하는가? 식물의 소비와 착취는 무한하지 않다. 한계가 있다. 플라스틱을 바이오로 대체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막아야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분법적 선택이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 축소의 방향과 재활용 시스템을 재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재활용이라는 명분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책 인용)는 말처럼, 쓰레기 처리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대 포장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의 색깔과 재질까지도 단순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방법이 있다. 친환경이라 불리는 눈속임이 더 위험하다고 느낀다.


개인의 실천은 법과 제도를 만들고, 법과 제도는 개인의 실천을 모두의 행동으로 바꿔 힘을 만든다. 탑다운과 바텀업 방식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면서 비닐봉투를 재활용 하거나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우선은 비닐봉투 생산이 조금이라도 덜 될 테니 축하할 일 같다. 그러나 에코백이 더 많이 생산된다면 잘못된 길이다. 일회용품컵을 쓰지 않지만 처리 과정이 더 복잡한 텀블러가 더 많이 생산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가진 자원에서 활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쓰레기 너머의 이야기를 하자는 책이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이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은 “친환경적인 소비는 없다”와 “쓰레기의 경로를 따라갈 때 전 과정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이다. 결론적으로 물질 소비 시스템이 변화해야 하며 탈성장의 논의가 필요하다. 생산하지 않고 노동을 영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계획된 진부화는 물건의 수명을 단축하여 제조하는 일이다. 물건이 많이 팔려야 성장이 되는 구조에서 계획된 진부화가 일어난다. 산업에서 이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더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고 경제적 이익을 유도할 수 있을까?


소비를 줄이고 공공재, 공동자원으로 물건을 이용하는 방향이 될 때, 공동의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동의 토지, 공동의 공간, 공동의 물건 등을 아끼는 마음을 학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된다. 또 공유 자원이 대리 소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커다랗게는 산업의 재편이 필요한데 공공 사물도서관, 수리권의 작은 변화는 마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수리의 기술, 오래 쓰고 아껴 쓰던 할머니들의 지혜가 사회의 중요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다. 쓰레기 대담을 통해서 구체적인 상도 그릴 수 있다. 한편으로는 흡연자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길거리 꽁초가 물살이의 터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성별에 따른 환경 부담에 대해서도 고민할 지점이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을 경우 이 실천과 그에 따른 불편함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된다. 이에 대한 고민도 이어나가고 싶다. 대담에서 쓰담쓰담 대표 허지현은 물질 소비가 아닌 노동에 돈을 내는 사회를 말한다. 타임뱅크 같은 비물질 소비 사이클이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직을 통해서 생각을 일궈가고 싶은 의지가 생겨난 책이다.


끝으로 홍수열 박사는 정확히 알아야 정확히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였다. 이 책을 읽고서 각자의 다름이 상상된다. 내가 받아 적게 되는 문장은 내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문장이거나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 그런 문장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나에게 새로운 인식이나 재인식에 관한 문장들이다. 똑같은 단어와 문장을 사람마다 다르게 읽고 출력한다는 일이 흥미롭다. 책을 읽고 책을 읽은 사람들을 또 읽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은 제로웨이스트 행동 실천편 책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시스템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활발해지면 좋겠다. 집단행동과 직접행동을 통해 바꿔나가는 이야기 등 말이다.




📌
참고 기사

 

쓰레기 직매립 금지시대의 소비와 환경윤리

생분해 플라스틱, 상품 자체의 친환경성은 물론 제조사의 환경철학을 강조하는 마케팅 차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재질이다. 정부도 이와 관련한 제품들을 공식적으로 ‘녹색제품’으로 평가, 인증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란 흙이나 물 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폴리락타이드(PLA)가 대표적이다. 분해되는 성질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을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체 포장재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분해 인증은 50℃의 온도에서 6개월 동안 두었을 때 90% 이상이 생분해 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로 결정된다. 이 조건을 맞추지 않고서는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우리의 폐기물 배출과 처리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보통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일반쓰레기와 동일하게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게 된다. 그리고는 대부분 소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생분해 플라스틱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로 버리면 어떨까? 일부 재활용 물질로 분리배출이 될 경우 다른 재질의 폐기물과 혼합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전체적인 물성을 저하시켜 불량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일반적인 폐기물처리 계통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별도로 처리할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결국 이래저래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문제의 온전히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다만, 제조 과정에서의 자원 절감, 탄소배출 감소와 소각을 통해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소량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한편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로서의 우리의 선택이 더욱 현명해지고 단호해 져야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절제와 소박한 소비다. 어느 경우에는 물건이나 상품을 사지 않고, 쓰지 않는 결단까지도 필요하다. 극단적일 수 있으나 지금의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환경윤리라 부른다. 나를 포함해 모두와 정부 그리고 정부가 운용하는 제도, 정책이 환경윤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다. 







작성자 : 마공 / 작성일 : 2023.06.30 / 수정일 : 2023.07.05 / 조회수 : 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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