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 운동이 있다. 바로 대안교육운동이다. 그렇지만 대안교육운동은 기운을 잃어가는 것 같다. 교육운동으로서 사회운동을 추구했던 대안교육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앞으로는 보기 위해 현재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2021년 대안교육운동은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기 위해 대안교육연대 유은영 부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을 아주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021년 현재 대안교육연대에는 50개의 단체 회원이 있다. 2021년에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대안교육/대안학교의 의사가 반영된 시행령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안교육운동 초창기에 가졌던 운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교육과정연구위원회 활동 등에 품을 들이고 있다.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이 있는 학생/학부모가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나에게 맞는지 쇼핑하듯 선택할 것이 아니라 대안교육운동에 동참하러 와야지 후회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
5월에는 교사에게도 부모에게도 신경 쓰이는 날이 있다.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이 좋은 날이 되지 못하고 계륵같은 날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벌 ․ 체벌 ․ 과도한 경쟁 ․ 사교육비 문제 ․ 줄 세우기 등 교육과 관련된 부정적인 현상을 표현한 단어들이 일상에 넘쳐 흐르는 것을 보면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책과 영화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에게 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21년이 된 지금도 학교에서 성적이 중요하기는 매한가지다. 교육운동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전교조를 비롯하여 ‘학벌없는 사회’,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교육과 관련된 시민운동들이 있었다. 대안교육운동처럼 대안학교를 직접 세워 교육운동을 한 곳도 있다. 그런데 왜 20~30년 전의 교육 문제와 지금의 교육 문제는 비슷할까? 이 의문에 냉소하기보다 교육문제에 대처한 교육운동을 살펴보면서 아주 느린 걸음이라도 변화가 있었는지,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고 아직도 유의미하다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일지라도 마음을 내고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단체 중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고 2021년 1월에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되어 변화의 여지가 있는 대안교육운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안교육운동은 ‘성적에 따라 줄 세우기 반대, 민주적인 학교 만들기’ 등을 외치면서 결과물인 대안학교를 전국 각지에 세웠다. 대안학교가 생겨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2021년의 시점에서 대안교육운동의 결과물인 대안학교 현황과 최근 이슈는 어떠한지 인터뷰를 통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2021년 5월 24일 민주주의 ․ 인권 ․ 평화 ․ 생태 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안학교들의 연대체인 대안교육연대 유은영 부대표를 시원한 시간에 만나 뜨거워질 무렵까지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은 요약/편집하여 정리하였으며, 기록자의 주관성을 줄이고자 입말 그대로 옮겼다.)
☞ 대안교육연대는 어떤 곳인가?
대안교육연대는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 고착화하는 데 편승하는 제도권 교육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인권과 평화, 생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설립된 비인가 대안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모여 2002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시민단체이자,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제593호)’로 등록된 NPO 단체입니다. 2021년 3월 현재 전국의 비인가 대안학교 50곳이 단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주요사업으로는 대안교육 법제화와 조례운동, 대안교육연대의 정체성 강화(교사연수, 교육과정연구 등), 조직 간 협력 강화(학생회연대 지원, 학부모 연수 등), 시민운동 단체 연대활동/대내외 홍보활동이 있습니다.
- 출처 : 대안교육연대 홈페이지 및 대안교육연대 소개 자료
1. 2021년 대안학교 현황은 어떤가요?
- 50곳의 단체 회원과 2곳의 후원 단체가 있습니다.
- 초등과정 28곳, 중등과정(중/고) 37곳
(초중고 통합으로 운영되는 곳은 초등과정과 중등과정으로 분리하여 표기)
* 사진 출처 : 대안교육연대 제공
2. 대안교육 현장 소식을 들어보면 ‘위기다’, ‘입학생이 줄어든다’, ‘예전에 비해 교사 지원 수가 줄었다’ 등 대안학교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많습니다. 대안교육연대에서 생각하는 원인과 해결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보통 외적 요인, 내적 요인 이렇게 두 가지 분석을 해요. 혁신학교가 확대되었고, 방과 후나 방학 때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난 거예요. 인가 학교(제도권 학교를 뜻함)들도 여건이 좋아지고 학생 인권이 개선되었어요. 물론 단점은 있죠. 기본적인 줄 세기 문화는 없어지지 않는 거. 눈에 보이는 억압은 없어졌어요. 문건으로만 서류로만 내가 등급이 매겨지고 있는 거를 굳이 의식하지 않으면 못 느껴요. 학생들은 무기력증이 심해졌어요. 무력해져서 나온 아이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찾지 않아요.
