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카이브 47]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비영리 책무성 이행
기획아카이브 / by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 작성일 : 2024.08.20 / 수정일 : 2024.09.25
기획아카이브 46~48은 3회차에 걸쳐 <비영리의 책무성>을 주제로 한 글을 소개합니다. 최근 '비영리 책무성'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영리 책무성'은 재정, 성과, 사명 등의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재정적 책무성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도 합니다. 기획아카이브를 통해 거버넌스, 법과 제도, 재정적 측면에서의 '비영리 책무성'에 대해 살펴보고, 비영리 단체나 활동가들이 책무성을 이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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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활동가학습플랫폼 판에서도 [비영리단체의 나침반: 책무성을 위한 실천 가이드(1), (2)]가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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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적 측면에서의 비영리 책무성 이행
황인형(동천NPO법센터 상근변호사)
1. 들어가며
비영리 활동에 있어서 법률은 곧잘 번거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막연히 두려운 존재로 여겨지기 쉬운 반면, 평소 단체를 운영하고 공익활동을 하는 데 있어 굳이 법률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으므로 중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언제나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 또는 우리의 행위에 대해 이의나 불만을 제기하거나, 계약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결국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률이다.
그제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법률전문가를 어렵게 찾아내 조언을 구하여도, “더 일찍 오셨더라면…” 하는 답변을 듣게 되기 일쑤다. 미리 법률을 참고하고자 해도 어디부터 어디까지 살펴야 하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더 신경을 쓸 여력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비영리 종사자라면 법률을 알고 준수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각자 개인이 평소 아무리 일이 바빠도 체력을 유지하고, 컨디션을 체크하고, 식단과 영양에 관한 정보를 찾아가며 건강을 관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 평소에 얼마나, 어떤 법률을 의식하며 비영리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 글이 답하고자 하는 질문이다.
출처 : freepik
2. 법과 비영리 책무성
가. 비영리 책무성이란
비영리 책무성(accountability)에 관해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많은 경우 “행위자가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절차” 또는 “조직이 의사결정 과정과 활동에 있어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대응하고 균형을 맞출 것을 약속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는 절차”라고 표현된다. 이에 수반하는 물음은 “무엇에 대한 책무인가?”와 “누구에 대한 책무인가?”이고, 그 답변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책무의 영역이 도출될 수 있다.1)
책무 이행의 상대방이 되는, 비영리조직의 ‘설명(account)’을 요구하는 이해관계자로는 조직의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성원, 조직의 재화 내지 서비스를 공급받는 수혜자, 조직이 대변하는 권익의 당사자(예를 들어 여성인권단체에 있어 여성 일반), 기부자, 정부, 일반 대중, 언론, 조직의 직원, 함께 활동하는 파트너나 연대조직이 논의된다. 책무 이행의 영역은 크게 (1) 재정, 자원봉사 인력, 평판 자본의 투입, (2) 재화, 용역, 사회적 자본과 정책적 영향력의 창출, (3) 절차에 있어 법률, 공식적 사명과 윤리의 준수, 단체 존립의 정당성(legitimacy) 유지 등이 있다.2)
각 이해관계자의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책무의 내용과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수혜자나 권익의 당사자에게는 재화나 서비스, 사회적 자본과 정책적 영향력 창출에 대한 책무가 강조될 수 있고, 기부자나 일반 대중에 대해서는 재정, 윤리와 정당성에 대한 책무의 이행이 상대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
나. 법제도 측면에서 바라본 비영리 책무성
이상의 틀 안에서 정리하자면, 법률의 준수는 ‘절차적 책무’의 한 내용으로, 이해관계자 중 누구보다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중요하다. 이외에도 조직에 고용된 직원, 기부자, 수혜자, 파트너/연대 조직 등도 우리 조직이 법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묻는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
