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DO I?] 에필로그: 플래너의 "해야 한다" vs 결혼 선배의 "추천한다"
현안과이슈 / by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11.30 / 수정일 : 2023.12.01

본 게시글은 [I DO, DO I?] 시리즈의 제3장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한국 사회의 대표 키워드로 제시되는 혼인율 저하를 주제로 삼아, 예비부부의 결혼 준비를 힘들게 하는 웨딩업계의 정보 비대칭성과 '결혼 준비엔 응당... 를 해야 한다'는 우리 주변 속 잔소리를 꼬집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시리즈의 배경, 취지에 관한 정보는 프롤로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결혼(식)을 준비할 누군가에게, 플래너(웨딩업계)의 "해야 한다"가 아닌 결혼 선배들(3년  결혼식을 치렀던 지인들)의 "추천한다" 사연을   모아 공유한다. 누군가의 결혼 준비가 숙제 더미가 아닌 즐거운 준비과정이길!

 



스튜디오 촬영 꼭 해야 할까요? (여/92년생/결혼 3년 차)

  6시간 만에 촬영을 마쳤습니다. 아침부터 메이크업에 드레스 피팅에 공을 많이 들였지요. 스텝들과 이모님(헬퍼), 응원 와준 친구들을 위한 도시락도 미리 주문해 놨고요. 그런데 그렇게 공을 들인 것에 비해 촬영 앨범을 펼쳐 보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SNS에 사진을 올리는 타입도 아니라서... '결혼식 당일에 포토 테이블에 올려놓을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리고 모바일 청첩장에 첨부할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 정도라고 할까요? 집들이를 해서 친구들에게 애써 보여주지 않는 이상 스튜디오 촬영 앨범을 꺼내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기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스냅숏 한 두 장이나 사진관에서 소소하게 찍는 사진으로 대체할 걸 그랬어요. 

 
 

워크인으로 업체를 골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여/89년생/결혼 1년 차)

  저는 취향이 뚜렷한 편이에요. 특히 메이크업에서 그런데, 시어머니께 소개받은 플래너를 통해 스드메를 진행하다 보니 제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먼 메이크업숍과 결혼식을 준비하게 되었죠. 가족의 소개가 고맙기도 하면서 '이걸 어떻게 하지, 딱 잘라 말하기도 애매한데, '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어서 우물쭈물한 게 많았어요. 메이크업이 이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제 취향을 반영한 숍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준비했더라면 재미도 있고, 만족도도 더 높지 않았을까 하네요. 플래너가 소개해주는 곳은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곳들, 대중적인 곳들이 대부분이라 대기시간도 길고 지켜야 할 규칙(?)들도 은근히 많더라고요. 워크인으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트렌드가 많아지고 있다니, 플래너 없이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걸 주저하지 않았으면 해요! 

 
 

미움받을 용기, 추가결제를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해! (여/90년생/결혼 1년 차)

  결혼식에 관한 로망이 없던 게 제 결혼 준비를 더 어렵게 하지 않았을까 하네요. 드레스는 이걸로, 웨딩홀 분위기는 이렇게! 하는 취향이 확고했다면 아마 준비과정도 훨씬 쉽지 않았을까... 결혼을 결심하고서 좀 더 제 취향을 살펴볼 걸 그랬어요. 그러고 나서 플래너와의 상담 약속을 잡았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햄릿처럼 우왕좌왕하는 제 성격이 결혼 준비 내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추가 결제가 요구되는 순간들이 스드메에서도 본식 스냅사진에서도 많았거든요, 그걸 딱 잘라 거절할 수 있었어야 하는데. 괜히 마음 약해져서 못했어요. 신부님, 신부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정중하고 부드러워서 어쩌다 보니 카드를 긁고 있는 저를 발견했지요. I DO, DO I? 시리즈가 꾸준히 말해주었듯이, 나만의, 남편과 저만의 방식으로 결혼식을 이끌어갈 용기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싶었네요. 추가결제를 당당히 거절하고 계약된 금액, 범위 내에서만 결혼을 준비하길 추천합니다.
 

 

부모로부터 떠나 배우자의 편에 서 주길! (여/93년생/결혼 1년 차 미만)

  결혼 준비 중에 지금의 남편과 많이 싸웠습니다. 제 의견보다는 시부모님의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결국엔 눈물 콧물 쏟아내면서 다 풀고서 버진로드를 걸었지만 예물 고르기와 이바지 음식 준비 등 뭐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친정 엄마가 시어머니 눈치를 보시는 게 느껴지기도 해서 시부모님 편에 서서 대변인 역할을 하는 남편이 준비 과정 중에서부터라도 나의 배우자로서 입장 표명을 좀 해주었으면 했어요. 그러면 친정 엄마가 시어머니 눈치를 보는 것도 좀 약해질 것 같았거든요. 부모로부터의 독립, 우리 둘이서 꾸리는 가정의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좀 더 부각될 수 있도록, 예비 남편분들이 예비 아내들의 편에 서 주었으면 해요.

