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DO I?] ⑦ 유종의 미를 거두기까지
현안과이슈 / by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11.30 / 수정일 : 2023.11.30
본 게시글은 [I DO, DO I?] 시리즈의 제3장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한국 사회의 대표 키워드로 제시되는 혼인율 저하를 주제로 삼아, 예비부부의 결혼 준비를 힘들게 하는 웨딩업계의 정보 비대칭성과 '결혼 준비엔 응당... 를 해야 한다'는 우리 주변 속 잔소리를 꼬집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시리즈의 배경, 취지에 관한 정보는 프롤로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이상을 준비했던 결혼식이 끝났다. 예랑과 예신은 남편과 아내가 되어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부부의 가족들과 하객들도 배부른 피로연을 끝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지긋지긋한 결혼준비가 정말로 끝이 난 건가? 싱숭생숭하는 것도 잠시, 유종의 미를 거두기까진 아직 몇 가지 스텝이 좀 더 남아있다고들 한다.
감사 인사 돌리기
결혼식은 (의도치 않게) 신랑 신부 각자의 인간관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계기가 된다. 관련해서 많은 커플들이 하객으로 누구를 초대할지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 중에 관계의 점검(확장 혹은 축소의 계기를 살피는 단계)이 한 차례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관계 점검에는 한 가지 고비가 남아 있었다. 그 고비란 결혼식이 끝난 후 신랑 신부가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었는데, 단순히 인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23.11.29 기준 네이버 "결혼식 감사 인사" 검색 결과. 템플릿과 예시들이 가득하다.
성공적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각자의 하객들에게 '시간 내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감사 인사를 전하는 사안에 왈가왈부를 하는 이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놀랍게도 꽤 있다. 그들은 주로 신혼부부가 감사 인사를 전했는지 안 전했는지, 혹 너무 늦게 전하진 않았는지, 그리고 인사말의 내용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에 적합한지(예: 반말을 쓰진 않았는지, 이름이나 호칭, 직함을 제대로 썼는지, 단체 문자 보내듯이 복사+붙여 넣기 한 티가 나진 않는지) 등을 따져가며 부부의 센스나 예의 바른 등을 가늠한다고 말한다.
마음에서 우러난 따뜻하고 겸손한 말이 감사라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마는 상황이다. '해야 한다'라고 등 떠 밀려서 하는 감사 인사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걸까? 여차저차 하객들이 기대했던 감사 인사를 한다 한들,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관계가 과연 지속가능한 관계일까? 물론 감사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고, 인사를 드릴 수 있다면 드리는 게 마음도 푸근하게 해 줄 거다. 하지만 "쟨 결혼식 이후에 하객 인사 한 번 안 돌리더라!" 하며 쯧쯧 혀를 차는 게 또 그럴만한 일일까? 의뭉스럽다.
참고로 나는 결혼식을 마친 당일 밤에 인천공항으로 부랴부랴 달려가느라 식이 끝난 직후에 인사를 돌릴 여유가 없었다. 신혼여행 중에는 그간의 고된 결혼(식) 준비 스트레스를 잊어버리고자 오롯이 남편과의 여행에만 집중했다. 감사 인사를 돌린 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다음 날이었다.
결혼식 준비에 도움을 많이 주었던 축가팀과,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되었던 절친 하객들, 단톡방이 있을 정도로 공동체성이 강한 모임들, 가족과 친척들이 각자의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개설해 놓은 밴드나 단톡방, 참석만으로도 감사했던 멘토분들과 스승님 몇 분께만 여행 사진 몇 장과 함께 감사의 말을 서너 문장 적어 보냈다. 멘토분들이나 스승님을 제외하고선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평이한 내용들로 문장을 구성했다. 전화 통화로 인사를 드린 건 양가 부모님이 전부였다.
말 몇 마디만 적는 것 대신 본식 당일의 사진이나 신혼여행 중의 사진 몇 장을 섞어 보내니 덕담이 오가고 감사함이 배가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인사는 또 다른 인사를 부르고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낳는 긍정의 전염성이 있어서 하고 나면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인터넷이나 웨딩 커뮤니티를 달구는 '감사 인사 안 돌리면 비매너가 됩니다!' 하는 식의 훈수가 좋게 들리진 않았다.
