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NPO보고서 및 연구자료 / by 바람술 / 작성일 : 2016.09.20 / 수정일 : 2023.02.21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제윤경, 책담, 2015년.

 

목차

추천의 글 : 약탈자에 맞선 통렬한 외침에 응원을 보내며_유종일 

서문 : 모두가 빚으로부터 해방되는 그 날을 꿈꾸며 

1장 빚, 왜 나만의 문제가 아닌가 

가난할수록 불평등을 옹호하는 사회 

왜 승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가 

승자는 가난한 사람 때문에 손해 보지 않는다 

당신의 빚이 탕감되었습니다! 

한국의 롤링주빌리를 시작하다 

빚, 하면 생각나는 모럴 해저드 

가난한 연체자의 삶은 이렇게 무너진다 

불법 추심과 스톡홀름 증후군 

누구나 채무자가 될 수 있는 사회 

2장 대부업과 신용카드: 빚 권하는 사회의 두 기둥 

국가가 뿌린 돈은 어떻게 폭탄이 되는가 

빚도 자산이라더니 알고 보면 무덤이다 

돈이 필요해? 빚님의 유혹 

돈뭉치가 날아다니고 ‘억억’거리는 광고 

너무나도 간단한 대부업체 등록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라민 은행 

가난한 사람에게 왜 돈을 빌려주는가 

거절할 수 없는 카드사의 미친 친절 

신용카드를 위한 나라 

외상 거절이 불법인 나라 

호모 컨슈머리쿠스에서 호모 익스펙트롤까지 

인간 통제와 퇴출의 최고 병기, 신용카드 

3장 금융제도: 1대 99, 법은 누구의 편인가 

왜 금융의 문턱이 낮아야 하는가 

주식회사 국민행복기금은 꽤 남는 장사다 

사라진 대선 공약을 찾습니다 

금융은 사회적 비전에 투자해야 한다 

돈놀이하기 알맞은 금융제도 

대부업체 편에 선 금융위원회 

기본권보다 재산권을 더 중시하는 제도 

대출은 어떻게 환상을 불러일으키는가 

‘채무자 모럴 해저드’라고 몰아붙이는 금융권 

4장 독촉: 추심은 어떻게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못 갚는 것도 서러운데 ‘먹튀’가 웬 말인가 

도덕적 해이는 금융사에 해당하는 논리다 

아들 같은 놈한테 뜨거운 맛 좀 볼래요? 

아이 앞에서 죄인 취급을 당하다 

10년 전 독촉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10년 전 보증 채무도 추심 대상이다 

법망을 피해 망신을 주는 교활한 추심 

딸에게 대신 갚으라고 협박하다 

노예 문서처럼 팔려 다니는 채권 

신용회복 신청에도 그치지 않는 추심 

배우자 회생 중 보증인인 아내도 추심하다 

남편은 사라졌지만 빚 독촉은 계속된다 

직장 생활을 위협하는 빚 독촉 

채무자를 괴롭히는 것이 추심의 목적인가 

5장 빚, 갚지 않을 수 있다 

헐값에 빚을 사서 거액을 챙기는 대박 사업 

약탈적인 너무나 약탈적인 금융시장 

집요한 추심으로 얻은 놀라운 영업이익 

누구를 위해 법은 존재하는가 

채권자를 위해 진화하는 법률 

채무자를 ‘사람’으로 보는 구제 프로그램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빚이 사라진 채무자,‘더 살고 싶어졌다’ 

금융복지 상담사, 불법 추심을 잡아내다 

초등학생을 파산 면책시키는 괴로움 

죽은 빚을 살려내 추심하는 국민행복기금 

평범한 하루라는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 

부록 나의 부채상황 진단하기 & 빚 탈출 가이드 

- 나는 얼마나, 어떻게 빚지고 있을까 

- 유형별 부채상황 진단 결과 

- E~G타입은 반드시 알아야 할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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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역에서 시민의 빚에 대한 상담과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와 성남시 2곳 입니다.

2015년 대한민국 가계부채는 1,200조 원 가량으로, 시민 일인당 빚을 나눠보았을 때 어린아이들까지 2,400만 원의 빚을 갖고 있고, 3인 가구라면 가구당 7,200만 원의 빚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부채규모는 가처분 소득 160%를 넘어섰고, GDP(국내총생산)의 91% 수준이다.

