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를 위한 공익활동 데이터 모음-아카이브-] [맥락을 담은 아카이브]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1) : 아카이브의 의미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1.27 / 수정일 : 2024.11.27

공익활동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월 둘째,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1시에 발행되는 공익희레터를 통해 활동 정보와 자원을 연결하여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온, 오프라인 플랫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네 번째 주제로 "아카이브"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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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를 위한 공익활동 데이터 모음-아카이브-] [맥락을 담은 아카이브]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2) : 공익활동과 아카이브

👉[활동가를 위한 공익활동 데이터 모음-아카이브-] [맥락을 담은 아카이브]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3) : 아카이브 사례



[맥락을 담은 아카이브]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1) : 아카이브의 의미 ​

정혜지(아카이브센터(주) 센터장)

​ 들어가며


기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남기고자 하는 본능적 행위이자 그 산물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문자가 발명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인간사회는 기록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기록’이 남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은 불필요해서 버리고, 어떤 것은 실수로 잊어버리고, 어떤 것은 화재로 불에 타 사라집니다. 2001년에 쓴 한글 파일이 더 이상 컴퓨터에서 열리지 않으면, 사라진 것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한편 어떤 기록은 처음부터 남겨지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네 할머니의 젊은 날 이야기는 근대 여성으로서 가졌던 사회적 진출에 대한 열망과 좌절을 나타낸 중요한 서사이지만 기록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는 거동이 어려운, 또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기억은 가족 간의 추억 속에서만 살아 있다 세대를 거치며 사라질 것입니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사라지는 기록은 남겨지는 기록보다 더 많습니다. 사람들은 꼭 남겨야 할 만큼 중요한데 사라지는 기록을 보관하기 위해서 ‘아카이브’를 만들었습니다. 아카이브는 무엇일까요?



□ 학문적 영역에서 아카이브​
아카이브(archives)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르케(arche)’라는 단어는 권위 또는 기원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기록을 보관하던 주체는 국가나 거대 기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고대 그리스의 참주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서고를요.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서고 안에는 철학, 행정, 신화, 제사에 관한 양피지나 파피루스가 가득 차 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근대에 들어서 아카이브가 가진 공공성이 더욱 시민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흐름이 커졌습니다. 근대적인 아카이브는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 주권의 하나로서 기록(=정보)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에서 대두되었습니다. 시민의 권리로서 기록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기록 관리에 진심인 나라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각종 관청에서 남긴 공문서, 개인의 문집까지. 심지어 한국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가장 많이 등재된 순으로 세계 3위입니다. 오랜 시간 기록하는 행위와 보존의 가치를 문화로 간직한 지식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이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으며, 최근에서야 여러 방면에서 기록하기와 아카이빙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로 행정기관 중심의 아카이빙이 이루어져 왔지만, 문헌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한 대시민 서비스의 확산, 대안적 역사쓰기 물결 속에서 아카이브가 존재가치를 드러내며 다양한 영역에서도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아카이브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아카이브는 좀 지루합니다. 데이터베이스의 아이템 유닛을 중심으로 서로 관계된 데이터들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아카이브들이 ‘한땀 한땀’ 데이터를 작성해 냅니다. 물론 사람의 힘으로요. 과거에 있던 자료들을 디지털화할 때에는 AI로 데이터를 생성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생산된 날짜, 제목(특히 사진의 경우), 생산자 같은 기본 정보들은 그저 이 기록을 아는 사람 머릿속에 기억으로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수천, 수만 건을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씨줄과 날줄이 모여 만들어진 아카이브가 단장을 마치고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됩니다.


□ 우리에게 친숙한 아카이브
개인과 집단에게 아카이브는 자기를 성찰하고 PR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SNS를 통해서 자기를 알리기도 하고, 여러 플랫폼에 자기 정보를 정리해 놓습니다. 삶의 노력과 시간이 빚어내면서 켜켜이 쌓이는 데이터는 나의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쌓인 데이터가 나의 서사가 되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단순히 0과 1의 집합일 때는 볼 수 없었던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 속에서 내 삶의 방향성과 목표라는 맥락을 찾을 때 나의 내러티브는 일단 완성됩니다. 이런 장점은 개인을 넘어 문화예술계, 건축계, 제3섹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발휘되고 있습니다.


 
남산예술센터 디지털 아카이브의 시맨틱 구조 (사진출처 - https://www.nsac.or.kr/)
아카이브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책이나 일회성 웹사이트로 만들어지게 되면, 디지털 사회에서 그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책도, 일회성 웹사이트도, ‘사라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순간에는 다양한 자료를 담은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걸 토대로 연구자들이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필드에서 제가 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목소리는 ‘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책장에 꽂히는 순간 잊혀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일회성 웹사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카이빙한 결과물을 멋진 인터페이스로 만들었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 샌가 접근할 수 없는 URL이 됩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접속 가능하고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절실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카이브의 장점을 가져다 활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특정한 기준으로 모아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큐레이션하기도 하고, 활동 그 자체가 아카이브가 되기도 합니다. 