정부나 기부자와 같이 자원에 대한 통제권한을 가진 외부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책무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려 한다면, 단체의 자원이 회계 · 공시나 준법감시와 같은 운영관리의 측면에 투입되는 비중이 지나치게 늘어나고 공익의 달성에는 충분히 쓰이지 못하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책무성의 어느 한 영역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전체적인 책무 이행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 결국 비영리조직의 운영자는 여러 책무의 영역에 필요한 만큼의 자원이 분배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하고, 여러 이해관계자 역시 이 점을 이해하여 과도하게 특정 영역에 편중된 책무의 이행을 요구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조직이라 하더라도, 의사결정의 비효율, 인력 관리 실패, 창의성, 전문성이나 사업수행 의지 부족 등 다른 영역에서의 미비함으로 인해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애초에 모든 법령을 파악하여 완벽히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을 지키는 것은 책무성 이행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3. 법률 준수를 위한 기초지식
한정된 본고의 지면을 통해 비영리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수많은 법령과 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앞서의 논의를 전제로, 몇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초적인 법적 쟁점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가. 단체의 성격과 특징을 잘 아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 조직이 어떤 법적 성격을 갖는 것인지를 아는 것이 적용 법률을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된다. 비영리조직은 크게 임의단체와 법인으로 나뉜다. 우리 조직의 성격을 잘 알지 못한다면 정관을 살펴보고 정식 명칭에는 ‘사단법인’,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더 확실한 것은 법인 설립허가증을 확인하는 것이다.3) 임의단체에 대해서는 고유번호증 발급 이후 세무처리에 있어 법인과 동등하게 취급된다는 점, 이에 따라 사업소득에 대해 법인세, 부가세를, 기부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관할 세무서에 신고 납부한다는 점을 아는 것이 핵심이다. 단체의 구성이나 운영에 관해서 법이 정하는 바는 없으므로 걱정할 것이 적다.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민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법인이 운영되어야 하고, 정관이 법률과 동등한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각종 내부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정관의 내용을 수시로 확인하고4), 불분명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은 총회/이사회 논의 안건으로 올려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관상 목적사업과 각종 의사결정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하고,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정관변경, 기본재산5) 처분)과 등기사항을 파악해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허가에 있어서는 주무관청의 재량이 넓게 인정되므로, 허가가 필요한 사항은 주무관청에 연락하여 협의 후 진행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6) 세금 관련 사항은 임의단체와 같다.
만일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 공익법인 등 개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라면 민법보다 해당 특별법이 먼저 적용된다는 차이만 있다.7) 한편 ‘비영리민간단체’는 단체의 법적 성격을 나타내는 용어가 아니라, 공익활동 민간보조사업을 수행할 수 있고 추후 공익법인등으로 지정 받아 면세될 수 있는 자격을 뜻할 뿐이므로 혼동하지 않도록 한다.
나. 세법상 공익법인이라면 다양한 의무사항을 숙지하고 행정력을 확보한다.
세법상 공익법인등은 사회적 기여를 대가로 상속세·증여세를 면세받는 지위를 누린다. 따라서 공익법인등에 해당하는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민간단체는 세법이 요구하는 각종 의무사항을 준수하여 출연재산을 꾸준히 공익 목적에 사용하고 있음을 표시해야 한다. 이에 공익법인등이 지켜야 할 것으로는 크게 (1) 그 지위를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의무, (2) 납세협력의무, (3) 출연재산 관리의무가 있다. 의무사항이 복잡하고 다양하므로, 충분한 행정인력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놓치기 쉬운 중요한 사항은 무엇보다 재지정 시기(최초 지정 시부터 3년, 이후 6년마다)를 체크하고, 해당연도에는 연초부터 재지정을 준비하는 일이다. 최근 국세청에서 지정요건 중 ‘사업의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여, 정관상 사업의 수혜대상에 ‘회원’이나 ‘구성원’ 등이 언급되어 있다면 재지정을 거부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므로 주의한다. 이외에도 실무상 출연자 및 특수관계인의 출연재산 사용수익 또는 임직원 선임 제한, 출연재산의 3년 내 사용 및 계속 사용 의무, 전용계좌 신고가 자주 문제되므로 운영자는 관련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상세한 내용은 국세청이 매년 발간하는 공익법인 세무안내 책자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익법인의 회계·세무와 관련해서는 강의도 자주 개설되므로 ‘활동가학습플랫폼 판’ 등을 이용하여 설명을 듣는 것도 좋다.
다. 모금 기획 전에는 반드시 등록 필요성을 검토한다.