이쯤 되면 빚과 빚 독촉에서 자유로운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빚과 빚 독촉의 공포에서 억눌려 있는 시민들은 충분한 참여와 자기결정능력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시민이 충분한 참여와 가지결정의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역의 시민의 빚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1. 미친 사회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법원의 파산 면책 신청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아직 어려서 제 이름으로 오는 편지를 보면 반가웠어요. 저에게 빚을 갚으라고 보낸 편지라는 것을 몰랐어요. 아빠가 빚을 남기고 돌아가셔서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아 엄마가 힘들어해요. 엄마는 저를 태권도 학원에 보내셨어요. ‘엄마가 없을 때는 누나가 엄마 대신이라며 누나 말 잘 듣고, 누나와 나를 지키려면 배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엄마는 제가 공부 열심히 하고 인격도 갖춰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대하세요. 그리고 누나만큼만 하라고 하시죠. 저는 한자가 재미있어서 한자 학습지를 하는데 8급 자격증도 땄어요. 저는 축구선수가 꿈인데, 꼭 그 꿈을 이루어서 엄마도 누나도 지킬 수 있도록 판사님께서 저를 도와주세요.”

미국은 소득 수준 이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약탈적 대출로 규정하고 있는데, 상환 능력이 전무한 채무자에게 이뤄진 추가 대출은 더욱 더 약탈적이라고 해석한다.

2013년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는 1년간 321명에게 파산 면책 상담을 진행하였다. 이들의 소득 대비 부채 수준은 400배를 넘어섰다. 신청자의 83.4%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무직 혹은 월 소득이 50만원 미만이었다. 금융위원회가 추산하는 채무 취약 계층은 350만 명에 달한다. 애초에 상환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낮은 이율이든 높은 이율이든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을 채무노예로 삼는 약탈적인 행위일 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자금 수혈이 아니라 근본적인 소득 보장과 일자리 등의 복지 서비스다.

자살예방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어느 실무자는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채무 독촉이라고 지적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법은 가난한 시민들이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 먹을까 봐 뚜껑과 본체 사이에 딱지를 붙이는 것도 허용한다. 딱지가 훼손되면 안 되기 때문에 뚜껑을 열 수가 없다. 냉장고에도 냉장실과 냉동실 사이에 딱지가 붙는다. 냉장고 문을 열 수가 없다. 더운 여름 시원한 물도 못 먹게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의 빚 독촉이다.

2. 시민의 빚,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다

금융위원회가 채무 취약 계층 연구 분석 결과 114만 명은 쥐어짜도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복지가 필요한 계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정책을 펴는 정부의 정책 자체가 잘 못이다. 대한민국 저소득층은 일자리, 복지, 금융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일자리가 불안정해 저소득층에 머물고, 저소득층이지만 복지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저소득층임에도 고금리 금융에 노출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충분하지 않은 복지 시스템의 문제로 대부업 대출이 저소득층의 돌려 막기 종점이 되고 있다.

미국의 채무 타파 운동 단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함께 무작위로 채무자를 해방시킬 수 있다. 상호 지원, 선의, 집단적인 거부 운동을 통해.”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층에게 밥은 굶더라도 빚은 갚으라고 강요한다.

대한민국 몇 차례의 구조조정에서 대기업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빚을 청산하였고, 지금도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면서도, 시민의 빚은 ‘시민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금융사가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상품을 제대로 설계하면 된다. 돈을 빌리는 시민에 대한 상당한 양의 정보를 쥐고 있으면서, 신용 평가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마구 빌려준 뒤(과잉대출) 서비스는 커녕 추심회사에 추심 위탁을 하고, 법망을 넘나드는 가혹한 추심 지옥으로 시민들을 밀어 넣는 것은 공정하지 못 하다.