대안교육은 교육 운동을 통해서 사회 운동을 하는 게 목적이고, 대안교육운동의 노력으로 학교 교육이 변해서 대안교육에 오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이면 오히려 응원할 일이예요. 그런데 아직 등급을 세우는 사회 문화가 없어지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대안교육운동에서 이야기 한 교육목적과 철학이 시민들에게 가닿지 않았다고봐요. 교육내용의 문제였나․ 교육의 방향을 잘못 잡았나 등의 내적성찰이 있어야 해요. 시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우리의 활동을 관찰해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해요. 각 현장에서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3.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제정의 의의와 대안교육현장에서 받을 영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법률 제정으로 최소한의 법적인 안정망을 갖추는 게 목표였어요. 법률 제정으로 인해 ‘학교’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작은 변화 같지만 우리나라는 인가학교가 아니면 인정 자체를 안 했었는데, 학령기 아이를 데리고 있는 전일제 교육기관으로 인정한 사상 첫 사례인 거예요. 그래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아직은 실감이 안 날 거예요.
현장에서 받을 영향은 대안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취학 유예’가 가능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학부모와 학생이 인가학교에 가서 상황을 증명했어야 되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명단을 주면 끝나는 거잖아요. 되게 큰 변화예요. 다만, 등록하지 않으면 여전히 미등록 기관으로 남는 곳이 많을 텐데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을 위해 유예기간을 반드시 두라고 요구를 할 거예요. 등록으로 유입이 되려면 등록 기준이 현실에 맞아야 하잖아요. 등록 기준을 현장에 맞추는 게 중요한데, ‘서울시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의 신고제가 현장에 맞는 기준이더라고요. 그 기준도 안 되는 학교들은 무등록이 되는 건데, 그건 고민이예요.
그 다음에 교원의 자격기준이 쟁점이예요. 교원의 자격기준과 등록의 기준을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되지 못하면 시행령 제정 반대 운동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4. 지역에서 교육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제정 과정에 관한 간단한 소개와 법률/조례 제정 시에 고려해야하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2019년 대안교육연대와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한대련)가 법안을 제정해보자고 결의를 했고, 법 제정과 관련된 사람들을 접촉하기 시작했어요. 한편으로 현장에 법률이 통과 되면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토론회를 열고 이야기를 했어요. 우려는 있었지만 반대하지는 않았어요. 우려되는 것은 의원실에 의견을 계속 넣었고요. 2019년에 법사위까지 갔다가 안 되고, 2020년에 통과가 된거죠.(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2021년 1월에 법률이 제정되었다.)
통과된 건 네 가지 정도의 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법률 제정에 의지가 있는 국회의원을 만났고, 한대련이 적극적으로 기본안을 만들었고, 2019년에 대안교육연대가 협력하기로 결정했고, 교육부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그래도 뛰어준 거. 그런데 법률은 통과 다음이 문제잖아요. 2020년 12월 9일 본회의에서 가결될 때 저는 올해가 너무 무섭더라고요.
* 법률 제정 후 시행령 제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출처 : 대안교육연대 정책위원회 제공)
5. 지금까지 대안교육운동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 이 질문에 대해서는 유은영 부대표는 이병곤 제천간디학교 교장의 칼럼(한겨레 신문)을 추천했다. 칼럼을 보고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이라기보다 제천간디학교를 통해서 본 대안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 몇 가지를 간추려보았다.
- 교육의 힘
: 진정한 교육의 힘은 무엇을 과도하게 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안 하는 데서 나온다. 의지를 발휘해서 무엇을 하는 것만큼 자기 판단 아래 무엇을 안 하는 것 역시 소중하다.
- 관계맺음의 기회와 시간
: “관계를 통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됐어요. 거기에 배울 게 다 들어 있던데요.” 입학 직후 친소 관계에 패가 여럿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다, 중학교 2학년이 지날 무렵이면 서로 안 싸우고 지내는 방법을 터득한다.
: 나를 들여다본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지금의 내가 형성되었는가. 내가 만났고, 나의 경험을 거쳐간, 또는 현재에도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결정(結晶)된 실체, 그것이 ‘나’인 것이다.