양가 부모님 인사드리기(찾아뵙기)
결혼은 가족의 확장이다. 두 사람만의 사안으로 끝나지가 않는다(대게는 그렇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결혼식 후 으레 예정되어 있는 양가 부모님 인사드리기 일정이다. 싱글일 때 본가를 찾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일정,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은근 신경 쓰이는 점들이 많다. 그중 아마도 많은 부부들이 공감할 사안은 '어느 쪽을 먼저 뵈러 갈지' 하는 것이다. 내 경우엔 양가 부모님들의 일정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적이었기에, 남편 측을 먼저 찾아뵈어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신혼여행 직후 주말은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온전히 남편과 둘이서 시간을 보냈고, 부모님을 찾아뵙기 시작했던 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1주 그리고 3주 후였다(친정을 먼저 찾아뵙고서 시부모님 댁을 찾아뵌 걸로 기억한다).
몇몇은 순서가 해결되었다 하면, 복장이나 선물 등은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표한다. 그리고 친척들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드려야 하는지 궁금증을 연달아 표한다. 우선, 그게 고민이었던 궁금증이었든 접근 방식을 달리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공식은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그리고 남편과 아내 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결정한 복장, 선물, 친척들과의 인사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아내 쪽만 불편하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어야 할 의무? 신혼여행을 다녀온 성의 표시를 어느 정도 해야 된다는 규칙? 그런 건 없다.
본식 스냅사진 셀렉과 결혼 비용 정산서 정리
급하게 준비한다 하더라도 워낙 챙길 것이 많아 장기전이 되고 마는 게 바로 결혼(식) 준비라 했던가. 하객들을 향한 인사와 양가 부모님을 향한 인사 외에도 꼭 챙겨봄직 한 게 있다면 바로 시작한 결혼 패키지의 상품을 무사히 마무리 짓는 거다. 이때, 마무리라 함은,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계약한 상품들(이를테면, 본식 스냅사진과 동영상)을 제대로 제작하여 수령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과 지금까지의 결혼 비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 보는 것이다.
신랑 신부의 혼을 쏙 빼먹었던 결혼식이 가물가물 해질 무렵, 대략 본식을 마치고 한 달 이내, 본식 스냅사진과 동영상 촬영 작가로부터 메일이 올 거다. (대게는) 원본 파일을 먼저 보내주며, 계약한 내용에 따라 **장을 골라(셀렉하여 - 이상하게도 이럴 땐 영어를 쓴다) 보내달라는 내용의 메일이다. 계약 내용을 넘어서는 장 수의 사진에는 당연히 추가 요금이 붙는다며 그에 관한 상세 내용 또한 메일에 적혀 있다. 뭐야, 그러면 부부의 사정이나 취향에 따라 원본 파일 중에서 일부를 골라 답장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단순해 보이는 이 일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쉽게 되진 않는다.
우선, 원본 파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비슷해 보이는데 조금씩 피사체들의 분위기나 모습이 다른 사진들이 수 십 장이 되고, 그중엔 콘셉트를 제대로 파괴하는 엽사나 처참한 구도의 사진도 꽤 된다. 원본이기에 용량도 꽤 커서 하나하나 봐가면서 보정본/최종 선택본으로 골라낼 만한 사진을 **장만 고른다는 건 그러니깐 상당히 에너지를 요하는 작업인 거다. 다행히, 해당 작업을 언제까지 해달라는 기한이 절대적이진 않다. 답장을 해주기만 한다면 되는 상황인 거다. 문제는 미루면 한 없이 미루게 되는 게 본식 스냅사진 셀렉 작업이라, 기왕이면 결혼 준비와 신혼여행 이후 현생으로 돌아와 정신없을 상황이더라도, 굳은 결심과 함께 빨리 끝내는 게 맘이 편하다.