파인아트 영역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아티스트를 해시태그로 아카이빙하는 아트태그 (사진출처 - https://arttag.kr/)


평택시 공익활동지원센터의 아카이빙 활동 (사진출처 - https://ptgongik.org/p201/?bmode=view&idx=15001221)


​ 아카이브의 핵심, 맥락
이런 다양한 아카이브 사례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맥락’일 것입니다. 기록은 인간의 모든 활동 속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산물입니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살 때도, 덕질을 할 때도, 학교에 가고 업무를 할 때도 기록은 만들어집니다. 구매 데이터 속에는 내 카드 정보와 구매 일시, 품목, 판매자 정보가 남습니다. 영수증으로 출력되기도 하고 카드사에서 조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자료는 대개 우리 삶 속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구매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거나 이물질이 나오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찾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록이 아카이빙될 가치가 있으려면 맥락이 있어야 합니다. 위 사례에서 맥락은 ‘내가 구매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다’ 입니다. 구매한 행위, 음식을 먹은 행위, 배탈로 고생한 시간에 대한 증빙이 이루어지기 위해 기록은 보관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런 자잘한 맥락이 아니라, 더 큰 사회적 함의를 맥락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서울시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공익활동의 의미와 가치, 그 속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메시지, 그 과정의 역사를 맥락으로 본다면요.

공익활동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것입니다. 복지 및 사회서비스, 환경보호, 교육과 평생학습, 문화 및 예술, 인권과 평등, 건강 및 의료, 청소년 및 아동, 재난 및 구호, 지역사회 개발, 국제 개발 및 협력, 시민참여와 사회적 운동 등입니다. 우리 삶 속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큽니다.

이런 다양한 분야 중,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공익활동은 무엇인지 정책적 관점에서 고민해 봅니다. 그 후 이런 정책 방향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목적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봅니다. 이 활동은 사업이 될 수도 있고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시간순으로 정리되었을 때 우리의 맥락이 드러날 것입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서울시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익활동 역시 맥락을 통해 기록의 가치를 부여받습니다. 활동의 의미와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들이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맥락에 따라 분류되어야 합니다. 아카이브가 단순히 기록을 저장하는 공간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변화의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디지털 시대의 아카이브
이전의 아카이브는 자료의 색인과 레코드 관리에 그쳤습니다. 30대 이상의 독자들이라면 어린 시절 공공도서관에서 도서카드로 책을 찾아보던 추억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 별명은 책벌레였는데, 큰 지역도서관에서 책냄새에 파묻혀 살던 때가 떠오릅니다. 우선 내가 찾고자 하는 책의 제목이나 저자 이름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찾고자 하는 책의 제목을 알지 못하면 찾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아래 그림처럼 서랍을 열어 해당하는 제목이나 저자를 찾습니다. 001-000-000 등의 일련번호로 구성되어 있는 서가번호를 보고 책이 꽂혀 있는 서가까지 걸어갑니다. 거기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책을 찾아내죠. 가끔 사서 선생님이 미처 정리하지 못해 빈 칸만 남아 있거나 트롤리처럼 생긴 이동식 책 정리대에서 우연히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소통 - 대학생 기자단 (사진출처 - https://www.mcst.go.kr/kor/s_policy/comm/studentNews/studentNewsView.jsp?pSeq=4923)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가 찾고 싶은 책을 찾을 수도 있고, 혹은 관심 있는 분야를 카테고리 목록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딱히 특정한 제목이나 저자를 알지 못해도 웹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희귀한 자료들도 공개만 되어 있다면 온라인에서 찾아보는 건 일도 아닙니다. 이 이면엔 누군가가 신간 도서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계속 추가하고, 기존의 자료가 손상, 유실, 열화 등으로 변했다면 그 상태를 정리하여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사서가 하는 일입니다.

아카이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는 색인 목록과 카드로 정리하던 기록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이 큰 몫을 했습니다. 단순히 디지털 디바이스를 쓰고, 인터넷 망이 생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록물을 ‘보존’하는 수동적 일에서 벗어나서 ‘활용’하려는 능동적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록해서 남기는 행위는 나중에 누군가가 써먹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물리적 공간에 정리되어 있는 것보다는 데이터로 관리되는 게 활용도가 높겠지요. 내가 필요하다면 로컬 공간에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고, 데이터세트를 활용해 의미 있는 통계를 뽑아낼 수도 있을 테고요. 여기저기 다양한 아카이브를 검색해서 내가 만들고 싶은 숏폼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historic.candy)

기술의 도입은 아카이브 운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기록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여러 데이터를 풍부하게 획득할 수 있도록 바뀌었고, 온라인에서 아카이브를 찾아보는 일도 평범해졌습니다.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카이브의 핵심은 여전히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맥락과 가치판단에 있습니다. AI 만능설을 부정하는 이유입니다. AI는 유용하고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디지털화 과정에서 정서적, 문화적 요소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섬세한 참여와 기술의 조화를 통해서 맥락이 지켜지는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작성자 :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11.27 / 수정일 : 2024.11.27 / 조회수 :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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