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프] 혐오표현에 대한 지역의 법적 규제 - 일본사례를 중심으로 -
NPO보고서 및 연구자료 / by 생강 / 작성일 : 2021.05.31 / 수정일 : 2023.03.22

 

 2020년 6월 29일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장혜영의원 대표발의)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 시도의 역사는 10년이 넘었습니다. 2007년 17대 국회에 정부안이 처음 발의되었으며 출범하는 국회마다 계속 발의되어왔지만,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되었습니다. 국회 이외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요구는 많았습니다. 유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17년 10월 9일, 대한민국 정부에 2009년에 이어 재차 성별․연령․인종․장애․종교․성적지향․학력 등이 포함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으며, 2020년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평등법)’ 제정을 권고하는 의견표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1년 5월까지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목요행동 <지금 당장>’ 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시국선언, 차별금지법 쟁점 토론회,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아카이브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혐오와 차별 금지 노력을 일본 사례를 통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와 이웃한 나라인 일본 가와사키시에서 2020년 7월부터 ‘가와사키시 차별없는 인권존중 마을만들기’ 조례가 전면 시행되었습니다. 가와사키시 조례를 중심으로 혐오표현 규제를 위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사례는 경남연구원에서 발행한 ‘혐오표현에 대한 지역의 법적 규제-일본사례를 중심으로-’ Brief를 요약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혜진(2020), 혐오표현에 대한 지역의 법적규제 - 일본사례를 중심으로 -, G-Brief 73호.

‣ 링크 : https://www.gndi.re.kr/0000008?mode=READ&postid=6a0a0b10-0da3-4e16-957f-4cdeb7e0e3e0

 

1. 혐오표현은 무엇인가?

2010년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주목받은 ‘헤이트 스피치’는 1980년대 미국 뉴욕에서 인종차별적인 살인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상용화된 단어이다.

역사적․사회구조적으로 차별을 받아온 피지배 위치에 놓인 소수자에 대한 차별, 폭력, 박해에서 비롯된 언행이 ‘혐오표현’의 본질이다(모로오카, 2015:7-8).

한국에서는 2012년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혐오표현이 난무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혐오표현이라는 용어와 이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해졌다(홍성수 외, 2016:6).

  

2. 일본의 ‘혐오표현 규제법’ 제정

2013년 일본의 코리언타운인 신오쿠보, 쓰루하시 등지에서 반한 시위 때 인종차별표현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에 맞서 혐오표현에 대한 항의 시위도 일어났고 이를 계기로 학계, 정가, 출판업계 등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서 결국 규제법 마련 시도로 이어졌다.

「혐오표현 규제법」안은 2016년 5월 12일 참의원을 통과 이후, 24일 중의원 통과하여 성립하였다. 정식명칭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 해소를 위한 조치 추진에 관한 법률’(이하「혐오표현 규제법」)로 그 법적 대상은 ‘일본 외 국가 혹은 지역 출신자 또는 그 자손으로서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해당된다.

차별적 언동은 ‘차별적 의식을 조장하거나 유발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그 생명, 신체, 자유, 명예 또는 재산에 대해 위해를 가하겠다고 고지하거나 일본 외 출신자를 명확하게 모멸하는 등, 일본 역외에 있는 국가 또는 지역 출신인 것을 이유로 일본 외 출신자를 지역사회로부터 배제할 것을 선동하는 부당한 차별적 언동’으로 정의되었다.

「혐오표현 규제법」의 기본이념에는 ‘국민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차별 해소에 대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며, 차별해소를 위한 활동을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로 두고, 상담체제 정비, 계몽활동, 인권교육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책임은 중앙정부의 경우 의무조항으로 되어 있으나, 지자체의 경우 노력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이 법률은 벌칙조항이 없어 이념법 수준에 머물러있고 특히 인터넷 상의 표현행위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혐오표현 규제법」보다 지방조례들이 한층 실효성이 있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3 일본 지자체의 조례 제정 상황

1) 가와사키시 차별없는 인권존중 마을만들기 조례

「가와사키시 차별없는 인권존중 마을만들기 조례(2020.07.01.전면시행」는 2015년 9월 일본 정부가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을 추진 할 때 재일코리언 할머니들이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인 것에서 발단되었다. 극우단체들이 가와사키 사무라모토 지역에 몰려와서 “죽어라”, “일본이 싫으면 나가라”, “공기가 오염되니 숨 쉬지도 말아” 등의 혐오표현을 쏟아내며 위협을 가했다. 이를 계기로 2016년 1월 시민네트워크가 결성되었고 20차례 이상 매회 2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국제인권법, 표현의 자유 등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지역사회의 인권상황 공유 및 인식 개선에 힘썼습니다. 「혐오표현 규제법」에서 처벌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혐오표현은 계속 발생했고, 이에 시민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가와사키 시의회를 설득하여 처벌 조항을 담은 조례 제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한국일보, 2020.07.14.).