기부금품을 1천만원 이상 모집하는 경우에는 사전 등록하고, 추후 등록청에 모집완료와 사용완료 보고 및 결과의 공개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대체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 대한 기부 권유행위는 등록 대상인 모집으로 해석되고, 따라서 SNS, 홈페이지 등에 후원계좌를 공개하거나 TV, 인터넷 광고 또는 온라인 모금함 개설, 후원행사, 거리모금 등 모금 기획을 할 때는 미리 등록을 해야 하는지 검토한다. 반면 정관에 따라 가입한 후원회원의 정기금 납부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본 최근의 대법원 판례가 있다(2021도16765). 기부금품법과 시행령이 2024년 들어 개정되어 7월 말 시행되었으므로, 향후 변화된 법령 적용의 추이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라. 그 외 대부분의 법적 의무는 비영리라고 하여 특별히 다르지 않다.
비영리조직에서도 근로관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 기간제근로자법, 근로자퇴직급여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적용되고, 사업 수행단계에는 저작권법, 개인정보보호법이 공통적으로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개별 사업의 영역에 적용되는 다른 법률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사업 기획 시에는 관련 법령의 검토를 통해 위험을 사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각 법률이 요구하는 의무에 관하여, 비영리 공익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의무 위반이 정당화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4. 나가며
비영리조직의 법적 책무는 조직의 형태, 규모, 세법상의 지위, 수행하는 사업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로 그 내용이 달라진다. ‘프리사이즈(one-size-fits-all)’ 옷처럼 누구에게나 잘 들어맞는 설명은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비영리 전반을 관장하는 관리기구나 권위를 가진 전문가 집단이 장기간 존재하지 않았고, 그 때의 당면한 필요에 따라 생겨난 각각의 법률이 난삽한 법체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이 더욱 부각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법령과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논외로, 법적 책무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하여 마냥 피할 수만은 없다. 비영리조직은 각 역량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조직의 성장에 따라 그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 첫 걸음은 비영리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법적 의무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를 위해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진단 도구들이 있다. 온라인에 공개된 것 중에는 여러 시민단체가 책무성 증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결성한 모임인 ‘공익네트워크 우리는’의 NPO 책무성 자가진단지표, 재단법인 동천의 NPO셀프체크리스트가 기본적인 법률상 준수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혼자서 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어렵다면, 활용 가능한 도구를 찾고 조력을 통해 전문적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법률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최신의 정확한 정보를 통해 지식을 누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법령 검토 없이 과거의 경험이나 다른 단체의 유사한 경험에 비추어 문제가 없었다는 말에 의존하지 않도록 언제나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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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ndler, G. et al., A Non-Profit Accountability Framework, Canadian Public Administration, Vol. 53. Issue 2. (2010). p. 260; Ebrahim, A., The Many Faces of Nonprofit Accountability, The Jossey-Bass Handbook of Nonprofit Leadership and Management, 4th Ed. (2016). p. 102-103.
2) Candler, G. et al. (2010). p. 262-271.
3) 설립허가증에는 설립의 근거법이 명시되므로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법인 아닌 임의단체의 경우 설립허가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4) 최근 한 민법상 사단법인이 정관에 근거가 없음에도 임시대의원총회를 서면총회로 개최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별도의 소집·개최 절차 없이 목적사항을 대의원에게 서면 통지한 후 그에 대한 찬반투표를 서면으로 받아 정관상 회장의 연임 1회 한도 규정을 변경한 후 회장을 연임시킨 것은 민법상 총회의 원칙적 결의 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정관변경과 회장 선출의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254983 판결).
5) 기본재산은 나중에도 추가할 수 있지만, 법인 설립 시 기본재산으로 한 것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의 경우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은 기본재산으로 편입되는 것이 원칙이고,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부동산은 모두 기본재산이 된다. 기본재산을 허가 없이 처분할 경우 그 자체로 무효인 행위가 되고, 민법상 법인의 경우 이사, 감사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행위자의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
6) 재량이 크게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공무원의 순환근무로 인하여 담당자가 변경된 경우 판단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므로, 인사이동 여부나 시기를 확인하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법무부에서 발간한 ‘2022년 실무자를 위한 비영리 공익법인 관리 감독 업무 편람’과 같은 매뉴얼이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함께 참조하면, 주무관청이 어떤 포인트를 중요시하는지,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되는지를 알고 관련 법령, 해석, 사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7) 설립허가증을 통해 법인의 설립 근거를 확인하였다면, 그 법률의 내용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의 법률명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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