: 다른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마음자리 내주는 일, 서로 협력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완성해내는 일, 갈등하는 당사자들 다독거리면서 판이 깨지지 않도록 보살피는 일, 스스로 생각하기에 미안한 일 저질렀으면 먼저 사과하는 일
- 인간 존엄을 위한 교육
: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인간 존엄을 위한 교육을 최우선에 두라고’ 명령한다. 우리에게 ‘독립적으로 사유하며 비판적으로 의식하는 개별자를 키워야 한다’고 우리에게 요청한다.
다음 세대에게 침묵과 복종, 순응을 강요하지 말라. 우리의 가족 관계는 입시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패밀리 비즈니스’ 공동체다. 학교는 학생의 능력을 선별하고 그에 따라 상급 교육기관에 신입생을 배치해주는 에이전트 역할에 그치고 있다. 법령, 제도, 관습으로 정교하게 기획된 체제 아래서 다음 세대는 능력주의와 승자독식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아무렇지 않게 체화한다.
- 출처
: ‘[세상읽기] 당당한 무학력자들을 능력주의 사회로 보내며’. 한겨레신문. 2020년 12월 16일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4503.html#csidxe51b10f4780815f85b0dbdb0ebde396
: ‘[세상읽기] 다시 4·16, 교육의 책임을 되묻다’. 한겨레신문. 2020년 04월 07일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0031.html#csidx5a242b75235a3ef805e42bfe77a8535
6. 대안학교/대안교육은 여전히 교육운동인지, 아니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연대의 입장이라기보다 제 생각이예요. 교육이념과 철학을 고민하면서 모였는데, 새로 오는 사람들은 그걸 보고 오지 않는 거죠. 학습 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해 온 부모, 직업으로서의 온 교사들이 생기면 운동성은 사라지고 프로그램만 남아요. 내 아이 교육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요구하기 시작하고, 프로그램이 충족되지 않으면 학교를 떠나요. 저는 학부모/교사 한 쪽만 탓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경력 있는 선배들도 교육이념이나 철학을 고민하면서 후배들하고 교감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지난하게 노력한 곳은 그래도 융화되면서 가는데 그렇지 않은 곳은 한 쪽만 뚝 나가버리는 거잖아요.
대안교육은 여전히 교육운동을 통한 사회운동이었는데, 운동적 차원에서 많이 퇴색된 것들이 많아요. 교육이념과 철학들을 돌아보면서 운동성을 세우려고 교육과정연구위원회도 운영하는 등 노력하는 중이예요
- 코로나가 없었던 시절, 대안교육연대 총회(출처 : 대안교육연대 제공)
7. 대안교육/대안학교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과 부모들에게 어떤 점을 고려하고 선택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나요?
대안학교를 선택할 때는 내 아이가 행복하고, 지금 당장 경쟁이 없으니까 행복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선택권 이런 걸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인가학교가 싫거나 내 아이가 학교를 싫어하거나 적응이 안 된다면 왜 그런지 깊게 들여다보고, 교육체계를 바꿔야 우리 같은 아이가 안 생기잖아요.
이 교육체계를 바꾸기 위해 안에서 싸울지 밖에서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데 동참할지인데, 대안학교는 후자를 선택한 거예요. 새로운 곳을 만드는데 동참하고 여기를 키워보겠다 작정하고 들어와야 해요. 그것을 안 하면 후회하죠. 아이와 함께 동참할 대안학교를 합의하고 오는거죠. 여러 가지 대안학교 프로그램 쭉 보고 어디가 내가 더 적합한가. 무슨 쇼핑하듯이 고르는 거 아니잖아요.
* 인터뷰를 한 시간 남짓 생각했었는데, 두 시간이 훌쩍 넘었다. 그것도 부족하여 자리를 옮겨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기록자가 대안교육운동에 첫 발을 내딛었던 10여 년 전에 비해 2021년 대안교육운동은 시들해보여서 어떤지 기록하고 남기고 싶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만난 대안교육연대는 운동성 회복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많다고 생각했다. 다만 현장은 늘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데 급급한 경우가 많은데, 현장과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해나갈지 그리고 학생/부모들이 얼마나 운동에 동참할지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함을 풀어낸다면 다양한 운동영역에서도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기 위한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 내내 대안교육연대의 입장이라기보다 개인의 입장이라는 유은영 부대표의 이야기가 귓가에 남아있다. 대안교육연대가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연대체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대안교육운동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곳들]
- 대안교육연대 : https://www.psae.or.kr/
- 민들레 : https://www.mind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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