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60대+기후행동의 활동가로 산다는 것)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2.18 / 수정일 : 2024.12.18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60대+기후행동의 활동가로 산다는 것)
유정길 (60+기후행동 운영위원, 녹색불교연구소소장)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청년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 못하겠습니다.
어린아이와 청년의 미래는 물론 노인들의 내일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인류 문명이 지금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않습니다.
땅에서부터 바다와 숲, 벌레와 새들에 이르기까지 지구 가족 모두가 신음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 인간의 오만과 탐욕 탓입니다. … (후략)”
어린아이와 청년의 미래는 물론 노인들의 내일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인류 문명이 지금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않습니다.
땅에서부터 바다와 숲, 벌레와 새들에 이르기까지 지구 가족 모두가 신음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 인간의 오만과 탐욕 탓입니다. … (후략)”
- 60+기후행동 창립선언문 “노년이 함께 하겠습니다” 중 -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습니다.
책상 위에 물컵이 있습니다. 그것을 책상 모서리 끝으로 밀어봅시다. 끝에 닿기 전까지는 괜찮겠지만 만일 책상 끝 모서리까지 조금 더 밀기만 하면, 결국 책상에서 떨어져 물컵은 산산조각이 나고 물도 엎질러집니다. 그러나 모서리로 밀다가 다시 당기면 컵은 안전지대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 모서리 끝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수만 년 동안 1.1도를 항상적으로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탄소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사용으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등의 과도한 발생으로 지구 기온이 상승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1.5℃가 바로 임계점이자 티핑포인트입니다. 그 밑이라면 회복할 수 있지만 만일 그 선을 넘어 올라가면 되돌릴 수 없는 기후재앙이 가속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수많은 경고와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5℃가 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500년이 지나야 썩는 비닐과 400년이나 지속되는 플라스틱이 도처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바다의 대양마다 해류로 인해 모여든 비닐 플라스틱들이 떠다니고 심지어 하와이와 미국 사이에는 남한의 7배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겼습니다.
우리의 성공이 사실은 우리의 실패
한국의 나이 든 6-70대는 과거 먹고 살기 어려워 보릿고개를 견디면서도 결국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사는 것이 발전이라고 생각했고,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목표를 달성하여 세계 10위의 GNP로 물질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한한 성장이 패착입니다. 무한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채굴할 무한한 자원이 있어야 합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사실입니다. 자연, 자원은 유한하고 한정되어 있어 무한한 자원 채굴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연도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지만, 정화 능력 한계 이상의 쓰레기 오염을 견뎌낼 수 없습니다. 또 인간만을 위해 다른 생명을 멸종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는 결국 인간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유한한 자연을 무한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인류의 어리석음, 인간만이 중심이고 다른 생명이나 자연은 지배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 것, 그것이 바로 기후위기를 발생한 것입니다. 넘어서는 안 될, 지켜야 할 성장의 선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넘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고 있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우화가 있습니다. 하루에 한 알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보고 욕심을 내어 더 많은 황금알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우화입니다. 우리 인간은 탐욕에 휩싸인 나머지, 결국 거위의 배를 갈라 더 많은 황금을 가지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과 더불어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또한 은행에 원금은 보존하고 이자만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모두 써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지요.
오늘날 세계는 20%밖에 안 되는 소수의 잘 사는 국가가 83%나 되는 자원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나머지 80% 가난한 나라들이 써야 할 자원을 빼앗고 있으며, 그들의 가난 덕분에 소수 국가들은 풍요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 소수 북반구 국가들의 현재의 번영은 식민 지배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빼앗은 자원으로 이룩한 것이며, 그들 나라의 국민을 강제로 노예로 끌고 와 노동력을 통해 만든 번영이지요.
그래서 오죽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2022년 파키스탄의 1/3을 초토화한 대홍수에 대해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 위기에 책임이 있는 북반구 국가들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아주 낮은 우리가 피해를 보았고 따라서 그로 인한 보상의 책임(생태 부채)이 북반구 국가들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위기는 북반구 국가들의 남반부 가난한 나라에 대한 수탈이며, 나아가 미래세대에 대한 수탈입니다.
이익은 내가 누리고 피해는 외부에, 미래에 떠넘긴다.
오늘날 우리는 갈수록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쓰레기로 버리고 있습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 폐기의 시대입니다. 내가 쓰고 있는 다양한 물건, 특히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은 쓰레기로 버려져 아마도 12시간 이후에는 어디론가 모여져 있을 것입니다. 그 후 일주일 내 도시 근교 매립지에 옮겨질 겁니다. 합법적인 매립지뿐 아니라 불법적으로 몰래 버려지는 곳이 전국에 400여 곳이 됩니다. 전국에 이렇게 버린 쓰레기는 인적이 없는 농촌지역이나 가난한 동남아시아로 팔려 넘겨집니다. 또는 엄청난 양이 바다에 버려지기도 하고 실제 바다로 흘러갑니다. 지금 바다는 곳곳이 플라스틱 비닐들이 모여 떠다니며 엄청난 규모의 섬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청결함과 아름다움은 내가 누리고 쓰레기와 오염은 가난한 지역, 가난한 나라, 약한 생명에게 떠넘기고 있고, 나아가 결국 피해를 미래 세대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것을 “피해의 외부화”라고 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의 본래 정의는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발전”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많은 물질적인 풍요와 청결함은 미래세대가 써야 할 자원을 빼앗아 쓰고 있는 것이며, 또한 자신이 쓴 쓰레기 폐기물을 미래 세대들에게 처리를 떠넘기고 있습니다.
