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사회를 좀 더 좋은 쪽으로 바꿔내는 그들의 ‘일’은 노동일까요 아닐까요? 왜 활동가들은 종종 소진되고, 현장을 떠나고, 다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대면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활동가가 주목해야 할 이 연구’ 1편에서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활동가를 조명하는 관련 연구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
: 서울시 마을공동체 정책이 본격화된 것은 2012년부터였습니다. 이때 공무원과 주민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고 참여활동을 돕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마을활동가가 등장합니다. 이 연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참여한 마을활동가 150명의 직업특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을활동가라는 직업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연구에서는 마을활동가가 전문지식과 참여주체 간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하며, 마을이라는 공간적 범위에서 시민단체 활동가, 장학관·연구관·교육 관련 전문가, 경영 및 진단, 조사 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위치에 있는 마을활동가들의 최대 근속연수는 5년, 평균 근속연수는 약 2.7년이라고 합니다. 63명의 활동가들이 활동 중단 경험이 있으며 전체 분석대상 가운데 활동을 재개하는 비율은 약 14.9%(18명)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는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마을활동가를 양성하는 것만큼이나 기존 활동가들이 활동을 아예 중단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남깁니다.
: 비영리단체 활동가는 “사회 내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파악하여 시민사회에 공론화”하고 더 나아가 “시민의 집단적 힘을 조직해 나가는 시민사회운동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연구자는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는 활동가 93명을 대상으로 성격강점과 직무스트레스, 소진의 관계에 대해 주목합니다. 성격강점이란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심리적 특성’을 말하는데요, 이 강점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더 향상되고 풍성해지는 특성이라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진은 낮아지는 정도가 분명한데 반해, 직무스트레스는 소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성격강점에 비해 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비영리단체 활동가라는 직업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성격적 특성(성격강점)이 소진의 중요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직무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찰관에게 성격강점이 개입했을 때 스트레스를 낮추고 행복감이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공강석, 2015)의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 비영리부문의 일자리가 가진 잠재력이란 무엇일까요? 연구자는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지향하는 비영리부문 특성상, 내재적 보상(* 일의 사회적 의미와 보람, 개인의 성장 가능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공급처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서구에서는 이미 비영리부문 일자리가 시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데, 한국은 기존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 활동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일관되게 토로해 왔음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결국, 공익활동가는 ‘정상적인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재적 보상보다 내재적 보상이 비영리 일자리의 매력이라고 해도, 열악한 근로여건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수준이라면 젊은 활동가들이 유입되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겠죠.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상황을 개선시켜서 비영리 일자리를 통한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연구는 강조합니다. 결국, 그래야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수 있는 거겠죠.
: 청소년 인권 활동은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로 청소년의 주체성과 인권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가는 실천 행위입니다. 여느 공익활동들과 다름이 없는 셈이죠. 이들 역시 개인적, 집단적
차원의 실천을 만들어가면서 기존의 제도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변화를 체험하고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연구자는 청소년 활동가들이 이러한 실천 행위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면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활동가들의 생활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공동체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참여관찰과, 인권활동을 삶 속에 의미화한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심층면담을 수행했습니다.
그렇게 이들이 기성제도와 충돌하고 저항하는 과정부터 아예 제도로부터 탈주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순간까지, ‘청소년 인권 활동’이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균일하지 않은 삶의 궤적들을 연구는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청소년기에 저항적인 방식의 인권활동을 했던 인터뷰이들은 2-30대 청년기가 되어 삶 속에 청소년 인권 활동을 직업으로서 어떻게 녹여내어 연결할 것인지가 제일 중요한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일’로서의 활동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죠. 다른 분야의 활동이 그러하듯, 이들 역시 상근활동가로서 인권활동에 참여하다가 생업을 위해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청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활동가는 소수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 필자는 서울시NPO지원센터 NPO아카이브 사업담당(2022) 매니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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