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사례] 인권 있는 인권조직을 바라는 인권활동가들을 위한 안내서
활동사례 / by 민들레 / 작성일 : 2021.08.01 / 수정일 : 2021.08.02

[활동사례] 인권 있는 인권조직을 바라는 인권활동가들을 위한 안내서 

자료를 찾다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하나 발견했어요. 중요한 토론회, 기자회견, 회의를 앞두고 새벽까지 야근을 하면서, 활동가들끼리 씩씩 거리며 장난처럼 했던 말이기도 한데요. "인권없는 인권단체"라는 말이었어요. 그만큼 중요한 이슈를 해결하려고 모인 사람들은 끈질기게 고민하고, 행동하고, 무언가가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판을 벌려야 했죠. 아래 자료는 인권재단사람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하며, 소소하게 기록으로 남긴 보고서인데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매 순간 현실과 이상 사이를 거닐던 '나'라는 활동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죠. 안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꼭 내가 속한 곳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변하지 않는 사실 중 하나인데요. 그 곳 또한 '나'라는 구성원으로 만들어진 곳이니까요. 


이번 글은 너무 무겁지 않게 보시고, 여력이 된다면 본인이 속한 단체에서 체크리스트를 함께 해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아래 내용은 자료집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니, 모든 자료를 보시려면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인권있는 인권조직을 바라는 인권활동가들을 위한 안내서바로가기

1장 안내서를 내며
 
신입활동가이든 경력 있는 활동가이든 조직에서 존중받고 성장하며 활동하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조직문화와 업무가 덜 익숙하고 아는 사람이나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적은 신입활동가들은 ‘인권 있 는 인권조직’의 필요성을 특히 절감하게 되기도 합니다. 인권운동을 하는 조직이라면 조직의 문화와 활동 방식, 조직 내에서 활동가 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 등을 인권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때로 왜 우리가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지 피곤하고 회의가 들 때도 있겠지만,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인 우리들조차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무관심해진다면 우리가 무엇을 위해 모였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신 호일 것입니다. 활동가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운동은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과 어떻게 서로를 북돋으며 활동할 수 있을지, 어떻게 평화롭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유지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 안내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에서, 신입활동가들은 ‘변화하고 싶은’, ‘꼰대를 참을 수 없는’ 신입활동가들은 물론이고, ‘신입활동가들과 서먹서먹한’, ‘꼰대라 는 소리를 들을까 두려운’ 기존 활동가들에게도 안내서를 내밀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운동에 지치고 소진된 느낌을 받는 분들과, 또 위계의 문제 때문에 고민하거나 위계 문제의 당사자인 활동가들을 위해 이 안내서를 만 들었습니다. 활동가의 소진은 위계적인 조직 문화 동료 활동가들과의 갈등 등 관계의 문제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되기도 하고, 활동가의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등의 조직 내의 구조적 문제, 운동의 상황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지속가 능한 활동을 꿈꾸고, 그럼에도 조직에 여전히 애정이 있는 분들에게 이 안내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신입활동가에게도, 경력이 있는 활동가에게도, 문 제제기를 최초로 시작하려는 용기를 내는 중인 활동가에게도, 문제제기를 받고 당혹스러운 활동가에게도 이 안내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2장 인권조직에 인권 없다 느낄 때

“우리 단체는 그래도 평등한 단체야. 문제제기도 잘 할 수 있는 곳이지.” 혹시 이렇게 자평하고 있나요? 물론 ‘그나마 나은’ 단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말할 때 누군가는 어렵게 꺼내려던 이야기를 다시 입 안으로 삼키고 있다는 점 눈치 챘나요? 신입 인권활동가들이 말하는, ‘인권조직에 인권 없다’고 느낄 때! 인권 있는 인권조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실 마리를 주는 소중한 이야기들, 잘 곱십어보세요.“
 
“애기 같다”
“예쁜 애가 왜 활동을? 연애나 하지.”
“여자는 밥 이 정도면 되지?”
“이런 건 남자가 있어야 하는데.”
“젊은 네가 해.”
“거긴 상석이야. 네가 앉을 자리는 아니지.”
“어리니까 강하게 커야지.”

아직도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있다고요? ‘친근함을 위장한 반말’도 여전하다고요? 서로를 동등하게 대우하려는 노력은 마음만으로 부족합니다. 우리가 내뱉게 되는 말들이 어떻게 위계와 차별을 강화하는지, 조금만 돌아보면 알아 차릴 수 있습니다.

“내(우리)가 옛날에 다 해봤다.”
“어차피 안 될 거야. 해보든지. 어차피 이렇게 저렇게 될 걸.”
“우리 때는 (안) 그랬다.”
“옛날에 나 때는 더 힘들어도 다 했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 신입활동가들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경험이 권력이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경험을 잘 나누는 것과 경험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것 사이의 경계를 인권의 시선으로 돌아봅시다. 

