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 상황처럼 긴장감을 가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에서 큰 차이가 없이 트럼프가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외교, 무역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점치고 있지만, 그중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죠.
그래서 이번 아카이빙은 트럼프 제2기 행정부 기후변화협약의 방향과 내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29차 기후변화총회와 재원 문제
11월 11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제29차 기후변화총회(이하 COP29)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기후변화총회의 주요 논의 사항은 재원입니다. 2025년 이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 및 조달하는지 중요한 의제가 되었습니다.
- 한겨레: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서 “기후재원 연 최대 6.7조달러 필요”
기후재원에 대한 독립적인 고위 전문가 그룹에 따르면, 2025년~203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원은 6조 3천억 달러~7천억 달러입니다. 이 중에서 선진국 그룹 2조, 중국 1조,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 그룹 2조 가량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재원을 조성하는 단계에서 이미 난항이 발생했습니다.
선진국 그룹의 재원 조성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미국 때문이죠.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지시한 행정명령이 기후변화협정 탈퇴였습니다. 그 후 세계보건기구(WHO) 탈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죠. 그러므로 선진국 그룹에서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할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중국의 입장도 부정적입니다. 중국은 G2로서 위상을 얻기 위해서 미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제2기 행정부 출범 후 기후변화와 국제보건 의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기후변화 재원 조성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필요한 재원은 선진국이 부담하는 것이지 개발도상국(중국)이 부담해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즉, 선진국들은 오랜 시간 동안 대기 오염부터 이산화탄소 등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오염 물질들을 배출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니까요. 그런데 기후변화라는 문제가 발생하자 후발 주자인 개발도상국들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중국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 경향신문: G20, 신규 기후재원 확보 합의 무산…배경에 ‘트럼프 영향력’ 분석
그런데 중국의 부정적인 태도는 장기적으로 COP29 이후 기후변화 재원 형성에 큰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으로서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국 및 개발도상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BRICS와 일대일로를 통해서 신흥시장 국가 및 개발도상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G20, OECD는 미국 중심의 선진국들을 위한 클럽이라면, 글로벌 사우스는 중국이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개발도상국 클럽이죠.
- 중국전문가포럼(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 대한 소고
특히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죠. 나아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도 글로벌 의제는 더 이상 선진국의 영역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선진국 주도로 형성되었던 국제사회의 의제에서 개발도상국의 영향력 혹은 참여가 중요한 변수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늘어난 것이죠.
그래서 글로벌 사우스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동규 연구위원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는 서방 국가들의 중국 배제에 대응하고, 중국식 체제의 개발도상국 전파가 주요 목적입니다. 그동안 여러 국가는 미국의 사상과 문화(예: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출신 학자들의 영향력이 확장되었죠.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중국의 체제와 사상을 신흥시장 국가 및 개발도상국에 전파하여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 국가 중심의 외교는 장기적으로 미국과 동맹국 vs 글로벌 사우스의 대립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궁극적으로 이 현상은 기후변화를 넘어서 글로벌 공동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국제적 의제 해결 혹은 협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테슬라의 관계
또 한 가지는 전기자동차입니다. 트럼프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세계적인 기업의 수장이 될 수 있도록 해준 사업은 전기 자동차입니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1조 7천억 달러로서 미국의 7개 빅테크 기업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7에 재진입 했습니다. 테슬라를 넘어서 일론 머스크의 가치는 기업가이자 미국 대통령의 2인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 전자신문: 테슬라 시총 2년 6개월만에 1조 달러 돌파
- 중앙일보: “전기차 천천히”…바이든·트럼프, 누가 이기든 전기차 산업 ‘울상’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죠. 바로 전기 자동차입니다. 비록 전기 자동차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전기 자동차는 한동안 기후변화, 탄소중립의 대명사로 간주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가짜 혹은 사기로 생각하는 트럼프의 곁에 전기 자동차로 세계적인 재벌 자리에 오른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흡사 악어와 악어새 같은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현재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자동차 연비 기준 완화 등 규제와 지원 제도 폐지를 준비 중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테슬라의 경쟁사(예: 포드, GM 등)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어서 테슬라가 명실상부한 전기 자동차 1인자로 자리매김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동차 연비 기준 완화는 내연 기관차에 대한 혜택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정책이 일론 머스크에게 혜택인지 아니면 약점이 되는지 복잡하죠.
경제적인 이유를 떠나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의 아이콘으로서 주목받았던 전기 자동차에 대한 혜택 감소는 한 가지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은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키워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기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기후변화 혹은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그 행동이 적절한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개인 인식의 전환을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 중 수소 및 전기 버스가 많이 등장했죠. 나아가 소형 트럭(예: 1톤 트럭)도 전기 트럭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내연 기관차에 대한 연비 완화는 매연을 뿜어내는 자동차를 이용해도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전기 자동차의 효용성을 떠나서 개인의 행동과 인식 전환에 도움을 주었던 전기 자동차의 효용성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죠.
- 박지영, 김자인: 지역 대기오염 인식이 전기자동차 구매의향에 미치는 영향(국토연구)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기 전부터 환경 관련 이슈들은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그의 단호한 행동과 실천력 때문에 현재 이야기되는 모든 이슈들은 단순한 논의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기후변화와 전기 자동차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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