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배경에서 주인으로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2.17 / 수정일 : 2024.12.18

정치의 배경에서 주인으로


김준성_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직접정치 주민대회
직접 + 정치 = 부담스러운 말의 연속이다.
전화 통화도 직접 하기 어려운 시대에 ‘직접’, 내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정치’
이런 행위를 주민이 굳이 나서서 하는 행사가 직접정치 주민대회이다.

우리는 정치를 흔히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행위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당선만 되면 뭘 약속했는지는 아무도 기억을 못 하며, 문제가 생기면 정치인에게 해결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현실이다. 주민은 4~5년에 한 번 선거철에만 주인이 되며, 선거철만 지나면 정치인이 왕이 된다.
직접정치 주민대회는 이렇게 선거 때 표로 취급받던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정치인에게 부탁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문제를 매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 기성 정치인을 뽑기만 하는 유권자를 넘어서 주민이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만들어내기 위한 대회다. 해마다 주민요구안을 직접 모아 주민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하고 강북구 사업에 반영할 것을 강북구청과 강북구 의회에 촉구하는 방식으로 직접정치 주민대회는 진행된다.

강북구에서 직접정치 주민대회를 개최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2015년 출발한 주민자치회는 2022년 226개 중 절반이 넘는 139개 시군구에서 1,132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동의 대표적인 주민조직으로 주민자치회의 지역사회 역할이 증대되었다. 과거부터 주민자치운동을 매우 활발하게 진행한 강북구 마을 활동가들은 13개 동 주민자치회에 들어가 많은 성과들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주민자치회는 인건비 삭감과 시범 사업 일몰이라는 행정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청에서 배부하는 한정된 예산을 바탕으로는 주민의 자율성을 실현하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 행정 사업 대행이나 관변 사업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강북구는 주민들의 요구와 정치에 대한 요구사항이 상대적으로 반영되기 힘든 정치지형이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정치권력의 교체가 잘 일어나지 않다보니 구청장과 구의회의 인사들은 바뀌지 않고, 주민의 의견에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다.

결국 주민이 직접 강북구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 효능감 높은 모델이 필요했다. 동 단위가 아닌 구 단위의 선거 체계를 기본으로 행정과 정치인들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직접정치 주민대회 형태의 주민참여 운동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직접정치 주민대회의 준비와 제1회 직접정치 주민대회
직접정치 주민대회는 2022년 여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초동모임부터 시작했다. 주민대회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있게 공감대 형성하고 주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직접정치 주민대회를 위한 토론회, 원탁회의, 설명회 등 허공을 떠돌던 생각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난 후인 2023년 3월,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준비위원회를 출범했다.
그 사이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주민자치회 주민총회가 있는데 왜 주민대회가 필요한지. 주민자치회를 무시하는 거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특정 정당을 위한 행사라는 오해도 있었고, 이럴 거면 구의회 의원들은 왜 뽑냐는 농담 반 진심 반의 항의도 있었다.
직접정치 주민대회 준비위원회를 조직하기 위해서 강북구의 다양한 모임 만났다.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주민자치회 만남, 노동조합 간담회, 빈민 노점상 간담회, 정당 간담회 등 주민대회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주민들이 주민대회 준비위를 구성해 나갔다. 인수동 주민자치위원을 하던 주민, 삼각산 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장, 수유1동 마을 활동가,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노동조합, 수유역에서 고구마 파는 노점상, 소수 정당인, 노인밥상 목사님 등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직접정치 주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주변에 있는 주민의 작은 민원부터 요구를 모으고 가능한 한 많이 포괄될 수 있는 주민요구안을 취합했다.

2023년 3월 출범식 이후 지난 4~7월 507개의 주민요구안을 수집했고, 이를 331개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분석해 총 65개의 주민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이 65개 주민요구안을 바탕으로 강북구 주민대회 주민투표 용지 확정을 위한 심의 회의를 개최했다. 이렇게 2023년도 10대 주민요구안은 확정되었다. 
1회 직접정치 주민대회 목표는 단순했다. 주민의 의사를 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조례 발의 요건 이상의 주민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었다. 즉 주민조례 발의 요건이 되는 강북 주민(약 28만 명)의 1/70인 4천 명 이상 주민투표를 받아야 했다.
1회 주민투표에는 오프라인 3783명, 온라인 457표, 현장투표 81표로 총 4,321명이 동참했다. 또한 200여 명이 강북구청 앞에서 1회 직접정치 주민대회를 개최하여 주민투표를 개표하였다. 1회 직접정치 주민대회 결과의 파장은 상당했다. 생각보다 많은 주민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얼마나 많은 주민이 투표에 참여할지 의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정치인들도 주민투표 결과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우리 지역위원회는 강북구청과 강북구의회가 주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관련 제도와 가용 예산을 활용하여 구정에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겠습니다.”
강북구청, 강북구의회,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간담회를 통해 위와 같은 답변을 들었다. 준비위원회는 세부 주민투표 의제별로 담당 구의원을 정하고 먼저 실현 가능한 투표 항목을 추진시켜 나갔다.
10가지 의제 중 4가지 의제(강북구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경로당 식사 지원 증대, 솔샘터널 경사로 안전 대책 수립, 요양보호사 장기근속 수당 지급)을 현실화시켰다.