일을 나눠 맡는 과정에서 ‘잔심부름은 오직 나의 몫!’이 되고 ‘하기 싫은 일 은 나에게 분배’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중요한 일을 안 시킬 때’ 인권 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직 안에서 역할이나 업무를 분담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놓치지 마세요.

담당자는 나인데 결정은 위에서
판단과 결정은 ‘위’에서, 설명도 설득도 이해시키는 과정도 없다
회의에서의 배제, 중요 결정은 대표급만
중요한 논의 자리에 끼어주지 않을 때

혹시 회의 구조가 이렇지는 않은지요? 조직마다 회의 구조는 다양할 수 있 지만 조직적 논의와 결정의 과정에서 누군가 배제된다면 인권 없다 느껴지겠지요.

나만 몰라, 내가 모르는 사안을 모두 다 아는 것처럼 회의하고 모르는 단어도
의견 내기 어려운 분위기
내 의견을 묻지만 다른 결정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내 의견이 회의에서 무시될 때
진지하고 무거운 활동만 활동이라 고 간주할 때
회의 자리에서 토론과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질타를 받을 때
할 말이 있는데 눈치 보느라 못할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할 수 없을/못할 때
갈등 상황에서 ‘대등한’ 싸움이나 개입, 발언이 어려워 수용하거나 지기만 한다

다 같이 논의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동등한 참여가 어렵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요?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봅시다.

기존에 친한 활동가들끼리만 어울린다 (비공식 뒤풀이나 단톡방)
술자리에 서 결정된 사안이 사업에 반영될 때
타 운동 단체에 대한 비난을 듣고 있어 야만 할 때 

“징징대지 마.”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 무시하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일을 위 해 희생과 배제를 당연시
당연한 24시간 대기
저임금노동, 주말근무, 야근 당연시
주말 휴일 없이 업무 관련 연락 올 때
은근히 강요되는 밥+차+술, 같이 밥 안 먹으면 매정하다고

당연한 건 없을 텐데, 당연하다는 듯 과로가 강요될 때 인권 없다고 느껴지 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각자를, 서로를 돌볼 시간과 여유가 흐르는 조직에 인권도 흐를 것입니다.

3장 인권 있는 인권조직은 ○○○이다

인권 있는 인권조직을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 다. 2장 ‘인권조직에 인권 없다 느낄 때’를 찾는 것과 비교했을 때에도 상대적으로 떠올림이 쉽지 않았던 것은 완벽하게 이상적인 공간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방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순도 100% 인권적인 조직은 없다는 말이 곧 인 권 있는 인권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자조적으로 회자되는 “인권단체 인권 없고, 평화단체 평화 없고, 노동단체 노동만 있다”는 문장이 때론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에 문제없는 조직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오히려 변화를 위한 시도를 도모할 여지 가 생기는 것이죠. 인권 있는 인권조직 하나의 고정된 완성체가 아니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의 조짐을 알아채는 힘 그리고 문제를 함께 다룰 수 있는 ‘동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상의 관계와 문화를 점검할 수 있는 평소의 ‘근력’을 키워 놓을 때 우리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아래 정리한 결과물들은 ‘인권 있는 인권조직’의 예시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권 있는 인권조직은 고양이다. 고양이의 까칠함이 귀여움으로 느껴지기도 하듯 예민함(‘대표’의 예민함 말고)도 그 가치 그대로 경청(존중)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인권 있는 인권조직은 거울이다. 조직 스스로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 기에. 물론 들여다보기만 하고 끝나면 안 될 것”
“인권 있는 인권조직은 프리즘이다. 겉으로는 하나지만 그 안에 다양한 빛깔 과 재능이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에. 반대로 활동가 개인에게 너무 많고 다양한 재능을 기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
“인권 있는 인권조직은 유니콘이다.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지치지 않을 것. 일상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인권 있는 인권조직은 보험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인권 있는 인권조직은 나 혼자 만들 수 없다. ㅠㅠ"

4장 우리 조직 위계 체크리스트

내가 속한 조직에도 위계가 있을까?! 나도 모르게 발생할 수 있는 위계! 다 음 위계 체크리스트를 통해 체크해보아요. 아래 각 문항에 해당되는 번호를 체크하고 숫자를 합산하면 됩니다.

