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전문가, 봉사자... 그 사이에 서 있는 이들'
'커피 챗은 어디서 해...? 정보는 어디서 봐?'
'비영리 종사자들(내 동료들)의 인생은 어떨까...?'
'다른 이들의 생각이 궁금해...'
'궁금하고 답답하니 내가 한다.'를 모토로 시작한 인터뷰...
1편 보러 가기 >> [활동가 인터뷰 Vol.1] '비영리는 처음이라...' 간호사 N년차, 석사 학위까지... 그런데 국제개발협력은 처음인데요?
2편 보러 가기 >> [활동가 인터뷰 Vol. 2] "세상이라는 물 한 가운데에 작은 돌이 던져졌을 때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셨나요?" 활동가 '작은 돌'님 인터뷰
안녕하세요, 세 번째 인터뷰로 돌아온 콜드브루입니다.
3달 만에 인터뷰 콘텐츠로 인사 드리는 것 같습니다. 변명 아닌 변명 하자면 그동안 너무 바빴습니다. 대신 이번 달에 사죄의 의미(?)로 2개의 인터뷰가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분야도 사회적경제, 로컬크리에이션 등 다양하니 기대해 주세요.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두구두구두구) 저와 팀 내 막내 포지션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세심함이 매력인 '해.마.'님입니다. 저와 비슷한 연령대일 뿐만 아니라, 현재 다니는 회사의 입사 동기이자 같은 팀 동료이기도 합니다. 부제 "국제개발협력 신입 적응기 A to Z"에서 보이듯 국제개발협력 신입 활동가들이 어떤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꿈을 그리며 활동하는지 전달해 드리고자 했습니다. 서로 상당히 친한 사이인지라 편한 분위기 속에서, 더 진솔한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분량이 제법 긴 편이라 한 호흡에 읽기 벅찰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알찬 인터뷰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이제 막 사회로 진입해 NGO-시민사회 분야 활동을 희망하시는 초년생분들, 생태계가 더 궁금하신 분들께 커피챗처럼 은은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각설하고,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C: 동의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외부의 눈에서 볼 때는 확실히 독특해 보이는데, 막상 일상적이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제 코너 고정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제가 택한 세 번째 인터뷰이신데, 선정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H: 일단, 저희가 동년배면서 입사 동기잖아요. 같은 응애간사*이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평소에 하겠거니 답변도 수월히 나오겠다.'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성향은 또 다르다 보니, '콜드브루'님과 저 사이의 공통점-차이점을 독자분들이 더 쉽게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답이 더 풍부해지기도 하고요.
*응애간사: 입사 만 1년 미만, 신입(간사) 직급의 직원을 스스로 부르는 일종의 은어
C: 네, 정확히 제 의도를 짚으셨네요. 활동가라고 꼭 특정 유형의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여기도 똑같은 사람 사는 곳이니 다르게 보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긴 해요. 그게 주가 되진 않지만요. 또, '해.마.'님이 편해서 인터뷰 부탁드린 것도 있어요. 인터뷰에 참여한다고 자문비나 촬영비를 크게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직 제가 어색한 분들께 부탁을 드리기에는 스스로 준비가 안 되었거든요. 인터뷰 제의가 '콜드브루' 인증 절친 마크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성향이 다르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어렴풋이 짐작은 가긴 하지만...
H: '콜드브루'님은 매사에 모험과 도전을 즐기시잖아요. 저는 그러지 못해요. 또, 일할 때 옆에서 보니 계획을 촘촘히 세우고, 오랫동안 고민해야 하는 일을 싫어하시잖아요?
