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발적 헌신, 희생 주제를 다룰 때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이 언급 된다.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은 세포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현상이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든 '손가락'이 대표적이다. 엄마 뱃속에서 태아가 자랄 때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기면 손가락이 있는 손이 아니라 오리발 같은 손을 갖게 된다. 태아 때 손가락 사이에 있는 세포들이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의 신호를 받아들여 자판 두들김 기능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쓰고, 예술을 창조하는 '손'이 존재하기 위해서 세포들의 <자살>이 필요했던 것이다.
* 참고 : 아포토시스 매커니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해당 링크 참고
인류는 이러한 위대한 자살 메커니즘으로 어류의 단계를 넘어섰고, 꼬리도 없어져 기어다니는 동물의 단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 거룩한 자살은 가을 낙엽에서도 관찰된다. 나무는 자신의 진화를 위해서 일정 기간 후에 사라져 주어야 할 세포들을 생산한다. 이 숭고한 <자살> 매커니즘에 문제가 생기면 진화와 성숙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메커니즘의 작동이 완전히 멈추면 생기는 것이 '암'이다. 자발적 사멸이 되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세포가 암세포다. 자살을 거부하고 '이기적으로' 불멸을 추구함으로 결국 몸 전체를 죽게 하는 것이 일부 과학자들이 밝히고 있는 견해다. 나는 암말기라고 하면 암 세포가 장기 전체에 가득한 걸로 알았다. 최근 장모님의 암진단으로 4~6cm정도의 크기가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정도의 크기라도 수술이 불가하다고 한다. 그 크기는 전체 몸에 비해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결국 생명 전체를 압살한다. 몸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성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성장단계를 지나 '계속 성장'하는 건 ‘병’이다.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내부 갈등을 겪는다. 갈등의 원인 중 하나는 조직의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의 고장을 방치할 때 생긴다.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을 고쳐 다시 건강하게 작동시키면 고민만하는 조직에서 조직다운 '활동'을 성취하는 손과 발을 낳을 것이다. 사명과 비전의 상관관계로 조직의 건강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비전에 비해 사명이 과열되면 조직은 보수적이 되고, 기존 활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또한 조직의 자존심이 높아져서 관련 단체나 부서 간 경쟁이 심해지고, 뒷담화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사명에 비해 비전이 지나치면 트랜드에 민감하게 되어 다른 단체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시도하려고 분주해진다. 그러다보면 내부 구성원들은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하나라는 회의감이 들고, 조직의 존재이유와 개인의 활동이유가 불투명해진다. 아울러 1섹터의 권력과 2섹터의 재정에 취약해진다. 이렇게 문제는 사명과 비전의 편향성이다. 사명과 비전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사명과 비전의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의 발현을 통한 '균형'이 더 중요하다.
다른 차원에서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이 빛나는 측면은 중간이상 지도력의 ‘위임’과 ‘전수’에서 나타난다. 지난 40여년간 한국사회의는 국가, 기업 그리고 단체에서도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가 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21세기는 '효율의 시대'에서 '효과의 시대'가 되었다. 일 잘하고, 문제없는 단체에서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일으키는 단체의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비영리활동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활동은 팀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하는 것이다. 팀장의 존재이유는 팀원들이 일을 잘 하도록 임파워먼트(empowerment)하는데 있다. 즉 팀원들이 일을 잘 하도록 힘을 불어넣는데 있다. 비영리단체에서는 팀장이 열심히 ‘일’하면 팀원들은 ‘활동’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다. 팀장과 지도력은 팀원들의 일이 '일'이 아니라 '활동'이 되도록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한다. 그 메커니즘은 ‘위임’과 ‘전수’ 그리고 ‘질문’에서 피어난다.
비영리단체 신뢰도와 건강성은 자기 성과의 불멸이 아니라 유한성에서 창조되는 것이다.
강정모 부대표(NPO스쿨)
※ 이 글은 NPO스쿨(nposchool.tistory.com)과
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http://cafe.daum.net/civilcontents)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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