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서울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글로벌 인재포럼 2024가 개최되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AX와 사람입니다. AX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전환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빠르게 발전하는 AI로 인해 변화하는 세상을 대표하는 용어입니다.
출처: 글로벌인재포럼 홈페이지
우리에게 AI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른바 생성형 AI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챗GPT는 2022년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챗GPT의 급격한 변화와 발전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이 20년처럼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AI의 활용에 대한 많은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부는 2025년부터 AI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수학, 영어, 정보, 특수교육부터 도입을 시작으로 2028년 국어, 사회, 기술과 가정, 과학 과목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의 도입은 학생들에게 최적의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재원과 교재 등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육부: [카드뉴스]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 발표(6.8.)
출처: 교육부
이제 회사 업무를 넘어서 학생들의 교육 현장에 AI가 도입되는 것은 더 이상 AI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밀접한 도구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AI의 도입부터 응용이 우리 생활에 100%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요?
예전 인터넷이 등장하고 보편화되는 시점에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디지털 격차는 현재 시대에 매우 드문 용어이겠으나, 개인, 가정의 소득 차이로 인하여 인터넷 접근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했었죠. 디지털 격차로 인한 양질의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획득하는 차이는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사이에 차별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니다.
연합뉴스: [2024국감] “AI 격차 해소 AI 바우처 사업 추진 필요”
이뉴스투데이: AI 책임, 다양성·포용성에 ‘방점’···“사회적 취약계층 위한 서비스 약속”
AI타임스: [AI와 고용시장③] 노인, AI 기술변화 적응 취약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지금 우리는 디지털 격차를 넘어서 AI 격차(AI divide)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AI 격차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의 차이를 말합니다. AI 격차는 단순히 AI 프로그램(예: 챗GPT)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AI를 활용하여 적절한 결과물을 완성하는 능력(Capacity)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합니다.
질문하는 능력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22년 챗GPT가 등장했을 때 다양한 밈들이 등장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은 챗GPT의 능력을 의심하게 했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챗GPT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거나 혹은 거짓 정보를 제공해서 그 성능과 잠재력에 물음표를 갖게 했었습니다.
한국일보: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 알려줘" 물었더니... 챗GPT의 엉뚱 답변 '밈'으로 유행 중
그러나 더 이상 챗GPT는 거짓 정보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물론 챗지피티가 전달하는 정보는 100%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의 편향성, 할루시네이션 등 우리가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 요인이 있지만, 불과 2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보여주고 있죠.
전 세계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서 학습하는 AI는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답변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는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AI를 활용할 때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답변을 도출하도록 유도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석하는 능력(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등)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결국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과 사고력’의 중요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죠.
GS칼텍스: [전문가칼럼] 질문이 중요한 AI시대, 정답을 찾아내는 올바른 질문법
사고력의 실종 시대
그러면 사고력을 키우는 능력에 무엇이 중요할까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주겠지만, 독서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뉴스에서 잊을 만하면 문해력에 대한 논란 기사가 나옵니다. 최근에는 ‘시발점’이란 용어 때문에 욕설 논란이 일었죠. 올해 상반기 유튜브 너덜트의 배우 모집 ‘0명’ 이후로 문해력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서울신문: [단독] “쌤, 무슨 말이에요”… ‘불통’에 갇힌 교실[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심지어 도서 판매 추이를 보면 문해력 위기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소설은 전월 대비 69%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소설, 참고서적, 문학을 제외하면 다른 영역의 판매율은 마이너스입니다. 즉, 현재의 독서는 개인의 필요에 의하여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유행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것이죠. 어쩌면 AI 디지털 교과서 등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된다면 AI에 대한 서적의 판매율은 증가하겠지만, 그 외에 영역의 도서들은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출처: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저는 이것을 독서의 편향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AI 분야에서 AI 편향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정 주제, 특정 내용에만 집중하는 현상으로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취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독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데이터에서 보여준 것처럼, 독서의 편향성은 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특히 SNS를 통해서 형성되는 유행, 트렌드에 맞추기 위한 모습으로서 독서가 더 확대 될 수 있죠. 결국 독서의 편향성은 다양한 분야, 주제, 내용을 파악하고, 학습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사회의 유행에 맞춘 편향된 독서가 증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AI 전문가들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활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편향성’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AI에 제공하는 데이터는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이며, 인간의 데이터는 이미 ‘편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는 승자의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된다고 말합니다. AI 등장하기 이전에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로서 ‘역사’는 편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초-중-고 및 대학교를 통해서 편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편항된 데이터가 적합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하여 ‘비판적 사고’를 훈련받았습니다. 가령 독서, 글쓰기 등을 통해서 말이죠.
한겨레: “서구·백인 대변하는 AI 알고리즘, 문화 다양성 말살 우려”
그러나 영상의 등장은 많은 시간과 사고력을 소모가 필요한 독서보다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전달해 주는 영상(리뷰)을 선호하게 되었죠. 결국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 혹은 알고리즘이 대신 생각해 주는 것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점점 퇴화하는 중인 것이죠.
교육 격차에서 사고력의 차이로
OECD PISA(학업성취도 평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은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래에 AI 활용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한국교육신문: 한국학생 ‘창의적 사고력’ 세계 최상위 수준
교육플러스: [취재노트] 창의적 사고력 평가 뒷면을 봐라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는 통계에 있지 않습니다. 지역별 격차를 보아야 합니다. 아래 자료에 따르면, 수학과 영어에서 대도시와 읍면 지역의 학업 성취도 통계가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대도시와 읍면 지역의 교육 인프라, 접근성, 교육의 질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죠.
출처: 교육부, 교육플러
교육의 품질 차이는 장기적으로 사고력의 차이, 새로운 기술의 활용 능력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고력의 차이는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적절한 결과물을 검색하고, 생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결과물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회사에서 요구하는 직무 능력 중 AI 활용 능력이 추가 된다면, 교육 격차는 단순히 역량의 차이를 넘어서 구직까지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그러므로 AI 격차는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AI의 격차는 단기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능력에서 차이로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AI 활용 능력은 학교 졸업 후 노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겠죠. 심지어 취약계층(예: 노약자, 학교 밖 청소년 등)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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