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함께하는시민행동에 기고한 글을 옮겨 온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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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박배민입니다:) 여러분 예산 중에서도 좋은 예산과 나쁜 예산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예산은 숫자들의 집합이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 내는 게 쉽지 않죠. 그럼에도 어떤 예산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반대로 어떤 예산이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지 구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랍니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공무원의 부정부패, 보조금의 부정수급 등 다양한 예산 문제들을 접하곤 해요. 좋지 않은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예산 관리의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데요. 통제 기능이란 예산이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규칙이 잘 지켜지는 것을 말해요.
어려운 말 같지만 사실 매우 기본적인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인건비로 편성된 예산이 있다면, 그 금액은 인건비로만 사용되어야 하죠. 또, 자금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공기관에서는 납품 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죠. 통제 기능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예산의 통제 기능만 잘 작동되어도 '좋은 예산'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산 이론의 권위자인 알렌 쉬크(Allen Schick, 1998) 교수는 이에 대해 경고하고 있어요. 통제 기능이 잘 준수되더라도 예산이 나쁜 예산으로 변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요. 이 글에서는 알렌 쉬크 교수가 제시한 여섯 가지 기준을 통해 나쁜 예산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본 글은 유승원&김수희 <정부예산과 재정관리>(2020)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선심성(현실 회피적) 예산
예산은 단순히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이야기가 숨어있는 정치의 과정이자 산물이죠. 그래서 어떤 집단이나 지역 주민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일을 피할 수 없는 데요.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 대선이나 총선에서 후보자들이 당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재원 조달 방안이나 지속적인 예산 투자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적 요구에만 부응하는 경우가 있어요.
동아일보가 지난 23년 11월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분석한 결과, 21대 지역구 국회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들 중 30%는 추상적이거나 세부 계획이 없어 검증이 불가능한 공약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전에 후보자들이 ‘일단 던지고 보는' 공약들이 선심성 예산에 해당됩니다. 선심성 예산은 선거 뿐만 아니라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들어가기도 합니다.
반복적인 예산
예산 사업이 변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도 정부 예산으로 계속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정치, 경제, 사회 등 환경이 변화하면 당연히 그에 맞춰 사업의 목표, 방식, 대상 등에 변화가 뒤따라야 하는 게 맞겠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데도 10년 전, 2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예산사업들이 있어요. 이러한 사업들은 사업 자체에 타당성은 있지만, 변화로 인해 수혜자의 민원 등으로 인해 성과 관리가 잘 안 되는 사업이라고 보시면 되어요. 추가적으로, 구형 시스템에 대한 기술 자금을 계속 지원하거나, 현재 맥락에서 더 이상 효과가 적거나 관련성이 현저히 떨어진 교육이나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 등도 반복적 예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저금통 예산
세입 상황에 따라 지출을 조절하는 경우입니다. 영어로는 Cashbox 예산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정부 재정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안정시키기 위해서 경기에 역행행하는 재정 운용을 합니다. 즉, 정부에서는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자금이 넉넉할 때면 돈을 비축할 수도 있고, 자금이 모자를 때면 적자나 부채가 발생하더라도 지출을 이어나가야 할 때가 있는데요.
Ⓒ 박배민
이와 다르게 저금통에 돈이 충분하면 편하게 꺼내 쓰다가(정부 수입 多, 지출 多), 저금통에 돈이 떨어지면 돈을 쓰지 않는 경우(정부 수입 少, 지출 少)가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이런 저금통 예산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세계 경제나 개발도상국 내 경제가 호황이면 예산 지출을 늘리고, 그렇게 몇 년 뒤 경기가 불황으로 전환되면 예산 지출을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식이죠. 특히 천연광물 산업과 같이 세계 경기 변동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가진 개발도상국이 이러한 '저금통 예산'에 더 자주 노출 된다고 해요.
책임을 나중으로 떠넘기는 예산
세입이 세출보다 적으면 언론에서는 적자라고 공격하고, 국민들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항상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러나 세입과 세출의 균형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지출을 줄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예산의 경우 24년에 지출해야 올바르게 쓰이는 것인데, 예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절감을 요청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24년에 지출해서 정리할 것을 25년이나 그 이후로 떠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복지관 보수 사업이 1년이면 충분할 것을 지출 절감 요구로 인해 예산 규모를 작아 보여야 만들어야 하고, 결국 보수 사업을 2, 3년으로 늘려서 진행하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면 복지관 이용자들은 필요 없는 불편함을 더 오래 겪게 되고, 사업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총사업비도 증가하고, 공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이렇게 책임을 미루는 예산 집행은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 오게 돼요.
비현실적 예산
정부의 세입 능력보다 세출을 지속적으로 초과해서 설정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앞서 정부는 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럼에도 국가 비상 시기 즉, 자연 재해가 닥쳤다거나, 코로나19처럼 돈을 투입해서 상황을 진정시켜야 할 때는 일시적으로 세입 능력을 초과해서라도 지출을 더 크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지속적으로 내 능력보다 세출이 더 크게 설정된다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무시하는 나쁜 예산이 됩니다.
우리도 내가 버는 임금보다 무리해서 여행을 가거나, 좋은 물건을 사게 되면 어느 순간 감당하기 힘든 빚이 쌓여 버리잖아요? 신용불량자가 엄청 발생했던 2002년 카드 대란도 그랬고요. 이렇게 수입 능력으로 지출을 계속하게 된 재정 위기를 맞은 나라가 있습니다. 2010년 즈음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인데요. 이 네 국가는 나라의 앞 글자를 따서 PIGS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었어요.
숨겨진 예산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어느 영화에서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 대사인데요. 예산도 숨겨지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데요. 간혹 이름처럼 국민이 알지 못 하게 숨겨진 예산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기관이나 사업에 대한 세입 예산과 세출 예산이 숨겨져 있어서 일반 국민들은 잘 알 수 없고, 담당자만 알고 있는 예산의 뜻하는데요. 대표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해 징수, 관리, 비용지급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감사원, 연구 기관 등은 건강보험료 자체가 준조세*이고, 재정 적자는 정부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니 당연히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 준조세: 조세 이외의 부담금, 사회보험료, 행정제재금, 수수료, 기부금 및 성금 등 모든 비자발적 부담을 통칭하는 개념
숨겨진 예산의 또 다른 사례도 있는데요. 예산 자체는 예산안에 포함되어 있어도, 실제 사업 내용과 다르게 이름을 짓거나, 외부에 사업 내용을 실제와 다르게 설명하는 경우도 해당합니다. 이렇게 예산이 숨겨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빈번해서 우리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답니다!
참고 문헌
1. 유승원, 김수희, <정부예산과 재정관리>, 문우사, 2020
2. 김수현, “ [단독]지역구서 쏟아낸 공약 1만4119개… 30%는 검증조차 불가능한 ‘空約’”, 2023.11.4.
3. 장행석,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투명성 높이기 위해 국회 통제 강화해야”, 2023.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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