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화재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강원도 강릉 산불로 인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2024년 경상북도 폭우로 인한 홍수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규모가 점점 커지는 재난 상황에서 안전한 대피와 탈출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2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이언'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2023년 일본 규슈 지방의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대형 재난 상황에서 특히 신체적, 감각적, 인지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경우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재난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또한 이들을 위한 맞춤형 대피 방법과 지원 체계는 어떻게 마련되어야 할까요? 본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국내 자연재해와 사고 재난 통계
태풍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의 빈도수는 줄어들지만 각각의 태풍의 위력이 과거 태풍들에 비해 풍속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는 순간 최대풍속 43.4m/s를 기록하며 12명의 인명피해와 2천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폭염
2024년에는 역대 최장기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1974년 이래로 폭염(관측 기온 33도 이상) 발생 일수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출처 : 늘어난 폭염일수, 기후위기 경고, 이선주 캠페이너, 그린피스, 2024.08.22 )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31346/blog-ce-heatwave-research-result/
이는 과거 폭염 사례에 비해 피해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뭄과 집중호우
2022년에는 전국적인 가뭄으로 인해 227.3일간 가뭄이 지속되고, 가뭄이 끝나자마자 집중호우로 191.3mm나 퍼붓는 등 예측이 어려워졌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의 양상이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한번 발생할 때마다 그 피해 규모도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화재
화재 통계를 보면, 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38,857건으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2,488명(사망 284, 부상 2,204)으로, 화재 발생 원인 중 부주의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 화재발생현황,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632
붕괴 사고
건축물 붕괴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건축물 붕괴 사고는 총 483건으로,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은 약 62억 원이었습니다. 건축물 붕괴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151여 명(부상자 138명, 사망자 13명)이 발생했습니다.
(출처 : 재난안전데이터공유플랫폼)
https://www.safetydata.go.kr/dataUtilization_1/choose?num=3
해양 사고
해양 사고 통계를 보면, 2023년 상반기(1~6월) 전국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는 총 3,092건이었습니다. 이 중 어선 사고가 2,047건(66.2%), 수상 레저기구 사고가 555건(17.9%), 비어선 사고가 490건(15.9%)을 차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해양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습니다.
(출처 :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
https://mtis.komsa.or.kr/ana/accTypeStat
안전사고
가정 내 안전사고의 경우 2013년~2022년 주택 화재는 75,880건, 주택 화재 사망자 1,452명으로 총 화재사망률보다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전체 화재 412,570건, 전체 화재 사망자 3,169명). 특히 코로나 시기(2020~2021) 화재로 숨진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6배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출처 :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연구보고서 읽기 ([2023]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장애인개발원] (koddi.or.kr)
이처럼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사고 재난의 통계를 살펴보면, 화재와 건축물 붕괴 사고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 재난 상황과 관련된 법과 정책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는 인명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재난 대비 훈련과 대피 매뉴얼 보급 등을 통해 국민들의 대피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피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예방 정책 측면에서는 건축물 내진 설계 의무화, 소방시설 설치 기준 강화, 위험물 관리 강화 등 사전 예방 활동이 중요합니다. 또한 국민들의 재난 안전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과 홍보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재난 대비 관련 정책과 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건물과 교통시설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및 피난 시설 확보가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2]
시각 및 청각장애인 경보ㆍ피난설비
(가) 시각 및 청각장애인등이 위급한 상황에 대피할 수 있도록 청각장애인용 피난구유도등·통로유도등 및 시각장애인용 경보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나) 장애인등이 추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난간 등 추락방 지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 대책 마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1조의2(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환경 지원)
① 제3조제5호가목에 따른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안전취약계층이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안전용품의 제공 및 시설 개선 등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지원의 대상, 범위, 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③ 행정안전부장관은 제3조제5호가목에 따른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제1항에 따른 지원이 원활히 수행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④ 행정안전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지원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에 필요한 지원 및 지도를 할 수 있다.
3. 장애인 대피 매뉴얼
실제 현장에 맞지 않는 매뉴얼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대피 지원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장애인 맞춤형 대피 매뉴얼 보급, 장애인 대피 훈련 강화, 장애인 거주시설 내 대피 시설 확충 등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집중취재M] ‘화마’ 피하지 못한 장애인 또 참변..피해 대책 없나, 장슬기, 뉴스데스크, 2023.02.17)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56471_36199.html
중증장애인이 다니는 한 장애인학교에서는 방화문이 늘 열려있고, 유사시 대피에 방해되는 철제 울타리가 계단을 막고 있는 등 소방법 위반 사례가 많았습니다.