 

가와사키시 조례에는 모든 차별에 대한 철폐 시책(인권조례)과 외국 출신자에 대한 혐오표현 금지의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당한 차별이란, ‘인종, 국적, 민족, 신조, 연령, 성별, 성적지향, 성정체성, 출신, 장애 그 밖의 사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을 말하며, 가와사키시의 책무로는 모든 차별없는 인권존중 마을만들기를 종합적․계획적으로 정책을 추진, 인권시책기본계획 수립, 인권교육 및 계발활동 추진, 정보수집, 조사연구 실시 등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차별금지법 부분에는 일본정부의 혐오표현 규제법에 제시된 정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나, 장소나 수단 등에 조건을 추가하여 금지조항이 포함되었다.

금지조항을 위반 시 조치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1차례 위반 시 ‘권고’, 2차례 위반 시 ‘명령’, 3차례 위반 시는 행위자의 이름 공개와 더불어 5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가와사키 시장은 권고와 명령에 앞서, 전문적인 제삼자기관인 ‘심사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며, 공표 전에는 혐오표현을 행한 사람의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

 일본의 법제도상 차별을 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조례가 최초이다. 차별적 취급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차별적 말과 행동에 대한 형사처벌은 아주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가와사키시 조례 전문에 국제인권조약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인권법상의 의의도 가진다.
 

2) 오사카시 혐오표현 대처 조례

오사카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재일코리언에 대한 차별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오사카시 혐오표현 대처조례(2016. 7월 전면시행)」가 제정되었다.

조례의 목적은 ‘혐오표현을 오사카시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명확히 하고, 시민의 인권을 옹호하여 혐오표현을 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사카시는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표현활동에 대해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혐오표현심사회’의 자문을 얻어 해당여부를 판단한다. 해당 표현이 혐오표현에 해당될 경우 ‘혐오표현 확산방지조치’를 하고, 오사카시의 공식적 입장 및 인식에 관해 공표하게 된다. 하지만 조례를 운용할 때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등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되어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할 때도 혐오표현에 대한 조치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3) 도쿄도 올림픽 헌장에 주창된 인권존중의 이념 실현을 위한 조례

「도쿄도 올림픽 헌장에 주창된 인권존중의 이념 실현을 위한 조례(2010.04.01. 전면시행)」는 오사카시 조례와 거의 유사하다. ‘공공시설 이용제한에 대한 기준’을 규정한 특징이 있고, 조례명에서 알 수 있듯이 혐오표현 규제에 특화된 조례가 아니라, 올림픽헌장에 나타난 인권존중의 이념 실현을 지향하는 것이 목적이다.
 

4. 한국사회에 대한 시사점

일본에서는 중앙정부의 「혐오표현 규제법」제정 전후로, 각 지자체가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조례들을 만들고 있다. 지역사회의 특성이나 시민사회의 운동에 따라 규제의 대상이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각 지자체에서 혐오표현 규제 조례가 만들어 진 것 자체가 이미 노골적인 혐오표현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혐오표현은 단순히 ‘사악하고’ ‘지지받기 어렵고’ ‘부적절하고’ ‘불쾌한’표현이 아니다. 협박과 명예훼손으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듯, 혐오표현 또한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이다.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인권의 근본 원칙에 근거한 것이며, 집단 살해 및 전쟁 방지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관을 토대로 도달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모로오카, 2015;195).

 

 혐오표현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사회적인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상위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선진적인 조례를 만들기에는 제도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혐오표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이외에도 혐오표현을 막을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혐오표현을 주제하는 자율적인 조치나 규범을 만들고, 예방대책을 세우고, 혐오표현이 발생했을때 어떤 방식과 절차로 처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의 주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고 진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구성원의 삶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방정부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인권은 권리 보유자의 주장만으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나 행정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차

1. 혐오표현은 무엇인가?

2. 일본정부의 「혐오표현 규제법」제정

3. 일본 지자체의 조례 제정 상황

4. 한국사회에 대한 시사점
 

< 더 살펴볼 자료 >

1. 일본 혐오표현 조례 제정과정을 통해 본 지방정부의 역할(김붕앙)

- ‘가와사키시 차별없는 인권존중 마을만들기 조례’안 내용이 나와 있다.

- 일본 지역에서 혐오표현 조례과정에 대한 소개와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요구되는 내용이 나와 있다.

* 자료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소식

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menuid=001004002001&boardtypeid=24&boardid=7604152

 

2. 백년가족(2021) / 영화

- 감독 : 김덕철

- 2021년 22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 2부에 ‘헤이트 스피치’에 대처한 가와사키 재일동포들의 활동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 궁금하면? >

-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홈페이지를 살펴보세요.

- https://equalityact.kr/(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홈페이지)

-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 차별금지법에 관한 주요 질의응답,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목요행동 내용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대한민국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2021년 5월 24일부터 6월 23일까지 있습니다.

청원링크 :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C25F4B51E8D2312DE054A0369F40E84E

 



작성자 : 생강 / 작성일 : 2021.05.31 / 수정일 : 2023.03.22 / 조회수 : 1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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