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포르노는 근절이 가능할까?
현안과이슈 / by 세종시 고라니 / 작성일 : 2023.12.01 / 수정일 : 2023.12.04

 개발협력 분야 단체들의 후원 관련 광고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했던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었죠. 커다란 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론과 생각이 모일 때 변화가 시작 되기 때문이죠.

 

저는 작년 쯤 빈곤 포르노, 왜 문제일까요?라는 글을 큐레이팅 했었습니다. 당시 빈곤 포르노에 관련된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빈곤 포르노는 단순히 개발도상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 8월 우리는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피해를 보셨죠. 그 중에서 반지하에 거주하는 분들께서 돌아가시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었습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는 반지하 거주자들을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부터 다양한 방안을 제시합니다. 더욱이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던 이슈라서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했었죠정치인들이 재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뉴스를 통해서 익숙한 광경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빈곤 포르노 이슈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비록 언론을 통해서 폭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의 위험성과 이슈를 확산하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기부 광고의 변화

저는 최근 대행사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2023년 연초에 방영 되었던 드라마로써 광고를 제작하는 광고 대행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드라마더군요. 대행사의 한 에피소드 중에서 대기업 회장의 보석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기업 PR(광고)를 주인공(이보영씨)이 담당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상무로 재직하는 회사 외에 3개의 광고 대행사들이 구속된 회장의 수사를 불구속 수사로 돌리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에피소드의 핵심이었죠.

  

출처: 네이버


 

굳이 제가 드라마의 예시를 보여드리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 소재인 광고때문입니다. 그동안 개발협력 NGO부터 자선단체들은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서 광고를 적극 활용했습니다드라마 대행사에서도 광고는 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키워드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광고를 통해서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죠. 물론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쓰이는 전략일지도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 광고는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넘어서 회사 내에서 주인공의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 됩니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개발협력분야 이슈부터 개발도상국의 환경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극적인 효과와 여론을 만들 수 있죠. , 우리가 지구 반대편으로 직접 날아가지 않더라도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부터 지역 주민들의 삶과 모습에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투영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광고가 활용된 것이죠하지만 빈곤 포르노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빈곤 포르노의 주요 배경이었던 아프리카 지역 국가에 대한 인식도 함께 변화하면서 기부금에 대한 광고도 변합니다.

 

출처: 월드비전 공식 유튜브 - 글로벌 6K 소개 영상

 

 

예시를 들어보죠. 먼저 월드비전은 글로벌 6K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식수를 찾아 먼 길을 걸어가는 아프리카 국가 중 극빈 국가의 아이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캠페인입니다. 광고의 판이 TV를 넘어서 SNS와 유튜브로 확장된 시대에 맞추어 월드비전의 글로벌 6K의 광고는 개발도상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캠페인에 참여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6K 홍보영상(링크 바로가기)

 

물론 홍보대사(연예인)을 활용한 홍보 효과도 놓치지 않습니다.(비질란테 광역수사대 조헌 팀장님도....)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금부터 내가 당신에게 반말을 하겠습니다...

 

출처: 서울신문. [포토] 유지태 월드비전 홍보대사의 기부 러닝 

 

 

월드비전의 체험형 캠페인은 글로벌 6K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기아체험 24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배고픔을 함께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했었죠. 지금 다시 이 캠페인이 등장하면 어떤 반응을 얻을지 모르겠으나, 이 캠페인은 과거 한국의 수많은 NGO들이 벤치마킹하는 핵심 캠페인 중 하나였습니다또 다른 예시는 유니세프의 TEAM 캠페인입니다. 유니세프의 TEAM 캠페인의 핵심은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후원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캠페인이죠. 특히 후원자들에게 팔찌를 증정합니다. 디자인도 훌륭해서 후원자들은 스스로 좋은 일도 하고, 멋진 악세사리를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만들죠.




출처: 유니세프 TEAM 캠페인 홈페이지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들의 광고와 캠페인은 참여하는 사람에게 보람과 자긍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후원에 대한 관심과 여론을 증폭시키는 수단이 됩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에서 간접적으로 후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죠그래서 빈곤 포르노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7건의 모금 사례를 조사한 결과 언어, 미디어에서 기부자의 감정을 유발(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분석합니다. 더욱이 플랫폼의 등장(: 유튜브)은 후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다각화 되었기 때문에 기존보다 자극적이고, 동정심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산 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치까지 확산된 빈곤 포르노

한동안 개발협력 업계의 이슈라고 생각 되었던 빈곤 포르노는 한 가지 사건을 통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가구 방문 때문이었죠. 비록 목적과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겠으나(그들의 입장에서...), 여러 언론과 개발협력 시민단체에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죠그 후 정치판에서 빈곤 포르노에 대한 여러 가지 정치 공방(?)이 있었지만, 전 국민들이 빈곤 포르노의 의미와 부작용을 알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했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의 등장

빈곤 포르노를 알리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개발협력 업계)에서만 논의되는 사안이라서 개발협력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쉬운 문제는 아니었죠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김건희 여사의 사진 한 장으로 인해서 국제개발협력을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빈곤 포르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에서 빈곤 포르노를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합니다국제개발협력의 청년들로 구성된 공적인사적모임은 20234월 빈곤 포르노 근절 활동 그룹인 빈포선셋을 출범(?)합니다. 사실 출범이란 말도 거창하지만, 김건희 여사 빈곤 포르노로 인해서 발생한 정치 공방에 빈곤 포르노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방지하고, 나아가 빈곤 포르노에 대한 용어, 정의, 개념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시작 되었죠.

 

빈포선셋 모집 공고문(링크)

 

또한 캠페인즈를 통해서 진행 되었던 공적인사적모임의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빈곤포르노를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의 캠페인은 목표량(200)을 훌쩍 넘어서는 기록적인 달성률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미디어오늘. 국제협력 활동가들 김건희 여사·대통령실 빈곤포르노 규탄서명운동(2022.11.17.)

 

이후에도 공적인사적모임은 빈곤 포르노 규탄에 대한 활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238~10월까지 기부자/비기부자/실무자 대상 빈곤 포르노에 대한 인식 조사를 통해서 600여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빈곤 포르노에 대한 생각을 조사했었습니다. 설문조사의 결과는 추후 공적인사적모임이 제작 예정인 데이터북을 통해서 공개 예정입니다.

 

빈곤 포르노 근절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 공적인사적모임은 빈곤 포르노 규탄 서명과 인식 조사를 넘어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공익활동 퍼어어언딩노무현재단의 바라던바다지원 사업을 통해서 진행 중입니다특히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기부자들은 따듯한 후드티를 받을 수 있는대요. 후드의 중앙에는 As I am not a Pity(난 연민의 대상이 아니에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빈곤 포르노를 통해서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이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그들을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위한 의도는 없었더라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만들어진 인식으로 인해서, 그들은 우리의 도움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생각했던 것이죠.

 

출처: 텀블벅

 

하지만 공적인사적모임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우리가 만든 광고와 여론이 잘못된 시각을 전달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특히 후드에 삽입된 문구만 보아도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전달하고 있죠저는 개인적으로 개발협력 분야 단체들의 후원 관련 광고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했던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었죠. 커다란 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론과 생각이 모일 때 변화가 시작 되기 때문이죠.

 

공적인사적모임의 빈곤 포르노 근절 활동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참여하기

 

 

참고문헌

김지숙. 2017. 빈곤포르노현상(Pornography of Poverty)에 대한 비판적 연구 : 국내 온라인 모금 사례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서울)


 



작성자 : 세종시 고라니 / 작성일 : 2023.12.01 / 수정일 : 2023.12.04 / 조회수 : 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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