ASAP가 추천되는 이유는 결혼 패키지 챙기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한 때문도 있지만, 사실 사진 및 동영상을 편집해 주는 업체의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부부에게는 단 하나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업체가 있을 뿐이지만, 업체에게는 수 십 커플이란 고객이 있질 않은가! 작업에 혼선이 없고, 업체가 부부의 특수한 상황 등을 잊지 않으려면 ASAP 셀렉에 좀 더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관련 업체의 작업 상황이 외부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에, 메일을 보낸 내용이 사진 보정을 작업하는 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관련 상품을 배송하는 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이 모든 걸 관리 감독하는 플래너 혹은 부부에게도 제대로 전달될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약속된 상품(결혼 앨범과 보정본 파일 수령)을 받기 전까지, 부부의 세심한 감시가 필요하다. 내 경우엔 본식 사진을 셀렉하다가 요청된 사항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파일과 답장, 앨범을 받은 적이 두세 번이 넘어 분을 삭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여러분은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여차저차 본식에 관련된 사진과 영상 자료를 모두 수령하고 그를 가공한 마지막 상품(웨딩 앨범과 동영상 앨범)까지 제대로 수령했다면, 부부가 지금까지의 지출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괜찮다. 예산을 미리 세워두고 진행했던 결혼식 준비라 하더라도,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지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가정의 재정상황이나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에, 부부이자 가정으로서 새 출발을 앞둔 남편과 아내가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하다. 물론, 이 또한 해야만 하는 건 아니고 권장 사항이다.
관련하여 '다시 결혼식을 올릴 것도 아닌데, 뭣하러 고생을 하는가?' 하고 반문을 제기할 이도 분명히 있을 거다. 하지만 결혼 비용 내역을 정리하다 보면 신랑 측의 지출과 신부 측의 지출 현황도 알 수 있어 양가의 비용 균형을 맞추거나 정산하기도 편리할뿐더러, 그때는 어버버 감행했던 지출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등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또래나 누군가가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감사인사를 다짐하게도 된다. 예를 들어, 하객 식대를 1,000만 원 정도로 잡아뒀던 것이 2,000만 원이 된 사연을 알게 되면서, 축하와 축복의 발걸음을 아끼지 않았던 하객들에게 늦게나마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도 비용 정산 덕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7장에 걸쳐 연재했던 [I DO, DO I?] 시리즈가 고수했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시리즈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결혼(식) 준비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가정을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장기전이고, 생각 외로 두 사람(예랑과 예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적고, 얽혀 있는 사람들도 가족과 웨딩 패키지 관련 업체, 친구 등으로 다양해서 어느 한쪽만을 생각하고서 준비하다가는 다른 한쪽이 소외되거나 어색해 할 수 있다. 특히나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이 들일 웨딩 업계의 스드메와 본식 스냅 협력업체들은 보수적이고 정보를 투명히 공개하지 않으며 추가 결제를 유도하는 끼워팔기에 능숙하다. 준비 과정 자체가 보이는 것에 집중하면 할수록, 예비부부가 힘들어진다. 그런 방향으로 예비부부를 교묘하게 몰고 가는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롭기가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도! "해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수많은 절차와 결정사항들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예비부부간의 충분한 대화와 예산안 등이 확실하다면, 거절할 권리와 주체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해 갈 자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니 저출산, 고령화, 혼인율 저하로 손가락질받는, 옛날 말로 '결혼 적령기'에 속해 있는 남녀들 모두가 결혼(식) 준비를 힘겹게 결심한 만큼, 의미 있고 재미있게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결혼을 준비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I DO, DO I?] 시리즈에서 정리해 둔 것들도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으로만 읽어주길 바란다. '아, 저 사람은 저렇게 했고 이런 상황을 저런 식으로 해석했네' 하고 가볍게 넘기고, 본인들만의 서약을 준비하길 축복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까지!
+ [I DO, DO I?]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자그마한 에필로그를 준비했습니다. 플래너의 '해야 한다'에 대항할 만한 결혼 선배들의 '추천한다' 사연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에서 확인해 주세요!
[참고 자료]
국민일보 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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