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집] 가로수는 왜 '닭발나무'가 되어야만 했나
NPO보고서 및 연구자료 / by 가지복달이 / 작성일 : 2021.06.19 / 수정일 : 2021.06.21

가로수는 왜 '닭발나무'가 되어야만 했나

- [토론회 자료집 소개] '건강한 도시숲을 위한 가로수 가지치기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4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네를 산책하던 중이었지요.


매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무가 있어, 그날도 그 나무를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지......

나무가 흉측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나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진 출처 : 제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집에 와서 이것저것 찾아 보았지요. 이 나무는 '가지치기'를 당한 것이었더군요.

저와 비슷한 경험, 다른 분들도 한번쯤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도심을 걸어가다가, 차를 타고 가다가, 하교하는 자녀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하루아침에, 한 나무가 '닭발나무'로 변해버린 광경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다면, 아래 소개하는 자료집을 꼭 한번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답니다.



건강한 도시숲을 위한 가로수 가지치기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 (목적) 가로수를 비롯한 상가·학교·아파트 나무에 관행적으로 자행되어 온 무자비한 가지치기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 (일시) 2021년 6월 16일 14시 ~ 16시
○ (장소)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대회의실 (9층)

<발제>

발제 1: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 / “무자비한 가지치기 실태, 원인과 해결과제”

발제 2: 이홍우 아보리스트(전문 수목관리사) / “아보리스트의 가로수 진단 및 평가”

<지정토론>

토론 1 :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과장 / “가로수 조성 및 관리정책”

토론 2 : 하재호 서울시 조경과 과장 / “서울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방안”

토론 3 : 강찬호 한국전력공사 배전운영처 차장 / “배전선로 근접 수목 가지치기 관리”

토론 4 : 김양진 한겨레신문 기자 / “언론에서 바라보는 가로수 관리, 민관협치 가능한가?"

토론 5 : 최 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시민 인식 조사로 살펴본 나무 가지치기에 대한 시민의 생각" 

○ (주최) 
 국회의원 강득구(교육위원회), 강준현(국토교통위원회), 김성환(산자위원회), 맹성규(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환경노동위원회)
○ (주관)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서울환경운동연합, 안양가로수네트워크, 인천녹색연합, 재단법인 수원그린트러스트
○ (후원) 
 산림청,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가 인상깊게 읽은 부분들도 함께 소개해 봅니다. (자료집을 꼭 한번 읽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로수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치를 주어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주어 시원하게 해줍니다.
자동차가 많은 도로의 소음을 줄이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단절된 도시녹지를 연결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등 도시에 꼭 필요한 그린인프라입니다. (......)
대기오염과 폭염도 많고 탄소도 흡수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건강해야 하고 나뭇가지와 잎이 많이 달려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가로수를 살펴보면 매년 가혹할 정도로 과도하게 가지가 잘리고 있습니다.
상가 간판을 가린다며, 전선을 보호하겠다며, 너무 크게 자라 쓰러질 우려가 있다며, 도로 확장을 위해서,
열매가 떨어지고 냄새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나무와 가지가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나무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
가로수뿐만 아니라 상가, 학교, 공원 등지의 나무도 무분별하게 잘리고 베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가로수 관련 조례가 있고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는데 별 소용이 없습니다. (......)
'나무가 온전하면 좋겠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느끼는 다수의 시민은 침묵하는 반면에,
나무를 잘라달라는 소수는 강력하게 요구하며 공무원을 압박한 결과입니다.
나무와 숲은 좋지만 내 집과 내 가게 앞에 나무가 크게 자라면 불편하다는 위선과 탐욕입니다.
싸그리 없애고 새로 개발하는 토건개발 방식에서 만연된 자연과 생명체를 존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 멘탈리티의 자화상입니다.


-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최진우 대표 발제문 중.

 


 

지자체 등 관에서 시민단체를 보는 시각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통한다. 법과 절차에 무지하다"라는 것이다.

바꿔 말해 법과 절차를 몰라서 벌목을 막아나서고, 강전정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
시민단체 활동이 정말 극단적일까.
올 4월 18일 <"제거 예정" 성균관대 앞 플라타너스 앞에 모여든 사람들 ... 왜?>라는 보도에서 성균관로 7-1 가로수의 경우
실사 한번 없이 도복우려라는 '거짓말'이 관공서 명의로 등장했다.
알아보니 도로확장 등 이유로 가로수를 베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도복우려'라는 근거를 많이 댄다고 한다.
실제로 나무 내부가 썩었는지, 얼마나 기울었는지 등등 과학적으로 근거나, 실사는 없었다.
황당한 일은 도복우려를 측정할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
지금 우리나라 지자체 등 관공서는 가로수가 언제 식재됐는지, 어떤 관리를 받아왔는지 등에 대한 기초적인 기록조차도 남기지 않는다.
베어낼 때도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에 대해 기록하지 않는다 (......)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대단한 생물이다. (......)
플라타너스라고 말하고, 은행나무라고 말하면서 피우는 꽃들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내가 사는 고장과 지역, 이 지구와 우주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법이 이런 '인간적인' 계기를 보장해 줄 수 있다면, 그 역할,
참 소중할 것 같다. 

 

- 김양진 한겨레신문 기자 토론문 중 

 
 




<출처 : 자료집 중>



마지막으로, 시 하나를 소개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4월의 가로수


 
                        김광규

 

머리는 이미 오래 전에 잘렸다

전깃줄에 닿지 않도록

올해는 팔다리까지 잘려

봄바람 불어도 움직일 수 없고

토르소처럼 몸통만 남아

숨막히게 답답하다

라일락 향기 짙어지면 지금도

그날의 기억 되살아나는데

늘어진 가지들 모두 잘린 채

줄지어 늘어서 있는

길가의 수양버들

새 잎조차 피어날 수 없어

안타깝게 몸부림치다가

울음조차 터뜨릴 수 없어

몸통으로 잎이 돋는다
 










첨부파일


작성자 : 가지복달이 / 작성일 : 2021.06.19 / 수정일 : 2021.06.21 / 조회수 : 1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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