선조들도 후손들도 우리만큼 풍요롭진 못할 것
현재 50~60이 넘은 세대는 과거 보릿고개를 겪으며 어려운 성장 과정이 거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룬 지금은 300만 년 인류 역사상 최고의 풍요를 누리고 있고, 또한 가장 빨리 자원을 소모하는 세대입니다. 이후의 자손들은 우리보다 잘 살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욕망과 성장을 위해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모두 포식했고 빼앗은 결과이지요. 현세대는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았습니다. 그들은 그저 태어난 죄밖에 없음에도 태어나자마자 두려움과 공포, 미래의 절망을 준 것이 바로 우리 세대입니다.
앞날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현재의 고통과 고난을 참고 견디는 힘이 됩니다. 그러나 미래 희망이 없는 세대들에겐 새롭게 기업이나 사업을 해야 할 의욕도, 과학과 기술을 개발하고 창조를 해야 할 꿈도 갖기 어렵습니다. 불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를 더욱 낳지 않을 것이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윤리도 도덕도 지켜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지는 혼돈과 분쟁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자신들의 희망과 가능성을 소비해 버린 현 부모 세대를 증오하고 심지어 적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60+기후행동, 미래세대의 희망을 위해 출범하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더 편하게 더 많은 것을 주려고 아등바등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당장의 편익이 결국 먼 장래에 아이들에게 위험을 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인가 바꿔야한다고 생각했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려고 했던 60세가 넘은 눈 맑은 분들을 모아 2022년 1월 19일 탑골공원 앞에서 60+기후행동을 출범했습니다.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단체의 취지와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불과 일주일에 700여 명이 관심을 보이며 참여해 주셨습니다.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60+기후행동의 출범은 우선, 우리는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참회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위기를 낭비하는 것은 범죄”라는 말이 있습니다. 1월 19일, 즉 119를 출범일로 선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노력과 과정은 새로운 삶,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여생을 바칠만한, 고단하지만 신명 나는 과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정년퇴임을 해서 시간이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그리고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 “연금술사(연금으로 술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 자기 분야에 오랫동안 활동하여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후배들이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행동 방침 “어슬렁”과 사회적 상속
참여하신 분들은 대부분 60세가 넘고 70세 전후한 분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90이 되신 분도 있습니다. 이분들의 열정을 보면 노년은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행동의 기조는 “어슬렁어슬렁”입니다. 그렇게 수많은 기후환경 캠페인에 참가합니다.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가한 60+기후행동)
이산화탄소를 유발하는 석탄화력발전 건설 저지와 새만금 갯벌 지키기, 기후 총선을 위한 노력, 9월 기후대행진 등, 한 달에도 여러 번, 적게는 10명부터 많게는 3-40명까지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 60+기후행동 재생농업 동아리)
그리고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재생농업 동아리가 있고, 채식으로 함께 식사 준비를 하는 공유부엌 ‘탄소로운 식탁’ 모임, 글쓰기 강좌와 교육활동, 아동들의 기후소송 활동 지원, 매주 걷는 모임인 ‘걷자동맹’, 그리고 잘나가는 노래밴드인 ‘방탄노년단(BTN)’ 활동이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사회적 상속모임”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번 돈이 단순히 우리의 노력만이 아니라 천지자연과 주변 사람의 덕분임을 깨닫고, 후손들에게 유산을 물려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자연을 물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60+회원들이 기금을 모아 매월 50만 원씩 기후 환경운동을 하는 청년 4명을 1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현재 기금을 늘리면서 지원 대상도 점차 확대할 예정입니다.
생태문명으로 전환을 위한 신노년 선언
2023년 10월 1일 세계노년의 날을 맞아 60+기후행동은 신노년 선언을 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공멸의 시대, 진정한 민주주의와 생활양식의 전환을 통해 불타는 지구의 불을 꺼야 한다는 호소와, “노년들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으로 다음과 같은 노년상을 제시했습니다.
노년이라는 이유로 물러서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젊은이들과 함께 “행동하는 노년”,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자랑만 하지 말고 이웃과 함께 여럿이 사과나무 심기를 “실천하는 노년”, 안다고 자만하거나 단념하지 말고 “배우고 익히는 노년”, 물려받은 것, 가진 것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미래세대에 나누는 “서로 나누는 노년”,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보살피는 “연대하는 노년”, 문화와 예술과 여가와 놀이를 생산하고 “표현하고 향유하는 노년”이 되길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한 4대 집중행동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어슬렁행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생태적 생활양식을 실천”하며, 문명전환을 위한 삶의 전환을 위해 글쓰기 명상, 독서, 음악, 다양한 문화를 익히는 “함께 배우고 익히는 전환교육 학습”에 참여하며, 유산을 사적으로 상속하지 말고 가능한 미래세대와 사회에 나누는 “사회적 상속의 확대”를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60+기후행동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동시에 노래밴드 “방탄노년단(BTN)”의 단장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방탄노년단)
출범한 뒤 몇 개월 뒤에 몇몇 분의 제안으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단체의 책임을 맡거나 생업 일선에서 허덕이느라 음악적 감성을 갖고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해볼 여지가 없었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정년퇴임 이후 “이제 감성을 참고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분들입니다. 우리는 합창단은 아니지만 약 24명이 멤버들이 참여하고 매월 2회 연습을 합니다. 대체로 15인 정도가 연습에 참여하며 요청을 받아 매월 최소 1회 이상의 공연을 합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약 13-4회의 연주를 했습니다.
피아노와 기타와 2부 또는 4부 화성으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레퍼토리로 연습하고 준비하는 우리들 스스로의 행복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연으로 인해 많은 분이 기쁨을 얻고, 사회변화의 힘과 격려가 되는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60+기후행동과 함께 방탄노년단(BTN)에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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