C: 그렇죠. 저는 장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유연하게 일 처리하는 걸 선호해요. 계획이나 고민, 시간 분배 모두 해야 하니까 하긴 하는데, 확실히 제 방식은 아니에요. 인터뷰이로 선정된 소감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H: 초기 제안을 했을 때 같이 전해주셨던 인터뷰의 목적과 의미가 진짜 와 닿았어요.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 1편 참고) 국제개발 분야 정보 채널이 부족하다는 점에 백번 동의하는 자로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네요. 매번 인터뷰를 보는 입장이었지, 직접 하는 입장이 되다니 참 신기하고 재밌네요.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C: 약간 무리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소위 말하는 '바이브,' 사람이 풍기는 기운을 믿는지라...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처음 '해.마.'님을 만난 지 10개월이 지났는데, 굉장히 선한 인상을 가지신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 많이 듣나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H: 실제로 '선한 사람 같다', '첫 인상 좋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들어요. 일단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사회생활 할 때 굉장히 노력해요. 제가 어색한 상황을 못 견디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어색해하는 그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어요.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신경 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을 주변에서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성격도 이타적인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고민-걱정이 정말 많은데, 대부분이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거거든요. 종합적으로, 쉽게 표현하면 저는 타인의 감정에 예민해요. 눈, 코, 입도 날카롭기보다는 동글동글하고요. 그런데 이런 것도 말씀하신 '인상'에 포함되나요??? (C: 네, 물론입니다.)
*YP: KOICA에서 운영하는 인턴쉽 프로그램. 선발된 자는 KOICA 사무소 해외 파견 / KOICA 본부 / 국개협 시행기관(NGO, 학계 등)에서 7개월~1년 간 풀타임 인턴 근무를 하며 업무와 업계 분위기를 익힐 수 있다.
H: 오... 갑자기 분위기 면접인데요 (일동 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첫째로 국개협 수행 기관 중에, 특히 NGO는 공채를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어 선택지가 적었어요. 또 본격적인 취업 준비할 때 저희 기관이 전사 차원에서 직원 동기부여를 잘해주는 기관이라고 들었고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무엇보다 대형 NGO다 보니 체계가 잡혀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규모가 작은 NGO에서 YP 근무를 했었는데요. 아시다시피 작은 NGO일수록 업무 분장도 명확하지 않고, 인사라든지에서 체계도 모호하잖아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지만, 처음 업무를 배워가는 초년생으로서 따라야 하는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조금은 힘들게 다가왔어요.
저는 명확한 업무 지침과 역할, 그 안에서의 자율성이 주어지는 환경을 중요시하고, 그 안에서 일 하는 게 더 편해요. 그게 아니면 일에 몰입하기 어렵고,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또, 저희 기관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NGO 중에서 사업국(지부) 숫자가 제일 많은 것도 선택의 주요 이유였어요. 정리하면, 다양한 사업을 접하면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업무를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죠.
C: 첫 번째 답변이 제일 흥미롭네요. NGO 현실의 단적인 면을 말해주기도 하고... 그러면 만약, 더 많은 기관이 공채 제도를 운용했었더라면 그곳에도 지원하셨겠네요?
H: 물론입니다. 사실 취준생 입장에서는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요 (일동 웃음).
C: '해.마.'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께도 기회가 있다면 "이 기관에 오게 된 계기"는 꼭 여쭙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해요. 저는 사실 어영부영 흘러 흘러 기관에 오게 됐어요. YP 근무 이후에 '모름지기 국개협 활동가라면 현장에서 일을 배워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파견직 공고를 찾았고, 지금 기관이 공고를 제일 빨리 내서 지원-입사하게 된 사례거든요. 그 당시 대사관이나 공공기관 사무소 YP도 뽑긴 했었는데, 지켜본 바에 의하면 정부 기관이고, 외교적 입장도 고려해야 하니 현장과 밀접하게 '현장우선주의'로 굴러가는 곳은 아니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선택지에서 지웠죠.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임시방편 '룰루랄라' 했던 셈이죠.
