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_현장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2.06 / 수정일 : 2024.12.17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재난이 된 지금, 강성원 기후재난전문가에게 기후재난과 관련된 이야기를 4회 걸쳐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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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전문가 강성원


기후재난 현장

“아침에 출근하려고 차 문을 열었는데 바람 때문에 열 수 없었어요” 
“통화하려고 밖에 나갔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통화를 할 수 없었어요” 

2023년 4월 11일 오전 8시 22분 강한 바람이 강릉에 불며 소나무가 쓰러지고, 근처에 있던 전선이 끊어지며 강릉 산불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바람 세기는 29m/s로 매우 강한 바람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강풍이라면 강풍 특보는 지붕 기와가 날아가고 나무가 쓰러질 정도의 세기입니다. 
강릉의 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었습니다. 산림청 대응 단계도 오전 9시 30분 1단계에서 10시 30분에는 최고 단계인 3단계까지 발령되며 진화 자원이 총동원되었습니다. 산불 진화 헬기도 출동 지시가 내려졌으나, 헬기 운행 가능 풍속이(20m/이하) 넘어 헬기가 이륙하지는 못했습니다. 

<출처: 산림청_2023봄철 전국 동시다발 산불백서>

당시 피해 주민들은 “그때는 도깨비불이 어떤 불인가를 실제로 보게 되었어요. 불덩어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고 어디에 옮겨붙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어요.”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였습니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인근 주민 300여 명은 강릉 아이스 아레나(이재민 대피소)로 대피하였습니다. 이재민들은 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원으로 한 달간 이재민 대피소에서 텐트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후 각자 임시 주거지로 이동하였는데 토지 소유자들은 본인들의 토지에 임시주택을 설치해 입주하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공임대주택이나 전세 임대아파트에서 임시로 머물렀습니다.  

2024년 9월 20일 또 다른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전남권과 전북, 충남, 제주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면서 중대본 1단계가 가동되고, 경남, 전남 지역 곳곳이 침수되면서 9월 21일 새벽 1시, 중대본 2단계로 격상되었습니다. 당시 경남 창원 강수량은 시간당 109.5mm, 전남 진도는 112.2mm였습니다.

기상청은 2023년 6월부터 ‘집중 호우’ 대신 ‘극한 호우’ 라고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극한 호우’란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인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mm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9월 21일에 내린 극한 호우로 진도는 그야말로 물난리였습니다. 다음날 오일장이 서야 하는 진도군 진도읍 ‘조금 시장’은 36개 점포 전체가 물에 잠겨 모든 집기를 다 버려야 했습니다. 조금 시장에서 닭집을 운영하던 박 모 씨는 “시장에 물이 찼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달려왔는데 물인지 강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고 가게로 들어 갈수가 없었다.” 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8가구가 침수된 진도 용인마을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침수된 가구의 모든 살림살이를 끄집어내야 해서 일반 봉사자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인근 군부대가 수해복구에 동원되었습니다. 이재민들은 침수된 집과 살림살이를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4. 9. 24. 진도 용인마을에서 군인들이 복구하는 모습 Ⓒ강성원>

그냥 재난이 아닌 기후재난
문제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측이 가능하면 대피할 수 있고, 예방 가능하지만 앞으로 겪게 될 재난은 예측할 수 없기에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7월 군산 어청도에는 시간당 146mm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는 200년에 한 번 발생할 법한 폭우였습니다. 
진도 용인마을 이장은 “내가 여기서 태어나 70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한 번에 많은 비가 온 것은 처음이에요. 기후가 변하고 있긴 있나 봐요.” 라며 이번 재난이 기후변화로 일어난 재난임을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산림청에서 발간한 <봄철 동시다발 산불백서>에 따르면, 2020년대(20~23년) 들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은 연평균 8,369ha로 2010년대 857ha보다 약 10배 증가하였고, 연간 산불 발생 일수도 2000년대 136일, 2010년 142일, 2020년대 169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산림청_최근 50년간 산불발생 추이_2023봄철 동시다발 산불백서>

<출처: 산림청_연대별 산불 발생 일수_2023봄철 동시다발 산불백서>

이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봄철 및 여름철 고온건조 현상이 심화하고 겨울철에는 적은 강수량 등으로 인해 산불이 점차 연중 대형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기후재난 대응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잊혀진 강릉 산불이지만 이재민들은 지금도 임시 주택에서 2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이재민은 “집이 너무 추워요. 한번 와서 보세요.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너무 추워서 집안에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어요.”라며 어려운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정부는 집이 전소되고 토지 소유 이재민에게 임시주택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임시’로 만든 곳이기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습니다. 갈 곳 없는 이재민은 여전히 임시주택에 머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 및 사회재난 생활안정지원 항목별 단가는 산불(사회재난)로 인해 주택이 전소되었을 경우 보상액이 최대 3,600만 원, 반파되었을 경우 1,800만 원을 지원합니다. 보상액에 국민 모금액이 추가되겠지만 새로운 거주지를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지원금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이재민들은 심리적 불안함을 호소합니다. 70대 차 모 씨는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와요. 가슴도 두근거려요. 우리 아저씨는 그날 이후 말수가 줄고 표정이 없어졌다”며 일상에서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강릉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강릉 산불 이재민 200여 명을 대상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불안 정도를 측정한 결과 30%(60여 명)이 고위험군으로 조사되었습니다.1)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재난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복구는 피해조사 후 보상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러나 이는 충분치 않습니다. 미국은 스탠포드 법(Stafford Act)에 따라 재난사례관리(Disaster Case Management)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난 생존자들이 “재난 발생 전 수준의 기능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을 지원”하거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제공자들의 역량 재난피해지역 내 지역사회기반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사례 연구를 강화”하고, “주(State) 단위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2)
한국도 공동체 회복과 관련된 다양한 정부 지원이 법적인 절차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후위기로 인해 재난은 더욱 빈번하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중단과 재생에너지 전환·확대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21.6%로, 지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동일하며, 이 발전 비중으로는 1.5도 상승 저지 목표 달성이 불가능합니다. 더군다나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44.9%를(석탄 17.4%, LNG 25.1%, 수소암모니아 2.4%) 화석연료에 의존할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 탄소중립 목표와 상충하고 있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출처: 미래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지구온도변화_기후변화2023 종합보고서_IPCC>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발표한 <기후변화2023 종합보고서>는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최대 4℃로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살게 될 지구는 어떤 지구일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1) 강원일보_ 2023년 4월 25일 [산불 이재민의 ‘일상 회복’ 돕자] 3명 중 1명 트라우마 고위험군 … “심리도 응급처치 필요” https://m.kwnews.co.kr/page/view/2023042416571411728
2)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Safety Vol. 35, No. 5, pp. 106-114, October 2020 https://www.koreascience.kr/article/JAKO202034965739373.pdf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2.06 / 수정일 : 2024.12.17 / 조회수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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