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사회 문제에 접근할 때 생각해야 할 점 - 이슨 주커먼의 에세이
현안과이슈 / by 정다예 / 작성일 : 2016.06.30 / 수정일 : 2016.06.30




MIT 미디어 랩의 이슨 주커먼(Ethan Zuckerman)이 Medium 블로그에 올린 포스트를 소개합니다. 링크

 

발단이 된 것은 셰인 스노우(Shane Snow)라는 작가이자 IT 전문가가 쓴 어느 에세이였습니다. 링크 내용을 요약하자면, 교도소 내 폭력 및 강간 문제가 심각하므로 수감자들끼리의 인터랙션을 최대한 막기 위해 독방을 주고, 식사는 쉐이크 형태의 대체제로 제공하고, 교화 교육이나 사회화 훈련 등은 오큘러스로 하자는 겁니다.


 



 

주커먼은 이 에세이가 한 마디로 말도 안 된다고 일갈했습니다.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해보는 것은 주커먼이 평소 MIT 미디어 랩에서 가르치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주커먼은 이 에세이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것이 기술자들이 해당 사회 문제의 근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내놓는 해결책의 문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커먼이 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차용한 개념은 에브가니 모로조브의 “솔루셔니즘” 입니다. “솔루셔니즘” 이란 '문제를 기술로 한큐에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솔루셔니즘”의 함정에 빠진 기술자들은 스노우처럼 문제의 근본에 대한 고려 없이 자기 위주로 문제를 파악하고, 그 지점만 해결하려 합니다. 주커먼은 스노우의 경우, ‘내가 만일 교도소에 수감 됐을 때 폭력이나 강간을 당하면 어쩌나’란 생각에 모든 수감자들을 격리하는 비인간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실질적으로 접근하려면 일단 미국이 세계에서 자국민을 가장 많이 수감하는 나라라는 사실, 사법 및 행정 체계가 인종이나 특정 계층에 차별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 중독자를 쉬이 수감한다는 사실 등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해당 문제를 잘 알 수 없는데, 그럼 모든 기술자들, 아니 모든 사람들이 내 문제가 아닌 일에 손을 떼야 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돌아옵니다. 주커먼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코디자인 (CoDesign)을 제안했습니다. 문제를 품은 당사자와 함께 기획하고 개발해나가는 방법입니다. 교도소 내 폭력 문제는 수감자 본인들, 수감자의 가족들, 수감자와 마주 치는 교도소 내 직원 및 간수들 등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뜻이죠.

 

장애인 인권 운동 슬로건 중에 “nothing about us without us” 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장애인 관련 입법 등을 할 때 장애인 입장 반영 없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지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입법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작성자 : 정다예 / 작성일 : 2016.06.30 / 수정일 : 2016.06.30 / 조회수 : 18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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