H: 저도 비슷해요. 저희 기관이 공채가 있다는 것도 지원 직전에 알았어요. 공공기관, NGO 가리지 않고 개발협력 유관기관을 준비했었는데, 당시 KOICA 필기시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었죠. 앞으로 한 기관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고, 개발협력을 수행하는 기관은 KOICA 외에도 찾아 볼 수 있으니 다른 곳에도 지원해보자 싶었어요. 그러다 공채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지원했죠. 어느 기관이든 개발협력을 실무로 경험할 수 있다면 지원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재밌는 게, 저 외에 지부나 사회복지기관으로 발령 난 동기들을 보면 다 어렸을 때부터 기관과 연이 있었어요. 편지 쓰기부터 봉사단 등등... 소위 말하는 'ㅇㅇㅇㅇㅇ(기관명)' 키즈들이죠. 나이도 저희보다 최소 2~3살씩 어리고요. 저도 그렇고, 같이 국제사업부로 발령받은 ㅇㅇ 간사님 모두 기관 베이스가 아닌 국제개발협력 분야 베이스잖아요? 나이도 동기들보다 많은 편이고요. 기관과의 관계는 '이제 알아가는 중입니다.' 고... (일동 웃음) 이전엔 연이 없었죠. 확실히.
C: 국제개발협력과 사회복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국개협은 정말 다양한 분야 경력자들이 이직해 오시잖아요? 저희처럼 국개협 키즈도 있지만... 사회복지는 그래도 전문가/자격증이 기본으로 있어야 하고요. 인력 선발을 할 때도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애사심 있는 자들을 우선으로 뽑는 것 같기도 해요.
C: 입사 전 NGO-국제개발하면 떠올렸던 이미지, 이 중 입사 후 가장 다른 점 하나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H: 예산·회계 업무 비중이 정말 커요. 특히 송금하거나 연 예산을 짤 때 1원 단위까지 맞출 줄은 몰랐어요 (일동 웃음). 후원자분들이나 기타 에이전시들에 증빙해야 할 서류들도 정말 많고요. 콜드브루님은 이럴 줄 아셨어요?
C: 저도 그 괴리가 커요. 사무실에 생각보다 정말 오래, 많이 붙어있어야 하잖아요. 출장이 잦고, 전 세계를 누빌 줄 알았는데 너무 정주(?)하네요.
H: 동의해요. 보고 시즌에는 거의 업무시간 대부분을 지급대장과 예산서 검토하며 보내잖아요? 정작 주어진 다른 업무들은 밀리고...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현장에 나가는 게 어렵구나, 현장에서 고생하시는구나!'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C: 힘들게 고생하는 우리 존재 모두 화이팅입니다. 그러면 이토록 복잡하고 때론 힘들면서도 계속 이 길을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더 나아가 진로로 삼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H: 대학생 때 피지로 단기 해외봉사를 다녀왔었어요. 이때 동행한 친구가 KOICA 취준생이었어요. 저는 사실 그 이전까지는 KOICA니, 개발협력이니 몰랐고 친구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죠. 그렇게 '아, 이런 일도 있구나' 눈을 뜨게 된 거죠.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 저도 뭐 하고 살지 고민해야 하는데, 자꾸 봉사 갔을 때가 아른거리는 거에요. 상대방과 서로 말이 통한다는 느낌, 그 따뜻한 마음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기쁘고 소중한 추억을, 직업적으로 어떻게 이어갈 순 없을까?'에 까지 생각이 뻗쳤죠. 안타깝게도 봉사활동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까요. 국제개발협력! 유레카! 단순한 봉사를 넘어서 제 미래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때가 제 개발협력 커리어의 시작점이었던 것 같네요.
좀 더 깊게 들어가서... 저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무엇보다 쉽게 질리지 않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생각 이상으로 우리네 삶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잖아요. '워라벨'이 사회현상이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워라벨의 맹점은 삶과 일의 완전 분리를 가정한다는 거예요. 저는 부자가 아니라 일을 해야만 해요. 그렇기에 이왕 하는 거 계속 공부하고, 스스로 잘 하고 싶은 욕구를 품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내 삶과 가치관을 결부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성향을 고려했을 때 국제개발협력 일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한 거죠.
