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 대세!①]이란 핵 협상 타결 뒤에 숨은 5년의 노력, Collective impact의 새로운 사례
활동사례 / by 아지 / 작성일 : 2016.04.20 / 수정일 : 2023.03.29








이란 핵 협상 타결 뒤에 숨은 5년의 노력

2015년 7월 14일, 무려 13년 동안이나 이어졌던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P5+1)과 이란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가동을 제한하는 대신 그동안 이란을 압박하던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에 대해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성과는 단지 국가 간 협상과 노력을 넘어 재단, 퍼실리레이터,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협력과 파트너십으로 가능했습니다. 이 사례는 다양한 섹터들의 협력(Collective impact)이 정책 변화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조직이 있습니다. 핵무기 감소와 예방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재단인 Ploughshares Fund입니다.

2010년, 미국 밖의 정책실무자들은 이란 핵무기 감축을 위해서는 외교가 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란과 대화를 시도하기에 정치적 환경이 좋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정책입안자들 역시 미국 안보를 위해서는 외교가 해결책이라 생각했지만, 대중이 이를 지지할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Ploughshares Fund는 과연 외교적 노력이 가능할지를 판단하고, 그렇다면 실행 가능한 외교적 접근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정치적 논의의 장을 펼치기 위해 개인, 조직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구성했습니다. 그들은 지난 5년 간 파트너들의 collective impact 네트워크를 지속시키는 데 1,20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85개 조직의 200여명 규모로 네크워크를 성장시킵니다.

Ploughshares Fund는 네트워크 구성원 중 다수를 지원해온 재단으로서의 역할 덕분에 파트너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공유된 아젠다 하에 다양한 그룹을 조직했고, 서로의 활동을 강화하는 데 각자의 강점이 발휘되도록 도왔습니다. 가령 핵 전문가들은 그들의 분석 자료를 애드보커시나 미디어 전문가들에게 보내 이슈가 의회나 미디어에서 더 잘 보여지고 설득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대로 애드보커시나 미디어 전문가들은 논쟁들 중 해명이 필요한 쟁점들을 추려 핵 전문가들에게 보냈습니다.

Ploughshares Fund는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Back Bone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들은 정보와 데이터, 보고서 등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 툴을 활용해 플랫폼을 만들고 소통과 회의를 통해 파트너들과 피드백하면서 네트워크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물론 주로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애드보커시 활동의 성격 상 성과를 측정하고 노력과 성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5년 간의 노력이 이란 핵 협상 타결에 큰 영향력을 미쳤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전사적 협력 모델, Collective impact의 등장

이렇게 다양한 섹터의 전사적인 협력, Collective impact가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모델로 부상한 것은 몇 년 전 미국의 Strive Together라는 프로젝트 사례가 소개되면서부터입니다. 미국의 Strive Together는 ‘프로그램은 넘치지만 시스템은 형편없는’ 지역의 교육 현실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2006년에 출범한 프로젝트 조직으로, 신시내티와 북부 캔터키 지역의 영향력 있는 개인, 비즈니스 그룹, 재단, 시 공무원, 학교 지구 대표들, 8개 대학의 학장, 교육 단체와 애드보커시 그룹의 집행위원 등 300 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아젠더를 내려놓고 공동의 목표(“Every chiled. Cradle to Career”)를 위해 노력한 결과 5년 만에 유치원생의 읽기 능력 9% 향상, 고등학생 졸업률 11% 향상, 대학 등록률 10% 향상 등 수십 개 지역에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에 성공을 거둡니다.

이들은 어떻게 다르고 왜 성공했나?

Strive Together는 교육의 모든 분야가 동시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스템의 일부를 고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다른 섹터의 그룹들이 모여 전사적인 협력을 약속, 3년 간 2주에 한 번씩 만나 성과 지표를 개발하고, 성취와 실패를 토론하는 등 공동의 노력을 펼쳤습니다. 이들은 단지 더 나은 협력이나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공동의 목표, 측정 가능한 사회적 성과를 가능케 하는 구조적 접근, 모든 섹터와의 협력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Collective impact 사례들을 연구한 John Kania와 Mark Kramer는 그 성공요인으로 5가지를 꼽습니다.

첫 번째는, 공동의 아젠다 수립입니다. 그들은 문제 정의와 목표에 대한 서로 다른 차이들을 좁히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으며,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모든 이들의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들은 수백 개의 전략과 새로운 단체들을 만드는 대신 STrive의 핵심 목표를 지지하고 연대했습니다. 가령 참여 조직 중 하나인 The Greater Cincinnati Foundation은 Strive와 양립 가능한 교육적 목표로 조직의 목표를 재조정하고, 성과 지표도 Strive 측정 방식을 차용했습니다.

두 번째는, 공동의 성과 평가 시스템 적용입니다. 모든 참여 조직들이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모으는 공통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데이터의 질과 신뢰성을 높아지고, 서로의 성공과 실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통의 측정 방식으로 도출된 결과를 통해 특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가령 그들은 공통의 측정 지표를 통해 아동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직전 여름방학에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 'summer bridge'라는 교육 세션을 모든 취학 전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이행함으로써 전 지역에 걸쳐 평균 10% 이상 유치원생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세 번째는, 서로를 강화하는 활동입니다. 그들은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그들은 큰 틀에서 함께 협력했지만, 획일적인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공동의 아젠다와 양립하면서 고유의 방식으로 일했고 서로 다른 활동을 지지하고 협력했습니다.

네 번째는, 끊임없는 소통입니다. 비영리, 기업, 정부 등 서로 다른 섹터 간에 신뢰가 쌓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소통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CEO 수준의 리더들이 매달, 심지어 격주로 회의를 가지며, 회의를 취소하거나 CEO보다 낮은 급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외부의 전문 지원 기관이 퍼실리레이터로서 회의를 이끌었고, Strive는 이 회의를 3년 동안 지속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Back Bone 조직입니다. collective impact를 위해서는 전체 계획의 중추 역할을 하는, 전문성 있는 분리된 단체나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원 조직은 참여 조직으로부터 분리되어 계획을 짜고, 경영을 맡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지원하고,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지원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고하며, 수많은 법적/경영적 세부 사항들이 매끄럽게 잘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Collective impact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긴 안목과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또한 Ploughshares Fund의 사례처럼 성과 측정이 어려운 애드보커시 등의 활동 등은 그 성과를 추적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collective impact는 높은 수준의 헌신과 인내심, 끊임없는 충분한 소통이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반면,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활동에 익숙한 조직들이 당장의 이익과 성과를 내려놓고 오랜 기간 공동의 미션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개별적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협력, 파트너십의 필요성과 인식이 점점 더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서울시 NPO 지원센터도 작년부터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파트너십 혁신 포럼, 파트너십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어렵고 골치아픈 사회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협력 사례와 모델이 앞으로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참고:

Philanthropy as the Backbone for Collective Impact, SSIR

(http://ssir.org/articles/entry/philanthropy_as_the_backbone_for_collective_impact)

Collective Impact, SSIR​(http://ssir.org/articles/entry/collective_impact)

* 작성자: 신혜정(아지)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정보 아카이브 PM. 다양한 국내외 공익활동 정보 및 트렌드, 사례, 연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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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아지 / 작성일 : 2016.04.20 / 수정일 : 2023.03.29 / 조회수 : 1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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