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회를 위한 블록체인] 디지털 ID와 블록체인
활동사례 / by B4GS / 작성일 : 2018.12.17 / 수정일 : 2023.03.30
작년 한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를 휩쓸었던 가상화폐 열풍. 투기 수단이다, 최신 IT 금융 기술이다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을테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아셨나요? 아직 태동기에 머물고 있는 기술이지만 UN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기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 방안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UN은 다양한 단체들과 협업하여 디지털 ID, 즉 신원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포함해 [좋은사회를 위한 블록체인] 주제로 2019년 1월까지 약 5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태그에서 #B4GS를 검색하시면 해당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023년 1월 기준 일부 링크가 열리지 않습니다)
UN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의 16.9 세부목표는 '2030년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출생신고서를 포함한 법적인 신분증명수단을 제공한다' 입니다. 주민등록번호의 부여와 사용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한국에서는 신원인증이 왜 중요한지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내가 누구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본다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신원인증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점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WIN은 모든 이들이 본인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켜 10억이 넘는 사람들에게 신원인증 수단을 지급하여 납치, 학대, 그리고 착취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입니다. WIN의 사이트에 소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ID가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느껴볼 수 있습니다.
-신분을 잃어버린 난민
Tey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시리아에서 자랐습니다. 2011년에 네덜란드에 와서 일을 시작했고, 5년 뒤에 계약이 만료되고 난 뒤에 더 일할 수가 없었지만 내전에 휩싸인 고향 땅인 시리아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Tey는 어쩔 수 없이 네덜란드로 망명 신청을 하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1990년 걸프전 때 쿠웨이트에 있던 모든 기록이 유실되어 출생신고서를 비롯한 모든 서류들이 없어졌고 그 때문에 신원증명을 하지 못해 네덜란드에 정상적으로 정착할 수 없었습니다. 2년 동안 캠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Tey는 그 안에서 몇 명의 개발자들과 함께 어디서나 본인의 신원 증명을 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증명 수단이 없어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Tey는 자신과 망명 캠프에서 만났던 수 천명의 사람들과 같이 ‘투명인간’이 되는 사람이 없도록 Self-Sovereign Identity (자주적 신원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고아 사업
지구상에는 약 8백만 명의 아동들이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중 80%는 실제로 고아가 아니라 적어도 부모 한 명은 살아있을 거라 추측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고아원들은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고아들을 이용해 수익을 거두기 위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Zafina는 시골에서 살아가다가 부모님이 브로커에게 거액의 대금을 지급하고 카트만두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카트만두에 도착해서는 고아원에 맡겨졌고, 그 고아원에서 학대와 착취를 당했습니다. 1년이 지난 뒤에야 그 고아원을 벗어날 수 있었고 비로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납치되어 고아원에 맡겨집니다. 납치된 아이들의 신분을 위조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저 신문에 미아 공고를 낸 뒤에 아무도 아이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정부에서는 고아로 등록됩니다. 이제 이 고아가 된 아이를 부모가 찾으러 오게 된다 하더라도 넘어야할 산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명부상에서 아이가 어느 고아원으로 이동되었는지 추적해야하고, 복잡한 서류작업을 거쳐서 정부 기관에 신청서를 넣고, 겨우 아이를 찾더라도 친자 인증을 해야합니다. 분실하거나 위조할 수 없는 신원 시스템이 있다면 고아원 사업을 하고 있는 업자들이 더 이상 ‘바꿔치기’ 할 수 없게 차단할 수 있겠죠.
WIN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솔루션들 중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Blockchain for Humanity Global Challenge'라는 운동을 시작하여 UNOPS와 함께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죠. WIN에서 발간한 레포트에 기재된 솔루션 예제들은 1) 아동들을 위한 디지털 신원 시스템 2) 블록체인을 활용한 통합 ID 시스템 3) 자동화된 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르는 프로토타입입니다. 아직 제한적이고 원시적인 형태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발전해나갈 기반을 다진 점에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WIN, "Turning Invisible Children into Invincible Ones",
Blockchain for Humanity Global Challenge ▷레포트 전문보기(40p)
Blockchain for Humanity Global Challenge ▷레포트 전문보기(40p)
IDbox는 핸드폰도 없고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오지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손쉽게 ID를 등록하고, 등록된 ID로 다양한 서비스들에 증명/인증을 하고 송금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파푸아 뉴기니에서 진행된 POC 프로그램에서는 IDbox에서 자체 제작한 키트를 활용하여 마을 사람들의 ID를 등록했습니다. 태양광 발전 패널을 연결할 수 있고 지문 및 홍채 인식이 가능한 키트에 현지의 유심 카드를 연결한 후 본인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 번호를 등록하고 지문 등의 생체 인식 정보를 함께 등록하여 블록체인 상에 기록합니다. 이렇게 등록된 신원을 통해서 간편하게 송금을 받을 수 있고, 전기를 판매/구매할 수 있으며, 투표에 참여할 수도 있게 됩니다.
WIN이나 IDbox에 비해서 ID2020은 조금 더 보편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ID2020은 디지털 신원 인증으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글로벌 파트너쉽 연합입니다. Accenture, Gavi(세계백신면역연합), Microsoft, 그리고 록펠러 재단이 Founding member로 시작을 했고 UNHCR(유엔난민기구)에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이, 주소, 연락처, 쇼핑 목록, 취향 등 내 정보는 디지털 세상에서 공유되면서 이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분산되어 있고 파편화 되어 있습니다. 내 정보들은 내가 사용하는 서비스 업체나 정부 기관에 널리 퍼져있는데다가 심지어 데이터베이스 간에 일관성도 전혀 없습니다. 이사를 가서 등록된 주소를 바꿔야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많은 곳에 주소 변경 신청을 해야하나요? 뿐만 아니라 교육, 금융, 의료, 복지 혜택 등과 같은 사회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먼저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신원 인증도 필요해 졌습니다. 법인이나 단체와 같은 그룹의 신원을 지나서, 스마트 기계의 신원, 인공지능의 신원도 필요한 시대입니다. 집에 있는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카, 그리고 인공지능 비서의 역할을 하는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가 나를 대신해 은행 업무를 보고 행정 기관에 서류를 접수할 일도 생기겠죠. ID2020은 블록체인을 통해 내가 정보를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질 인증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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