C: 저와는 그 계기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저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희망했고 지금도 재미있어요. 흥미가 떨어지면, 그때는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고려할 것 같아요. 물론 저만의 정의감-사명감도 있죠, 그리고 사명감이 업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고요. 그런데 사명감만으로 일을 할 순 없거든요. 특히 이 분야는 플레이어들이 정말 많고, 모든 플레이어가 개도국 발전과 상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움직이진 않으니까요. 소위 말하는 빌런도 있고... 개발학의 모태가 경제학-정치외교학인 게 이를 뒷받침하는 일례죠.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이유를 비율로 나누면 재미 60: 사명감 40 정도인 것 같아요. 그러면 '해.마.'님은 국제개발협력 필드에 계속 있기를 희망하시는 거죠? 본인이 그리는 미래도 한도 내에서 공유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H:이 일을 계속한다고 가정하면, 누군가를 일깨우는 일을 하고 싶어요. 교수가 될지, 실무자로서 강연을 많이 다니는 방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제가 느끼기에는 한국은 국제개발 인식, 기부 인식이 타 선진국 대비 너무 낮아요. NGO 종사자를 향한 인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선진국은 NGO 대우도 좋고, 인식도 좋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하하... 이제는 활동가뿐만 아니라 시민 일반에도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저는 그 인식개선 현장의 중심에 서고 싶고요. 소진되어 떠나는 동료들이 더는 없고, 우리가 하는 가치 있는 일에 더 많은 분이 동참하게끔 하려면 활동가들 스스로가 서로 독려해야 해요. 더 나아가 이 분야를 꿈꾸는 이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더 알리고 함께 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교육자가 되고 싶어요.
C: 그럼 그 대상이 시민분들이 되는 건가요?
H: 그렇죠. 저는 예전부터 무언가를 남들에게 설명하는 걸 좋아했어요. 제 궁극적인 목표이자 꿈은 결국 가르치고, 일깨우는 일이에요.
C: 저도 사회 전체에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생각하는 방향은 다르지만요. 그런 측면에서 NGO의 부분 기업화(영리화)가 이제는 필수적이라고 봐요. 경제성장은 정체될 거고, 후원자분들의 지갑은 점점 닫힐 거예요. 선거철마다 외교-개발협력-시민사회분야 정책 변동이 심하고요. 시민분들의 기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존 방식의 소비-마케팅 방식은 이제 안 통한다는 사실을 통계가 증명하잖아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려면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재원이 확보되어야 해요. 기업에서는 CSR, ESG 등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 NGO 영역이라 불렸던 영역에도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예로 사회적경제 육성, 로컬 육성이니 하면서 국책으로 밀어주기까지 하고요. 학교 등 공교육 영역에서도 사기업의 커버 분야가 점점 늘고 있어요.
그런데 왜 NGO에서는 기업의 영역에 도전하지 않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경쟁이라고 보는데요. 이미지? 후원 탈락율? 당장엔 흔들릴 수 있죠. 그런데 NGO를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뭘 해도 나쁘게 생각해요. 그러니 고려 대상이 되어선 안 되어요. 반면에 우리가 잘하던 일 잘하면서 추가로 시도하는 건 손해 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선진국 NGO들 매년 수십억씩 정부에 로비하고, 수익모델 개발해도 누가 뭐라 하나요? 목적성을 잃지 않으면, 그리고 이를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결국 다 인정 받으리라 생각해요. 제가 회사에서도 반 우스갯소리로 말씀드렸지만, 장기적으로 제 이름을 딴 특별법까지 만들고 싶어요. 한 25년 봅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전 세계 평화와 상생에 기여하고 싶어요.
H: '콜드브루'님 국회의원 할 생각은 없으세요? 정말 잘하실 것 같아요. 출마하면 제가 지지하고 투표해 드릴게요 (일동 웃음).