(출처 : “우린 대피도 못해” 장애인 재난 사각지대, 윤수진, G1방송, 2021.12.06)
http://www.g1tv.co.kr/news/?mid=1_207_6&newsid=257618
국내 대피 매뉴얼과 가이드에는 실제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의 경우 계단으로 탈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자력으로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실제 재난 대응 훈련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휠체어 사용자와 비장애인이 함께 대피 훈련을 진행했을 때 비장애인이 휠체어 사용자를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비상 대피 계획에서 종종 배제되거나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출처 : 美 장애인 안전대피 계획, 집단소송 ‘시발점’, 김현정, 에이블뉴스, 2017.09.08)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898
이처럼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는 피난구 확보, 경보설비 설치 등 소방 안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흡한 대피 계획
한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주로 이용하는 업무시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이용 특성과 건축물 현황, 재난 인식을 조사했는데, 특히 피난 훈련을 통해 장애인의 대피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설에서 장애인 대피 계획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난발생시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장애인이 많아 피난이 어렵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381p)
“교육/훈련을 받지 않아 대처방안을 모르겠다.”는 응답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하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의미(381p)
조사대상 건축물의 피난계단 중 주계단은 계단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아 주의 표시가 있고, 부계단은 사선계단이 형성되어 있어 재난시 긴급하게 피난이 이루어질 경우 매우 위험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382p)
(출처 : 장애인 재난인식 및 피난행태 특성 분석, 이정수 외 3인, 2022)
https://www.kais99.org/jkais/journal/Vol23No04/vol23no04p40.pdf
이에 따라 장애인 시설의 건축 특성과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안전 기준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연재해
수집된 자료 17건 중 화재 사고를 제외한 나머지 사회재난 세부 유형의 빈도가 모두 50%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화재 사고 외, 장애인 사회재난에 대한 정보가 다소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난사고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반지하에서 익사한 사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는데,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및 침수사고, 밀폐공간 사고 등에 대한 대응 지침이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활사고
응급처치를 다룬 매뉴얼 3건, 심폐소생술 및 물놀이 안전 2건을 제외한 자동심장충격기, 기도폐쇄, 등산, 자전거, 길 잃음, 흉기 및 무단침입, 휴대폰 방전, 식중독 등에 관한 내용이 1건에 불과합니다.
(13p)
(출처 :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연구보고서 읽기 ([2023]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장애인개발원] (koddi.or.kr)
이처럼 국내외 대피 매뉴얼과 가이드는 실제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련 기관에서도 필요성 인식 부족으로 관련 대피 계획이 없어 이로 인해 효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출처 : 장애인 기관 57% “장애인 위한 화재·지진 대피 계획 없어”, 정민혁, 안전신문, 2023.02.24)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793)
(출처 : 의사소통장애인 재난 안전 매뉴얼, ‘내 정보’ ‘구조기관 연계’ 관건, 조성민, 더인디고, 2023.04.06)
https://theindigo.co.kr/archives/47573
4. 그럼, 해외는?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누군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려야 할까요? 누군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면, 기다리는 것이 안전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는 기술의 도움으로 자력으로 탈출 할 수 있다면 장애인들의 안전한 탈출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장애인 재난 컨트롤 타워가 있는 미국
미국의 경우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의무적으로 연 2회 재난 대피 훈련을 가정 현장 방문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계단으로 잘 대피하라’는 휠체어 장애인 재난 대응 매뉴얼, 김현우, 여성경제신문, 2023.02.13)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497
연방재난관리청(FEMA) : 미국의 장애인 재난 컨트롤 타워로 2007년 장애조정관을 임명해 재난 전, 재난 중, 재난 후 장애인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총괄
주요 역할
- 휠체어 및 기타 이동 보조기기 사용 사람들을 위한 대피 계획과 접근 가능한 교통수단
- 시각장애,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재난 정보 제공
- 대피소와 임시 대피시설의 접근성 강화
- 수면, 간병, 위생 및 식사, 반려동물 수용 등 재난 생존자들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정부와의 서비스 지침 공유
- 재난 후 점자 및 대형 인쇄물 등의 현지 언어 및 대체 형식으로 게시된 복구 정보 배포
- 재난 생존자 등록 및 모바일 기기 지원
-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 조달 및 유통
- 장애당사자의 잠재적 요구 파악과 재난 대응 및 복구 자원 부족 대처를 위한 지역정부와의 협력
(출처 : 美 연방·지방정부 협업 ‘장애인 재난 대응’…한국은 고작 ‘119안심콜’, 이용석, 더인디고, 2023.03.29)
https://theindigo.co.kr/archives/47295
정부 지침으로 개인 재난대피계획을 수립하는 영국
영국은 정부 지침으로 PEEP에 대한 법적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Under current fire safety legislation, it is the responsibility of the person(s) having responsibility for the building to provide a fire safety risk assessment that includes an emergency evacuation plan for all people likely to be in the premises, including disabled people, and how that plan will be implemented. Such an evacuation plan should not rely upon the intervention of the Fire and Rescue Service to make it work.’
'현행 화재 안전 법률에 따라, 장애인을 포함하여 구내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한 긴급 대피 계획을 포함하는 화재 안전 위험 평가를 제공하는 것은 건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의 책임이며, 그 계획이 어떻게 시행될 것인지입니다. 그러한 대피 계획은 그것을 작동시키기 위해 소방 구조 서비스의 개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출처 : BUILDING EVACUATION STRATEGIES FOR DISABLED PEOPLE, Elspeth Grant, 2022.03.16)
https://www.thefpa.co.uk/news/building-evacuation-strategies-for-disabled-people
PEEP(개인 재난대피계획)은 장애, 부상, 건강 등의 이유로 긴급 대피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매뉴얼이며, 공통으로 만들어진 매뉴얼과 다르게, 거주 환경과 본인의 상황(몸 상태 등)에 맞춰진 매뉴얼이다.
(출처 : Bristol Kendall Fire Protection District)
https://www.linkedin.com/pulse/w16-fire-safety-people-disabilities-inclusive-aishwary-kaushal/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가 공지한 PEEP가 필요할 수 있는 학생들의 예
- 단기 또는 장기 부상을 입은 학생
- 임신한 학생들
- 청각 장애가 있는 학생들
- 시각 장애가 있는 학생
- 기저 질환(예: 심장 질환 또는 간질)이 있는 학생
- 정신 건강 상태를 가진 학생들
- 신체장애가 있는 학생
(출처 :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https://studenthub.mmu.ac.uk/knowledgebase/article/KA-02668/en-us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