 
 

주례 없는 결혼식이 대세라고 하지만... (여/94년생/결혼 2년 차)

  저희 결혼식엔 어머니, 아버지의 지인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청첩장 모임 중엔 각자 자기 또래 친구들만 챙겼는데 정작 결혼식 당일에 많이 뵌 분들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대다수였지요. 아차 싶었습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거든요. 남편과 둘이서 심사숙고하며 적어간 서약서이긴 했지만, 어르신 하객분들이 혹시 스승님 같은 분의 축하 말씀을 내심 기대하시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몇몇 분들이 아쉬워하시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축하한다고만 피드백을 남기셨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만 초대하는 자리가 아니었단 생각에 엄마, 아빠, 그리고 시부모님의 하객분들 생각도 좀 해서 식을 구성해 볼 걸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예식장에 어울리는 드레스? 로망을 실현하는 드레스? (남/90년생/결혼 2년 차)

  결혼식 로망은 아내보다 제가 더 많았습니다. 특히 나의 짝꿍이 입고서 내게 걸어올 웨딩드레스를 무척 궁금해했지요. 화려한 것으로 머리를 길게 늘어 뜨린 모습을 고집했는데, 두 가지 장애물에 부닥치더군요. 하나는 아내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제가 꿈꾸던 웨딩드레스 차림과 다른 것! 그리고 아내가 본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더 좋아했던 것! 또 하나는 아내에게 어울리더라도 저희가 예식을 치를 예식장의 버진로드 폭과는 맞지 않은 너무 거대한 부피의 드레스라는 것 등등... 결국 제 로망은 내려놓고 결혼식 당일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아내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는데요, 가장 맘에 들어했던 폭이 넓은 드레스가 예식장에서는 빛을 발하기 어려운 디자인인 게 아쉬웠습니다(결국 차선책을 선택했거든요). 신부의 취향과 선택 그리고 예식장과의 조화까지 고려해야만 완성이 되더군요! 신랑분들은 저처럼 로망이 있으시더라도 고집부리지 마시고 신부가 고르는 게 최선이라고 믿어주세요. 

 
 

서로 섭섭한 게 없도록 신랑 신부 간의 대화가 충분해야! (남/90년생/결혼 1년 차)

  무턱대고 걸어 들어간 웨딩박람회에서 저렴한 값에 스드메를 제안해  플래너를 만났습니다. 결혼식 장소로 교회를 섭외한 덕에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죠. 속전속결로 이어지는 플래너 님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저와는 달리 아내는 머리가  복잡해진 듯해 보였습니다. 저에겐 그저 체크리스트   항목 같은  아내에겐 그렇지 않았던  같아요. 엮인 사람들이 많다는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나 양가 부모님이 관여할 만한 문제들에 있어서 말이죠. I DO, DO I? 시리즈가 계속해서 강조했던 결혼 당사자   간의 충분한 대화, 그게 정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드레스 투어 당시 신부가 동행할  있는 사람의 수가 정해져 있는데, 그때 누굴 초대하고 싶은지 또한 하나하나 물어보는  좋아요. 시어머니 보단 아무래도 장모님과의 동행이 아내에겐 의미 있을  있잖아요. 결혼은 신랑 신부 간의 섭섭 이슈로 삐그덕 대기엔 준비할 것도, 축하할 것도 너무나 많은 이벤트입니다. 사랑하기에도 바쁜 예비부부들이 대화를 충분히 나누어 좀  매끄럽게 결혼을 준비할  있길 기원합니다!


저는 드레스를 구매했어요! (여/91년생/결혼 2년 차)

  합리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우선, 온전히 남편과  둘이서 준비하는 결혼식을 선택했어요. 플래너를 끼지도, 스드메 패키지를 주문하지도 않았죠. 그러다가 대학생  우연히 알게  드레스 구매 업체 생각도 났고(어느 정도 로망이 있었던 거죠) 신랑이 맞춤 양복을 주문하듯 저도  몸에  맞는 드레스를 커스텀하기로 했습니다. 드레스 투어 비용을 들어보니  마다 오만 원 현금가를 지불해야 하고 복잡하더라고요? 이것저것 따져보니 드레스를 구매하는  비싼 선택지는 아니었습니다.  풍성한 디자인의 드레스도 아니고 슬림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것이 있었기에, 제가 건강 관리만 잘한다면 언제든지 (아마 기념일마다?) 꺼내 입을  있는 옷이란 생각도 들었죠(은근히  몸매 관리에 채찍질을 합니다. 옷장 속에서 고고히 빛을 내는 드레스가요...). 나중에  몸에 드레스가 더 이상 맞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옷장에 두고서 결혼식 당일과 그날의 약속을 두고두고 추억할  있을  같아  선택에 만족하며 지내요. 

 


 
 2023년 3분기 혼인 건수만 4만 1706건이라고 한다(한국경제 23.11.29 보도). 기사들은 이를 두고 작년 대비 급감한 수치라 걱정 어린 훈수를 두고 있지만, 나는 한편으로 4만 1706 쌍의 부부들이 들려줄 4만 1706 건의 결혼(식) 준비 사연들이 궁금해진다.  많은(?) 부부들은 '해야 한다'의 메시지가 (은연중에) 가득한 웨딩 업계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을 했을까? 가족들과의 소통  갈등을 겪었을까? 무엇이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여차여차 어렵게 준비한 결혼식, 그날 이후  손을 맞잡으며 했던 서약을 기억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국가적 차원의 우려가 없는  아니지만, 걱정에 앞서 그저 그들의 (이제는 새 출발이 아닌 일상이 되었을) 하루하루를 축복해주고 싶다. 그게 먼저인  같다. 어려운 때에 내린 값진 결정인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도,  이후에 부부가 헤쳐나갈 상황도, 등 떠밀려 하거나 어버버 휩쓸려서 하질 않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한국경제 23.11.29

"출산은커녕 결혼도 안 해"… 통계 나올 때마다 '쇼크'







작성자 :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11.30 / 수정일 : 2023.12.01 / 조회수 : 1985

코멘트를 달아주세요!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