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핫한 이슈입니다. 인권 선진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에서도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반대로 난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난민들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옹호적인 그룹도 있습니다. 이번 아카이브 포스트에서는 두 상반된 입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네덜란드에서 글을 띄워 드립니다. 네덜란드에서 사는 날이 길어지며 네덜란드 언론들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언론은 한국 언론과 같이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누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여러 이슈 중 하나인 ‘난민후보자(Asiel Zoeker)’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난민후보자란?
난민 후보자는 말 그대로 난민이 되기 전까지 네덜란드에서 합법적인 권리를 받아 난민 심사를 받게 됩니다. 네덜란드에는 난민 후보자를 관리하는 민간 단체가 있습니다. 그 단체의
이름은 COA라고 합니다. 이 단체는 네덜란드 여러 지역에
산재하고 있는 난민 대기자 캠프를 관리하고, 난민 대기자 캠프에 있는 이들이 문제없이 지낼 수 있도록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거나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그렇지만 이 단체의 재정은 정부가 공급합니다. 난민 후보자들은 1주일에 개인 당 60 유로를 받습니다.
숙소는 무상으로 제공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은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카페 등 일반 기업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는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네덜란드어 학습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지나야 제대로 근무자가 될 수 있기에, 난민 대기자 신분으로 제대로
된 일을 하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난민 후보자들에 대한 두가지 대비되는 입장이 네덜란드에 있습니다. 첫
번째 입장은 난민들을 제한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난민 후보자들은 해가 가며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난민 후보자들은 2021년 기준 35000명 가량이었지만, 2022년은 41500명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난민 후보자들에 대한 입장 1.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텔레흐라프지는 2022년 6월 25일 보도에 안전한 도시들은 긴급 난민 수용 캠프를 지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보도에 다양한 난민 대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불가피하게 정치적, 종교적 압력 등을 받아 네덜란드로 탈출한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이들은 유럽의 국가들의 난민 후보자가 되어 여행과 같이 유럽 생활을 즐긴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 간 난민 후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난민 후보자가 되어 난민 심사에 통과하면 난민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국가는
난민에게 주택을 제공합니다.
난민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는데, 이 항소에서
승소할 경우 다시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2년간 거주 후 소송에서 승리하면 다시 2년간 거주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4년 간 네덜란드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이들의 거주 기간 동안의 생계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의 부담이 된다는 문제를 테레흐라프지 등은 지적합니다.
<사진출처 "Noord-Hollands Archief / Fotoburo de Boer">
난민 후보자들이 네덜란드에 들어오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난민으로 탈출하기도 했다는 점을 들며, 난민들이 실제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더 나은 삶을 동경하며 네덜란드에 온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난민으로 발생되는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네덜란드 오버레이설주에 있는 캄펜에서는 난민 후보자 캠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캠프가 설치된 이후
도난 사건 등의 문제들이 발생 건수가 늘어나 시민들이 불안해 하기도 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난민 후보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은 주로 경제적인 관점, 사회 안전의
관점 아래 논의되었습니다.
난민 후보자들에 대한 입장 2.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프로세스야!
다른 입장도 있습니다. 난민들의 숫자를 제한하는 전략을 쓰기보다 이미
들어온 사람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난민들에게 공감하며 난민들이
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상세하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네덜란드의 일간지 네덜란드
다그블라드가 이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직접 청년 난민들과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이 청년들은
어릴 적 네덜란드에 홀로 건너와 성인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18세까지
예산과 상담 등을 지원 받지만 18세가 지나고 나면 완전히 홀로 서기를 해야 합니다.
한 청년은 연기에 재능이 있어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우고 연극 배우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공부에 대한 재미를 발견하여 대학교에 가고자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고민에 대해 함께 상담할 수 있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인생의 아주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지만, 안타깝게도 상담을 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스토리는 바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난민 청소년 후보자들에 대한 논문으로 최근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포라 카미니이아씨(Safoura Ghaeminia)에 대한 보도입니다.
사포라씨는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1995년부터 2005년 사이에 네덜란드에 어린 나이에 온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예컨대 1995년에 5세의 나이로 네덜란드에
왔다면, 현재는 32세의 나이로 네덜란드에 적응해서 살고
있게 되는 것이고, 같은 나이로 2005년에 왔다면 22세의 성인의 나이로 네덜란드에서 거주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가의 도움을 18세까지 받을 수 있었고, 학교에서 난민들을 관리해주었습니다. 그러나 18세가 되면 갑작스럽게 이런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사라져버립니다. 이들은
그 때부터 어려운 일을 홀로 해나가야 하고, 그런 어려운 일을 계속해서 맞이하다 보면 네덜란드와 그
아이와의 연대감은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포라가 내린 결론입니다.
사포라는 국가와 난민과의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네덜란드가 난민들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통합(integration)입니다. 네덜란드 인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어 어우러져 사는 것이 통합의 의미입니다. 통합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난민들이 네덜란드에 들어와 자신들만의 강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바람에 사회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즉, 어린 나이에 난민 후보자가 되어 네덜란드로 온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 이들이 네덜란드인으로 안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본 것입니다.
사포라가 문제 삼는 다른 문제는 청소년 난민 후보자들이 받는 언어 교육에 있습니다. 이들이 네덜란드에 입국하면 다음 단계에 있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언어 승급 교실 (schakelklas)”에 등록되어 언어 수업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언어의 수준은 높지 않아 이들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는 직업 전문학교로 제한되게 됩니다. 사포라가 밝히는 바 난민들이 자신들의 행선지로 네덜란드를 꼽는 이유는 개인적인 성장에 있습니다. 네덜란드 사회에서 이들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꿈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이런 자신의 바램을 성취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때 네덜란드 국민으로써 잘 사회에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 사포라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결론
사포라의 연구는 텔레흐라프의 접근과는 관점이 다릅니다. 텔레흐라프지는
난민 대기자를 위해 국가가 투입해야 할 예산과, 사회적 문제, 난민의
자격을 언급하며 난민들의 유입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포라의 연구는 이와는 다르게 난민들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지만, 네덜란드 내부의 사회통합 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어린 나이에 난민으로 사람들이 네덜란드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두 입장은 다르지만, 적어도 사포라의 연구가 난민들의 문제에 대한
조금 더 심층적인 분석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 나라도 노동 인구 부족과 국제사회의 불안으로 인해 난민 이슈가 틈 날 때마다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덜란드의 한 사례가 난민들의 수용과 사회 통합에 관한 논의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Botsende verwachtingen zitten jonge
asielzoeker dwars: ‘Geef hen meer mogelijkheden’ | Nederlands Dagblad
코멘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