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NPO법인 플레이파크 세타가야 모험놀이터
활동사례 / by
윤일 / 작성일 : 2022.05.16 / 수정일 : 2022.05.19
IT, SNS, IOT를 비롯한 기술 혁신으로 ‘쉽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생활 환경이 되어 가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직접 손발을 사용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물건을 만들어내고 느끼는 경험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또 어린이가 체험을 통해 ‘위험 감지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기 쉬운 환경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육아의 ‘외주화’, 즉 영유아 교육 및 학원 등 다방면에 걸쳐 서비스의 지원을 받기 쉬워지면서 어린이들이 성인과 마찬가지로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어린이의 놀 시간, 놀 친구, 놀 공간의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직접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놀이터를 40년 전부터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NPO 법인 플레이파크 세타가야의 사례와 실제 방문기를 소개합니다. |
플레이파크는 1970년대 아이들을 위한 도시 조성과 환경에 관심이 많던 오오무라 부부의 노력이 주민들의 공감을 불러 모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하던 부부는 유럽의 '모험 놀이터'에 감명을 받아 이웃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자신의 손으로 놀이 공간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이후 1979년 '국제 아동의 해' 기념 사업으로 세타가야구가 모험놀이터를 채택하며 주민과 구청의 협동 사업으로 하네기 공원에 일본 최초의 상설 모험놀이터인 ‘플레이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세타가야, 코마자와랏파, 카라스야마 이렇게 총 4개의 플레이파크가 생겼고, 2005년에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현재 NPO 법인 플레이파크가 설립 되었습니다.
1. 설립 목적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4곳의 플레이파크에 대한 확충•발전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책임 하에 자유롭게 놀기’라는 활동 이념을 사회에 한층 널리 알리는 동시에 어린이들이 활기찬 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
2. 활동 방침
1) 항상 어린이에게 다가가려는 시선을 가질 것.
2) 인생에서 최선의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영유아 활동을 중점화할 것.
3) 학대 등에 대해서는 대증요법이 아닌 가정에서 학대 받는 어린이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지역에서 창출할 것.
4) 어린이에게 다가감으로써 때로는 ‘위험하고, 더럽고, 시끄러운" 존재로 비치기 쉬운 어린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어린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플레이 리더의 존재를 중시할 것.
3. 현재의 주요 활동(조직체제 / 사업전개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4곳의 플레이파크 운영 외에 사회와 지역의 요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어린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외침에 대해 문제 당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를 형태화해 나가는 것을 중시하고 있어 법인 설립 당시에 비해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서울 어린이 놀이터 심포지움 자료집 60p
플레이파크는 어린이들의 주체성을 존중하여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한 놀이터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손으로 만든 놀이기구,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불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의 모습, 한 손에 톱을 들고 목공을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일반적인 놀이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이런 놀이터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
자신들이 머무를 곳을 스스로 만드는 활동, 관계 형성을 통해 자신들의 공간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실감한 지역 주민들 스스로가 작은 희망들을 행동으로 옮긴 활동들이 모험놀이터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플레이 파크에서는 아이들의 놀이를 활성화하는 관점 몇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놀이를 즐기려는 마음을 이끌어내는 공간의 형태에 있어 중요한 관점
첫째, 어린이 자신이 “그거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중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열중 할 때 보이는 행동, 매일 현장에서 만나는 어린이들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자식이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도 힌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에도 ‘어린이, 어른, 지역’의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둘째, ‘공간의 관찰’을 통해 ‘매력을 살려서 부족함을 채우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셋째, 주변 정보, 부지 정보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쉬운 이웃의 상황을 파악하고, 놀이터의 사람과 사물의 동선을 적절히 설계함으로써 ‘불필요한 민원’을 피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에 ‘사고 대응’이 가능하도록 목록화하고 지도를 작성해 두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세타가야 하네기 플레이파크를 처음 알게 된 건 김명순 교수님이 참여하신 2018년 11월 서울시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최한 '놀고 싶은 서울, 놀이터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움에서였습니다. 세타가야 플레이파크의 현지 플레이워커 분이 직접 오셔서 모험 놀이터의 40년 운영 노하우와 지역의 자산이라는 이름으로 속 이야기들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또 위험감수놀이 연구를 하면서 모험놀이터에서 꼭 놀아보고 싶다는 더욱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운좋게 도쿄에 출장 기회가 생겼고, 기꺼이 하루를 놀이터 탐방 및 놀이의 날로 선정해 하네기 공원으로 떠났습니다.
하네기 플레이파크는 넓디 넓은 하네기 공원의 아래쪽 꽤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하네기 파크 자체도 참 좋았습니다. 나무도 많고, 맨발로 걷는 인구도 많고, 도심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하고 풍요로웠어요. 가는 길에도 재미있는 놀이기구들을 발견해 자주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
플레이파크의 입구에는 본부같은 건물이 있습니다. 앉아 계신 분들은 플레이워커 분들인데, 감시의 눈길보다는 놀이터를 지키는 문지기 같은 기운을 풍기고 계셨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커다란 미끄럼틀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영아부터 큰 아이까지 근처를 맴돌고, 기어오르고, 미끄러져 내리며 놀고 있었습니다.사진으로 놀이기구를 봤을 때는 성인의 키를 훨씬 넘는, 계단도 없는 기구를 아이들이 어떻게 올라가지 싶었는데, 옆을 살펴보니 기둥과 판자 사이에 작은 틈이 있어 손을 넣고 잡을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올라가는 건 올라가는데, 오히려 내려가려고 하니 심장이 두근두근거렸습니다. 저 뒤에 있는 것도 계단이나 사다리가 아니랍니다. 이런 구조는 모험놀이터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모험놀이터 고유의 특징은 ‘만들었다가 부수는’ 변화하는 디자인입니다. 기성의 놀이기구와는 달리 ‘손으로 만든 놀이기구’이기 때문에 그 때마다 필요한 형태로 수정 가능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놀이기구의 구조에는 일부러 넘어야 할 ‘벽’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어린이의 나이에 따른 제한이 아니라 어린이 자신이 그 놀이기구를 다룰 수 있는 체력, 지구력 도전정신이 없는 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에서 보이는 높이가 높은 놀이기구의 경우에는 그것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한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 일부러 첫 번째 계단을 치워 버려 힘이 있는 어린이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듭니다. 이러한 사소한 아이디어가 어린이의 도전정신에 불을 붙이기도 합니다.
뒹굴고 놀고 있으려나 아이들이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일본어는 잘 못하지만 많이 웃고, 도전을 도와주기도 하고, 가끔은 뭐라고 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멀찍이 보호자들이 있었는데 낯선 성인들이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도 경계 하기보다는 함께 재미있게 놀아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해 이 곳의 아이들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이외에도 하네키 플레이파크를 가는 길, 가면서 있었던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놀이 연구자의 도쿄 하네기 플레이파크 탐방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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