C: 없습니다. 정치 Politics를 못 하기도 하고, 하고 싶지도 않고요. 나중에 더 큰 대의가 생기면, 그때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네요. 여튼 '해.마.'님은 저와 참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C: 이제 곧 응애 간사를 탈출하니 다소 어려운 질문도 드리겠습니다. 요새는 일반 사기업에서 개발협력-ODA 분야 진출이 활발한데, NGO가 가지는 비교우위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H: 현장성이죠. 이건 NGO를 설명하는 알파이자 오메가에요. 기업은 아직 현장에 관해 잘 몰라요. 사회공헌이나 ESG 활동을 보면 현장 문화를 고려해서 진행한다고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홍보라든지 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니 이해는 되어요. NGO는 다르게 움직이잖아요. 항상 현장과 소통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일을 하죠. 애초에 사업국을 세우고 관리하는 것도 현장성을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C: 애정이 느껴지는 한마디, 감사드립니다. 이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나 고민은 없나요?
H: 아까 말씀하셨듯이,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사명감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내가 그 사명감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효능감을 위해서 일하는 게 더 커요. '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게 정말 있는지 고민이에요. 제 성향도 고민이에요. 저는 '콜드브루'님과 달리 도전을 즐기거나 모험적이지 않아요. 생활에서의 안정감을 추구해요. 가정도 빨리 꾸리고 싶어요. 제 인생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부분이 꽤 커요. 그런데 미래의 배우자분에게 "같이 가실?" 하면 현실적으로 누가 다 자신의 기존 생활 버리고 따라오겠어요. 이 분야는 참, 저 같은 성향의 사람이 살아남기 힘듭니다. 일단 현장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잖아요? 약간의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제가 그렇지 않아서 어렵네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섹터로 나아가야 할지 전문성에 대한 고민과 갈증도 커요.
C: 가정 이야기를 하셨으니 말인데... 참 어렵네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저를 좋다고 따라와 주시는 분이 정말 감사하게도 있다손 치더라도 온전히 생계를 책임지기엔 제 벌이가 마땅치 않으니까요. 그 분께 큰 짐을 더 얹는 거잖아요. 구태여 못 본척하면서 잊고 살았는데 참... 저는 머리 써야 하는 일이 진짜 싫어요 (일동 웃음).
H: 고민하면 한도 끝도 없는 문제잖아요. 저는 가끔은 '콜드브루'님 성격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C: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어느덧 인터뷰의 후반부입니다. 활동가로서 가장 필요한 기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H: 정답, 멀티능력! 활동가는 그냥 멀티 그 자체에요. 기획-관리-예산... 요구되는 능력이 너무 많아요. 영어도 잘해야 하고요, 제2외국어도 할 줄 알면 플러스고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니까요. 여기에서 소통이 단순히 현장뿐만 아니라, 현장-한국-양측 정부 사이 가교 구실을 해야 하기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다양한 활동이 결국 동시진행되다 보니 보는 눈도 넓어야 하고요.
C: 동의합니다. 저는 진득하니 기획이면 기획, 관리면 관리 하나씩만 하고 싶은데 참 어려워요. 파견을 나가면 사업 활동과 예산만 신경 쓰면 되니까 더 나으려나요? 아 그것도 따지고 보면 멀티긴 하네요.
H: 멀티라는 게, 결국 똑똑해야 하는 것 같아요. 뇌가 구조화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달까? 작은 일부분을 보고 연상지어 전체를 그리는 능력이 필요한데, 팀장님과 과장님들 보면 진짜 뭔가 다르긴 다르세요. 분명 같은 자료를 봤는데, 내가 놓치던 걸 잡아내는 그 능력이... 우리 갈 길이 참 멉니다. 어떻게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개발협력 활동가가 어떤 전문적인 기술이 크게 요구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꼭 필요한 기술로 인사이트-통찰력을 꼽고 싶어요.
