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에서 감자라면을 샀는데 젓가락을 깜빡 잊었다. 여느 편의점 같았으면 "젓가락 좀..." 말할 틈도 없이 젓가락과 라면을 세트로 챙겨주셨겠지만, 생협은 달랐다. 젓가락이 없어서가 아니다. 가급적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품을 사용하려는 단체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감자라면을 먹고 싶었던 나는 그 순간 라면은 주고, 젓가락을 주지 않은 생협의 방침이 불편했다. 맞다. 불편한건 사실이다. 뒤도 안돌아보고 빠르고, 쉽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무엇일랑 못 쓸까!

근데 나는 생협이 젓가락을 안 준것보다, 편의섬에서 간단히 해결한 식사 속에서 남은 쓰레기들이 더 힘들다. 불편함을 넘어 이상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나는 커피도 좋아하는데, 요 몇년 사이에 입맛이 바뀌어 하루에 한 잔 이상은 꼭 커피를 마시게 됐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회용컵과 빨대를 쓰지 않은 '플라스틱없다방' 까페들을 소개했다. 전국에 20곳 밖에 없어 한 바닥 안에 소개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더 많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동네에 살거나,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 재미삼아 한 곳을 끼워 넣고 방문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