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분야 ODA는 식량과 빈곤 퇴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전략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들이 연결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SDG 8)와 육상생태계 보호(SDG 15)가 연계되었죠. SDG는 169개의 세부 목표도 갖고 있으므로, 연결된 분야는 더욱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ODA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야별 비중은 연도마다 차이가 있지만, 교통, 보건, 인도주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그 외에 공공행정, 교육, 에너지와 농림수산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농림수산은 우리나라 분야별 ODA 중 5.7%에 불과합니다(24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기준). 이 분야별 비중도 농림과 수산을 함께 계산한 비중이므로, 농업 분야만 단독으로 계산하면 그 비중은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출처: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
하지만 농업 분야는 새로운 분기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식량안보입니다. 식량안보는 국가의 재난,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일정한 양의 식량을 항상 확보 및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기후변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식량안보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량안보를 확보할 방안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죠. 영화 빅쇼트(Big Short)에서 미래에 유기농 채소와 식량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영화의 대사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큐레이팅은 우리나라의 농업 분야 ODA 전략에 대하여 핵심만 가볍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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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도 식량안보 문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제47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서면 개최를 통해서 2030년까지 농업 분야 지원 규모를 2배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농업 발전과 빈곤퇴치 경험을 전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제47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K-Rice Belt 패키지 협력 사례까지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농업 분야 ODA 확산에 대한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죠.
출처: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
그리고 농업 분야 개발협력 추진전략(안)을 의결합니다. 이 전략을 의결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도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중장기 전략에 기반한 농업 분야 ODA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5년 기준 글로벌 식량안보 전략 수립과 범부처 식량안보 이니셔티브(Feed the Future)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녹색식료시스템 전략을 바탕으로 국제기구 협력 사업 추진과 개정된 개발협력 대강에서 식량 문제 대응을 중점 정책으로 포함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에 맞추어 한국은 농업 분야에 특화된 국제개발협력 전략을 제시한 것이죠.
이 전략은 5개의 지원 방향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1) 식량안보 강화, 2) 자생적 농촌개발 지원, 3) 농산업화 이행 촉진, 4) 디지털 농업 확산, 5) 기후스마트 농업 확대입니다. 당연히 국별협력전략(CPS)에 기반하여서 중점협력분야를 농업으로 지정한 20개 국가를 대상에 집중합니다. 특히 아프리카 7개 국가 중 이집트를 제외한 6개 국가(가나, 에티오피아, 르완다, 우간다, 탄자니아, 세네갈), 중남미는 4개 국가 중 3개 국가(콜롬비아, 볼리비아, 파라과이), 중동·CIS도 4개 국가 중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3개 국가(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를 지정한 것을 보면 아시아를 제외한 다수의 국가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만큼 식량안보는 모든 국가에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농업 분야 ODA는 식량과 빈곤 퇴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전략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들이 연결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SDG 8)와 육상생태계 보호(SDG 15)가 연계되었죠. SDG는 169개의 세부 목표도 갖고 있으므로, 연결된 분야는 더욱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출처: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
무엇보다 이 전략은 중점 지원 목표와 수단을 야심 차게 제안합니다. 모든 ODA 사업의 기본은 수원국의 수요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합니다. 앞서 보여드린 것처럼, CPS를 기반으로 중점 협력국들로부터 농업을 중점 협력 분야로 선정한 국가들을 추렸습니다.
이후 저소득국을 중심으로 기아와 빈곤 해소, 식량 생산 증대를 넘어서 농업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비록 국가마다 중점 산업 분야는 차이가 있겠지만, 농업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유상원조와 무상원조의 연계를 통해서 농업 ODA의 역할을 늘리겠다는 것이죠.
또한 앞의 그림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K-Rice Belt 패키지를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농업 관련 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지역 맞춤형 사업을 통해서 농업 ODA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부처의 참여도 필요합니다. ODA를 총괄 관리하는 외교부와 농업 분야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업진흥청,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등 범부처 접근이 필요하죠.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부는 ODA를 추진할 때 인도주의적 원칙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국익도 함께 고려해야 하죠. 우리보다 먼저 농업 분야 ODA를 추진한 선진국들은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요?
김상현, 정대희, 박슬기(2024)에 따르면, 미국의 농업 ODA 지원과 함께 농식품 수출이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비록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최근 4년 동안 콜롬비아, 니제르, 케냐, 에티오피아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죠. 반대로 아프가니스탄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아마도 아프가니스탄은 미국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므로 정치·외교 요인이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출처: 김상현, 정대희, 박슬기(2024)
반면 독일은 농업 ODA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지만, 농식품 수출은 농업 ODA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원국 전체로 보면, 농업 ODA는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해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농식품 수출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입니다. 국별 현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에티오피아, 말리, 케냐, 니제르, 튀니지에서 농업 ODA는 일부 감소한 편도 보이지만, 농업 ODA가 공여국의 농식품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죠.
그러나 일본은 다른 추세를 보여줍니다. 일본의 농업 ODA는 2020년까지 증가 후 2021년에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일본의 농식품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일본 농식품의 주요 수입국이 베트남인 것을 고려했을 때 국가마다 소득이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하죠.
결국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농업 ODA는 농식품의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수 있는 수단은 아니죠. 그래서 농업 ODA가 미래 농식품 수출 증가를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농업 ODA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중력 모델(Gravity Model)을 활용하여 분석했습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농업 ODA는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나, 반대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농업 ODA가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출처: 김상현, 정대희, 박슬기(2024)
물론 이것은 통계분석에서 활용되는 분석모델을 활용한 결괏값이므로, 실제 농업 ODA 성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겠죠. 그러나 농업 ODA가 농식품 수출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 희망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한 자료>
국제개발협력위원회. (2023). 농업 분야 개발협력 추진전략(안)
김상현, 정대희, 박슬기. (2024). 농업 ODA 확대가 K-Food+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KREI 농정포커스 제219호(20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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