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 노출된 공공예술(= 공공미술)은 많은 경우 예술과 알 수 없는 조형물의 변주로 사이를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역, 초량천에 등장했던 슈즈트리, 초량 살림숲과 같은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최근에 만나본 공공예술의 대표적 사례이지만, 동시에 도시의 과거를 재조명한 경우로도 볼 수 있습니다. 37번째 기획 아카이브는 모두를 위한 문화로 다가가는 중인 '추모 공간을 일상으로 통과시키는 공공예술', '공공의 주체를 전환해 진행된 공공예술 프로젝트', '현재 급변하고 있는 환경과 생태를 고민하며 제작된 메뉴얼*'과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프로젝트' 등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소개합니다.* 소개한 메뉴얼은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화’하고 싶은 활동가, NPO 그리고 개인에게 필요한 자료입니다.
사진: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일상에서 마주하고 광장으로 견인하기 <걸림돌 프로젝트>,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공공미술은 위치한 공간에서 공익의 의미를 견인하며 확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그중 독일은 역사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에 인색한 모습이 없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베를린은 도시 전체가 추모의 공간으로 자리 잡혀 있는데요. 베를린에서 시작돼 시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유럽 전역까지 확산된 귄터 뎀니히1의 <걸림돌 프로젝트>는 도시 골목길에 작은 추모비2를 개입시킨 공공미술 작품입니다. '그가 여기 살았다'라는 문구와 희생자의 이름, 태어난 해, 사망일 혹은 추방일, 수용소 위치 등을 작은 추모비에 새겨, 희생자가 생전에 살았던 집 주변 보도블록에 넣은 프로젝트입니다. 앞서 일상에서의 추모 공간을 도시의 광장으로 확장시킨 <홀로코스트 메모리얼>3(이하 기념관)은 거대한 추모비가 놓인 추모공원입니다. 뎀니히는 “추모는 일상에 있다”며 추모 공간과 일상을 분리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일상에서 마주치고 일상을 더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상을 통과하는 공공미술을 조성한 추모 문화로 우리 사회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와 함께하는 공공예술
공공의 주체를 전환하고 함께 하기 _ 제로의 예술, 환대의 조각들
공공예술의 기존 개념은 ‘개방된 장소에 위치한 다수를 위한 고정된 조형물’에 한정되었지만 현재 공공예술의 역할은 '공공'에 참여하는 주체를 전환하거나 주제를 확장해 제시하는 것까지 포함 됩니다.
특히, 환경과 사회적 소수자를 고려한 공공의 장을 자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제로의 예술]4은 '세대, 젠더, 퀴어 등 수평적이지 않은 차이를 제로로 만든다'는 의미로 다수가 향유하는 공공예술이 아닌 '공공'의 주체를 전환하여 중년, 노년, 여성, 청소년, 경력 단절 예술가 등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진행5합니다. 또, [제로의 예술]이 제작한 <비거니즘 전시 매뉴얼>(이하 매뉴얼)은 전시 구성 요소 중 고려 항목에 ‘환경에 대한 부담’을 추가 선택지로 제공6합니다. 메뉴얼은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지속해서 업데이트 중인 목록으로 창작과 전시 과정, 재료 방법의 선택 등 자세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환대의 조각들]7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공공예술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로 사회적 소수자와 소수성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 표현을 온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실험8합니다. 프로젝트 일환으로 운영된 전시9와 공연10으로 접근성에 대한 여러 고민을 시도해 심리적 벽을 허물고 다양한 공동체와 함께 문화를 제공했습니다. 공공의 주체를 전환하고 다채로운 주제를 제시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보다 다양한 공동체와 함께하는 방식을 상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각주
1. 베를린 출생 예술가
2. 가로 세로 10x10cm
3. 미국의 유대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 제작, 총 2711 석주
4. 제로의 예술은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 프로젝트 선정.
5. 제로의 예술 홈페이지 소개 글을 옮겨적었습니다.
6.지난 워크숍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7. 환대의 조각들은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 프로젝트 선정.
8. 환대의 조각들 홈페이지 소개 글을 옮겨적었습니다.
9. 전시 <초대의 감각>, <항구로부터 신호>, <당신을향해뻗은선> 10. 공연 <mc mama 팬미팅 나를 환대하라>, <므브프- 진동하는 몸, 촉각적인 순간, 교차하는 주파수>, <싱얼롱>
출처 및 더 읽어보기
[중앙일보, 최정화의 ‘초량 살림숲’은 흉물인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2939#home
[한겨레, 일상에 새긴 독일판 "잊지 않겠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754487.html
[경향신문, 집 앞에, 일터 옆에…박물관 아닌 일상서 추모와 반성]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808060600035#c2b
* 공유합니다
[공공미술포털]
https://publicart.or.kr/main.do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