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주택임대료는 뉴스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럽 사회의 한 특징입니다. 필자는 네덜란드에서 2018년 8월부터 거주하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갑작스럽게 집을 옮겨야 될 상황에서 직접 경험해본 네덜란드의 한 지역의 '사회주택'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임대물량은 항상 있지만, 가격과 품질이 문제인 한국의 주택임대시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
필자는 네덜란드에 어느덧
4년 째 살고
있다. 필자가 처음
네덜란드에 온
것은 2018년 8월이다. 유학을 위해
네덜란드에 왔고, 학교는 필자를 위해
집을 하나
준비해 주었다. 집의 임대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유로화로 약 750유로 가까이
되었다. 지금 환율로
약 100만원 가까운
임대료로 집을
빌렸다. 이 집은
방이 한
개 있고
거실이 있는
집이었다. 주방은 분리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물가가 비싸 보이는
유럽국가에 사니
그 정도는
감내해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몇
달 살다 보니
네덜란드에는 주거
보조금이라는 것이
있었다. 필자는 주거
보조금을 약
340유로 정도 받았다. 340유로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보니 410유로 정도만
임대료를 내면
되었다. 55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낸
것이다.
<필자가 거주하던 집 창 밖 풍경, 직접 촬영>
그 집은 운하가
앞에 있고
100년이 넘은 아주
운치가 있는
집이었다. 집 앞
창문에는 12세기에 주춧돌이
처음 놓인
교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환상적인 뷰가 있는
집이었다. 유학 도중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겨
이사를 해야
했다. 살던 집은
전기세와 가스비가
포함된 집이었는데, 이사를 갈 집은
임대료는 비슷한데
가스와 전기
값을 따로
내야 하는
집이었다.
2019년에
이 집으로
이사를 와
보니 월
고정지출이 상당히
많이 오르게
되었다. 집주인은 법정
한계비율까지 임대료를
올리려 했으나, 집주인이 제시한 상승분의
절반만 올리는
것으로 합의를
하게 되었다. 이 때 까지만
하더라도 네덜란드의
주거불안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750유로 어간이면 방이
두개 정도
딸린 집을
임대할 수
있었다.
주거불안이 심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집값이
상당히 안정되었고, 심지어는 주택 거래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집값이 2007~8년 금융
위기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2채 이상
집을 가진
집 주인들은
값이 떨어진
집을 팔
수 없었고, 많은 집들이 팔리지
않자 임대
물건으로 나왔다. 공급이 풍부하자 임대물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인근 국가인
영국과 비교해보았을
때 네덜란드의
상황은 더
괜찮았다.
그러나 2020년으로 접어들며 네덜란드의
주택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장이 활성화
되고 집
주인들은 집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임대 물건은
줄어들었고, 매매 물건이
늘었다. 그간
경직되었던 주택
시장은 매매물건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그 덕분에
임대시장은 빠른
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임대물건은 나오지
않았고, 황당한 가격의
임대물건들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년
전 750유로 어간에, 필자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 오버레이설
지역에 방
2칸 짜리 집을
빌릴 수
있었지만, 지금 시장에는
이런 유사한
집은 900유로가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임대되고 있다.
필자는 이 집에서
잘 살았지만, 집주인은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어 기존
살던 집을
처분하고, 필자가 사는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문서를
전달해 주었다. 사실상 퇴거 통지나
다름이 없었다. 임차인을 집 밖으로
쉽게 내
쫓을 수
없는 네덜란드의
법과, 집 주인이
새 집을
구할 때
까지 기다려주기로
아량을 베풀어
주어 당장은
괜찮았지만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네덜란드의 주거보조금은 일정수준
이하의 임대료를
받는 주택에
한해 제공이
된다. 2022년 기준
이 금액은
763.47 유로다. 약 100만원 정도의 임대료이다. 이 금액 이하의
주택에 산다면
임대료의 약
2/5 가량을 보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녹녹지 않은 유학생인
필자는 반드시
이 금액
이하의 집을
구해야 했다. 그간 아이가 두
명이 태어났는데, 지금 있는 집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왔다. 방이 최소한
하나는 더
필요 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주택을 임대하라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출처: 네덜란드의 한 지역 사회주택 포털 dewoningzoeker.nl 갈무리
네덜란드의 주택거래 플랫폼인
Funda.nl 이나 pararius.nl에 주택을 찾아보았지만
주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소위
‘노답’인 상황에서 하나의
재미있는 해결책을
발견했다. 그 해결책은
바로 네덜란드의
사회적 주택조합에
있었다.
네덜란드의 도시들은 사회적주택조합이
관리하는 주택들이
있다. 이 조합들은
새로 주거단지를
건설하기도 하고, 기존 주택을 위탁받아
임대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 이들에
의해 공급되는
주택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되어
있다. 월세를 낼
수 있다는
증빙만 되면
이 조합에서는
주택을 임대해
준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주택을 임대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두 가지의 ‘모듈’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의 모듈은 ‘최장대기자’ 모듈이고, 다른 하나는 ‘긴급추첨’ 모듈이다.
첫째 모듈은 조합원으로
가입한 연수가
오래된 사람이
주택을 임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주택조합 사이트에
임대주택이 몇
개 올라오면, 조합 가입자는 그
중 두
개의 집에
응모를 할
수 있다. 자신이 응모한 집에서
자신이 최장기간
조합가입자일 경우
해당 주택을
임대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4~10년 사이의
가입자들이 주택을
임대한다.
둘째 모듈은 긴급한
사람들을 위한
‘추첨’의 방식이다. 이 방법은
수십명에서 수
백명의 지원자로부터
한 명의
당첨자를 뽑는
추첨의 방법이다. 컴퓨터를 통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거주자를 정한다.
필자는 이 두
번째 방법
외에는 주택을
빌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집
주인이 퇴거
문서를 건네주고
간 이후
즉시 주택조합
사이트에 가입하여
열심히 추첨에
참여했다. 8개월 간의 고된
기다림의 시간
끝에 마침내
하나의 주택이
당첨되었다.
<필자가 응모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회주택조합의 주택이다. 동네는 아주 조용하고 정갈하게 가꾸어져 있다>
출처: 구글 지도 갈무리
추첨에서 1등은 아닌 4등이었지만, 1~3등이 여차
이유로 집에
들어가기를 원치
않거나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필자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현재 필자는 모든
임대 관련
서류들을 제출했으며
조합의 최종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당첨된 집은
지금 집
보다 방이
두 개나
더 많다. 1970년대에 지어졌지만, 에너지 효율은
A등급으로 잘 관리되고
보수된 집이다.
이 집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을 증명하는
일이다. 연간 소득을
증명해야 하고, 이전 다른 집에서
세입자로 거주했을
경우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가 문제
없이 임대료를
제 날
납부했는지 여부를
묻는 ‘임대인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며 이런
사회주택이 하는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이 여섯 가정 남아있다. 이 여섯 가정 중 네 가정이 주택조합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에 거주하며
살고 있다. 이들이 일반 임대주택에
거주한다면, 턱없이 높은
임대료에 유학생활을
끝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주택조합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것이 많이
없지만, 필자가 응모한
지역의 네덜란드의
주택조합은 2022년 기준
1200개의 임대주택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
전체 주택
수가 4726개이다. 25퍼센트 이상의
임대주택이 저렴하게
공급되는 사회적
주택조합의 것인
셈이다. 이 사회적
주택은 시장의
가격에 따라가지
않는다. 이 조합의
모토는 “스스로의 힘으로
불가능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주거환경에
있는 집을
공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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