제 2회 직접정치 주민대회
올해 2회 직접정치 주민대회를 준비하면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다양한 고민이 포스트잇에 모아졌다. 그중 모인 주된 목표는 정치를 조금 더 확장하는 것이었다. 정치는 단순히 강북구 의제에 국한되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강북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정부나 국회에 바라는 의제 항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매년마다 주민 참여 숫자를 늘려 직접정치 주민대회의 위력을 키워나가자는 것도 목표로 수립했다. 더 다양한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새롭게 참여하게 된 전석상 다올장애인인권센터 이사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없는 강북구의 현실을 지적하고 "장애인에게 체육활동은 재활 운동으로 취미가 아닌 치료 활동"이라면서 강북구 장애인 전용 체육관 건립의 시급성을 가지고 주민대회에 참가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2024년 주민들로부터 받은 108개 주민요구안과 작년에 제출된 56개 주민요구안 중 실현되지 못한 요구안을 바탕으로 주민투표 용지 확정을 위한 심의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심의 회의에서 처음으로 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요구안이 논의되었다. 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의제로는 ▲주민소환제 강화 ▲비례대표 확대 ▲주거기본법 개정을 통한 주거복지센터 설치 확대 및 강화 ▲출산 가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출산 지원금 확대 등이 제출되었다.

2024년 8월 11일 주민투표 용지 확정을 위한 심의 회의를 통해 2회 주민투표 용지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주민투표에 들어갔다. 올해 주민투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1만 명이라는 목표를 수립했지만 한 해 만에 두 배가 넘는 숫자를 받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기후위기로 장마가 늦어지면서 9월 장마로 거의 2주 동안 주민투표를 받기가 어려웠다. 무더운 날씨는 거리의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렸으며 10월 초가 다 되도록 참여 수는 2,000명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작년보다 더 많은 숫자를 받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방법은 달리 없었다. 비가 오든 햇볕이 뜨겁든 계속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10월에 강북구에서 열리는 모든 축제마다 주민투표 캠페인을 진행하고 아파트에 주민 투표함을 설치했다. 수유역을 지난 주민들의 얼굴이 거의 외워질 때쯤 주민투표는 5천 명을 넘었다. 결국 제2회 주민투표에는 오프라인 4,608명, 온라인 428표, 현장 투표 100표로 총 5,136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2024년 10월 27일 일요일 오후 3시 강북구청 앞에서 제2회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가 열렸다. 날씨가 갑자기 바뀌고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우산을 들고 약 200여 명의 주민이 자리를 지켰다. 2회 직접정치 주민대회는 화계중학교 동아리 월화무경의 댄스 공연과 152번 버스를 타고 강북구를 누비던 청년밴드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사진: 제2회 직접정치 주민대회 청년밴드 공연_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준비위원회 제공)
(사진: 제2회 직접정치 주민대회 현장_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준비위원회 제공)

솔샘중학교와 수유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강북구의 청소년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교통비를 지급해 주었으면 좋겠다”라며 “마음이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학교 밖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청소년 문화지원금 지급을 요구했다.
미아동 주민 윤정현 씨는 “강북구는 빌라 비율이 높다”며 “빌라 관리소에 주요 재활용품을 분리하여 배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쓰레기양을 줄이고 재활용품 수거도 좀 쉽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이들 공연을 함께 준비한 삼각산동 주민 김은주 씨는 “강북구도 다른 구처럼 달빛병원이 운영되었으면 좋겠다”며 소아·청소년 응급병원 부족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강북정보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홍예은 씨는 “강북구 7개 공공도서관 중에 사서 수를 충족하지 못해서 남은 공공도서관은 이제 2곳뿐이고, 공공도서관으로 등록하지 못한 곳들은 서울시나 국가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라며 “올해 받았던 보조금 예산도 전부 환수 조치되었다”는 공공도서관의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 제2회 직접정치 주민대회 현장_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준비위원회 제공)

2회 주민투표 개표 결과 강북구에서 해결해야 할 의제로 ‘65세 이상 노인 대상포진 무료 접종과 임플란트비 지원’(2,393표)이 1위로 뽑혔다. 그 뒤를 이어 ‘청소년 교통비와 문화지원금 지급’(1,948표)이 2위를, ‘야간 휴일 소아·청소년 병원 운영’(1,724표)이 3위를 차지했다. 또한, 재활용 분리배출 공동구역 설치(1,720표), 주거 약자를 위한 조례 제정과 주거복지센터 운영(1,581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보도블록 정리(1,158표), 수유역 6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 혼잡도 개선(1,020표), 노점상, 상가, 주민 상생 방안 마련(883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구청 지원(762표)등의 순으로 나왔다.
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요구안으로는 ‘주거 약자를 위한 기본법 개정’이 1,629표를, ‘주민소환제 강화’가 1,049표의 득표를 얻었다.

2회 직접정치 주민대회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강북구청과 구의회에 주민들의 투표 결과를 알리고, 이를 구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정치의 배경에서 주인으로 되는 길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직접 하는 수밖에. 직접 요구해야 바뀌고 주인이 된다. 그 주인인 주민이 모일수록 그 힘이 커진다. 이 교훈을 가지고 다음 3회 주민대회를 준비한다.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2.17 / 수정일 : 2024.12.18 / 조회수 :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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