3. 대한민국, 시민의 빚은 사기다

금융회사는 석 달 이상 연체된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금융회사에 부실채권이 지나치게 많이 쌓이면 금융회사는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부실에 따른 위험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손실에 대비해 자산을 더 쌓아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해당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면 유동성이 감소해 영업에 걸림돌이 된다. 이에 금융회사는 적절한 위험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실채권들을 손실로 처리하거나 대부업체 등에 헐값을 받도 매각해버린다. 대부업체는 금융회사로부터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해 시민에게 원금을 물론이거니와 연체이자와 법정 비용까지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부동산담보처럼 담보가 있는 채권은 70%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신용대출 등 담보가 없는 채권은 0%대부터 5%까지 말도 안 되는 헐값에 팔린다. 상당수 시민들이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이자로만 원금 이상을 갚으면서도 장기 연체자로 사회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당한다. 여러 대부업체를 돌고 돌아 0.1%까지 가격이 떨어진 채권을 죽을 때까지 추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제도를 바꿔야 한다.

형법상 죄는 공소시효를 완성하면 어떤 식으로든 다시 살아나지 않는데 비해, 채권은 소멸시효가 지나도 다시 살릴 수 있다.

4. 복지냐, 시민에게 빚을 권하는 사회냐

대한민국 시민의 빚은 복지의 문제이다. 회사 사정으로 월급이 한 달, 두 달 못 받게 되면 결국 빚을 빌릴 수밖에 없고, 세 달이 넘게 되면 결국 연체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 개인의 삶은 과도한 이자와 빚 독촉으로 훼손된다. 부모님의 병원비로 몇 개의 카드를 돌려막는 시민의 삶도 그 결과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영화 <화차>에 나오는 것처럼 ‘화차’라는 지옥에서 죄인을 실어 나르는 불타는 수레 올라탄 것이다. 빚을 연체하고 있다는 이유로 온갖 모욕 속에서 아무런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시민이 350만 명이 넘는 우리 사회의 한 시민이 되는 것이다.

복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시민의 빚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5. 시민의 빚, 지역에서 해결 가능하다

시민의 빚은 금융회사의 영업이익을 위한 상품이며, 계약관계이다. 금융회사의 지위는 공적 지위가 아니고 채권 채무 계약의 한 지위를 지닌 사업자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는 시민에게 빚을 빌려주고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대출 계약이란 상업적 목적이 전제된 계약 행위의 하나이다. 시민에게 빚을 빌려주는 것은 시혜가 아니며, 신용을 공급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 약속과 계약을 이행하지 못 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상업적 의무이다. 시민이 약속과 계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향후 신용 사용에 불이익이 발생하고 신용불량이라는 패널티를 수용하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많은 시민이 빚 때문에 자살을 한다. 이는 사적 상업적 관계에서 발생한 약속과 계약에 대한 불이행이 사회적으로 단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동안 시민의 세금으로 기사회생한 많은 금융회사들이 약탈적 대출을 자행하고 시민의 삶을 훼손한다. 금융회사들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출로 발생하는 부실은 다시 시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은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다는 자만심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금융감독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담당 기관은 관리감독 외에 등록 및 취소와 같은 행정 업무도 병행한다. 서울시의 경우 등록과 취소 행정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도 다시 25개 구청으로 이관된다. 서울시에만 4,000여 개의 등록 대부업체가 있다. 25개 구청으로 나누면 각 구청당 150여 개의 대부업체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구청의 대부업체 관리감독 인원은 평균 1명에 불과하다.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대부업 관리감독과 관련된 민관대책회의를 시작할 때, 대부업체의 불법적인 빚 독촉이 경미한 처벌로 마무리되는지에 대한 이유가 밝혀졌다. 금용감독원 직원 혹은 대부업체 관리감독 공무원 스스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심어져 있는 ‘재무자의 도덕적 해이’라는 믿음이 너무나 강했다. 가혹한 빚 독촉에 대해서는 관대해지고 채무자의 하소연을 의심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업체 관리감독 공무원 평균 1명이 할 수 있는 권한은 위대하다. 현실을 인지한 공무원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지역의 가혹한 빚 독촉은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 어떤 사례에서는 불법적인 빚 독촉을 파악하고 시민의 빚을 청산시킨 지역의 공무원도 있다.

현재 복지 대신, 시민에게 빚을 권하는 대한민국에서 빚은 계약의 의무이지만, 복지는 시민의 권리이다. 그리고 복지는 시민들 사이의 연대라는 의무도 있다. 빚 때문에 시민의 인권이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작성자 : 바람술 / 작성일 : 2016.09.20 / 수정일 : 2023.02.21 / 조회수 : 1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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