C: 우리 다 아직은 말하는 감자이기 때문에...(웃음) 참... 네 다시 가벼운 질문으로 돌아올게요. 요새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업무 외적으로요!
H: 배우자 찾기... 요새 큰 고민입니다. 정확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런 고민은 아니고요. 나에 대한 기준,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그게 신앙 여부인 것 같아요, 성격도 중요하지만요. 여태껏 연애 경험이 저 스스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도 어려워요. 기준을 세운다라는 게, 결국 포기할 수 있는 건 후순위에 두는 작업이거든요. 손흥민 선수 정도면 신앙, 기꺼이 포기할 수도? (일동 웃음) 농담이고요. 가부장 2순위, 가부장적인 사람은 그냥 싫어요. 이 2개는 현시점에서 제가 절대 포기 못 하는 것들이에요.
C: 짐작은 가지만, 신앙이 우선순위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무교이기 때문에... 또 무교인 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말씀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H: 신앙이 다른 분과 일전에 만난 적이 있었는데요. 갈수록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어요. 삶의 방향과 속도가 다르다고 표현해야겠네요. 저는 삶의 정체성이자 목표 중 큰 부분이 신앙이거든요. 그런데 믿지 않는 분들에게 신앙은 취미에요. 교회가 일요일날 나가서 사교활동 하는 곳인 거죠. 저에게 신앙은 선택의 영역이 아닌데...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해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아요. 아무튼, 무교인 분들은 제 인생에서 종교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기가 어렵죠.
C: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에 대한 물음도 신앙과 연결 지을 수 있나요?
H: 내 신념을 가지고, 그걸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팔랑팔랑 날아갈 듯이 사는 게 아니라 심지가 굳은 채로요. 철학자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철학의 내용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고수하는 모습 자체가 멋있어요. 제 신념은 '속단하지 말자'에요. 인과관계, 논리, 과학을 중시하는 세상이잖아요? 저는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제 신앙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과관계의 틀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모든 노력이 다 좋은 결과로 나오지 않고, 누군가의 아픔이 그 사람의 잘못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듯 개인마다 삶에서의 메시지가 있고, 이는 논리로는 잘 생각할 수 없어요. 그 사람의 개인적 이야기를 우리는 속속들이 알 수 없으니, 판단도 할 수 없는 거예요.
C: 저는 논리, 과학의 힘을 신봉하거든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이지, 논리나 과학이 해결책으로서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긴 합니다. 그런 비판도 인정하고요. 인간이 꼭 계산대로만 행동하는, 이성만으로 하루하루를 살지 않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견지하되, 또 부딪힐 준비를 하며 마음을 열어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하나 배워갑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글을 읽을 독자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H: 저처럼 많은 고민과, 삶의 의미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 여러분 함께 힘내요. 지금 모두가 과도기인 것 같아요. 특히 제 나이대가 삶의 갈피를 잡아가는 시기인데, 모든 게 다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고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아요 우리, 인생이란 게 원래 수학처럼 계산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딘가에 도착해 있을 우리들을 기대하며, 화이팅! 아, 확실한 한 가지, 국제개발협력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이 재미 모릅니다. 우리 함께 해요!
이번 인터뷰이는 저 개인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참 성숙한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한 가지에 몰두해서 주변에 놓치는 게 참 많은데, '해.마.'님은 큰 그림을 볼 줄 아셔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받았습니다. 사실 본지 내용 외에도 정말 많은, 재밌는 이야기와 꼬리질답 나눴는데 내용 흐름과 분량상 다 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예 여러 활동가 불러놓고 '아무말 대잔치' 컨셉으로 단체 인터뷰 한 번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타인을 세우고 위할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해.마.'님, 본투비 활동가가 아닌가 싶어요. 어디가 됐든 지금처럼만 해도 차고 넘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활동가 인터뷰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앞으로 연이어 공개될 다른 인터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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