1. 청소, 뒷정리는 항상 여성 혹은 막내가 해야 깨끗하다 ① ② ③ ④ ⑤
2. 나이 많은 사람이 말을 놓는 게 자연스럽다 ① ② ③ ④ ⑤
3. 경력이 오래된 혹은 직책이 높은 사람 말을 따랐을 때 안심이 된다 ① ② ③ ④ ⑤
4. “여자(남자)친구는 있어?”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① ② ③ ④ ⑤
5. 장애가 있는 활동가에게 본인의 의견을 묻지 않고 쉬운 업무만 맡긴다 ① ② ③ ④ ⑤
6. 몇 학번인지 묻는다 ① ② ③ ④ ⑤
7. 조직 내에서 나의 불편함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① ② ③ ④ ⑤
8. 미혼/비혼일 경우 명절에 출근해서 일하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9. 외모, 몸매에 대한 이야기로 인사말을 건넨다 ① ② ③ ④ ⑤
10. NL/PD인지 혹은 아는지 모르는지 묻는다 ① ② ③ ④ ⑤
11. 임원들이 상근 활동가를 직원으로 여긴다 ① ② ③ ④ ⑤
12. “사무실에 출근하면 편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① ② ③ ④ ⑤

총점을 계산하여 높게 나올수록 나도 모르게 조직 내에 위계가 발생하고 있 다는 점! 혹시 총점이 낮게 나왔나요? 평등한 조직에 속해 계시군요. 하지만 안심은 금물! 체크한 본인의 위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다 같이 숨은 위계를 찾아 없애고 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요~


5장 우리 조직 활력 체크리스트

내가 속한 단체는 활력 넘치는 조직인가요? 활동과 연대의 원천이 되는 활 력! 다음 활력 체크리스트를 통해 체크해보아요. 아래 각 문항에 해당되는 수를 적고 합산하면 됩니다. 총점을 계산하여 높게 나올수록 단체의 활력이 떨어진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점수가 높게 나왔다면, 단체구성원 사이에 서로의 쉼, 건강, 활동 등을 공 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늘려 활력을 되찾아보아요.

1. 활동가는 보통 다수의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① ② ③ ④ ⑤
2. 3년차 이하 활동가의 퇴직이 빈번하다 ① ② ③ ④ ⑤
3. 활동가들은 단체의 안식년 제도에 불만이 있다 ① ② ③ ④ ⑤
4. 돌봄 및 감정 노동이 특정 활동가에게 집중된다 ① ② ③ ④ ⑤
5. 활동가 사이에서 단체 재정상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① ② ③ ④ ⑤
6. 하고 싶은 활동을 추진하다 좌절한 경험이 있다 ① ② ③ ④ ⑤
7. 원하는 날짜에 연차 및 휴가를 내기가 어렵다 ① ② ③ ④ ⑤
8. 사표를 내는 상상을 자주 한다 ① ② ③ ④ ⑤
9. 단체구성원 사이에서 활동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지 않는다 ① ② ③ ④ ⑤
10. 활동 중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 눈치가 보인다 ① ② ③ ④ ⑤
11. 원하지 않아도 단체가 주최하는 일정에 꼭 참여해야 한다 ① ② ③ ④ ⑤
12. 우리 단체는 신입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① ② ③ ④ ⑤

6장 문제제기 해도 될까?

다음은 참여자들이 함께 만든 문제제기를 위한 조언들입니다! 인권조직에 인권이 없을 때, 다음의 문장들을 기억하세요. 사소한 것도 소중합니다. 문제제기가 망설여질 때, 문제제기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문제제기 하지 않고 참기로 하였을 때, 혹은 힘이 들 때 보세요.

“혼자가 힘이 들면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한 명은 있지 않을까요?”
“너무 힘들 땐 잠깐 쉬어 가도 괜찮아요.”
“저항이 있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용기내볼까요?”
“쉬엄쉬엄 해요.”
“인권운동보다 당신이 더 소중합니다.”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를 찾으세요!”
“문제제기 않기로 했다구요? 수고했어요, 참느라.”
“갈등이 드러나면 그때가 기회다.”
“수면 아래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20647519865명 있습니다.”
“안식년/월을 기다리며 조금만 힘냅시다!”
“우리 단체는 안식제도가 없다구요? 만들어 봅시다!”
“영원한 문제는 없어요. 우리 차근차근 해결해 봐요.”
“이건 당신 탓이 아니야!”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마음껏 상상하라.” “까칠함+당황함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지적 받은 사람도 당황스러울지 몰라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도통 이해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운내요, 토닥토닥.”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분명한 것부터 하나씩 합시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어쨌든 균열 낸 것이 대단한 일!” 
"세상에 완벽한 문제제기는 없다.”
“갈등은 어디에나 있다!”
“문제제기 하는 자는 용기 있는 자!”
“문제인지 모르고, 문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봐요.”


 


 


작성자 : 민들레 / 작성일 : 2021.08.01 / 수정일 : 2021.08.02 / 조회수 : 12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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