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EU 택소노미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최종 의결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EU에서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는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택소노미(K-택소노미)는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
유럽연합(EU)은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Taxonomy)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EU의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지 않은 결정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카이빙은 EU의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의 택소노미 포함 논의의 시작부터 최종 결정까지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택소노미란 무엇인가?
EU의 결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택소노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택소노미라는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표준화되고 체계적으로 분류된 전통적인 분류학 기반의 분류 체계(출처: 네이버 지식백과)”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분류체계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들을 분류하는 체계로써 사용됩니다.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택소노미를 EU의 기후변화 2030 목표 달성하기 위하여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들의 목록을 정리한 체계도라고 정의 합니다. 이를 통해서, EU는 유럽형 그린뉴딜의 실행과 지속가능한 투자의 규모 확대에 활용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기업, 투자자, 정책 결정자들에게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제활동을 정의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적절한 정의로써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EU의 택소노미를 참고하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합니다.
왜 EU는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려고 했을까?
EU 택소노미의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과 EU 그린뉴딜의 실현입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단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써 택소노미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경제활동과 투자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기준이 됩니다. 즉 기업들이 사회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투자 결정에 참고할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원자력과 천연가스 산업계에서 각각의 에너지가 친환경 에너지 혹은 신재생 에너지로 분류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면 미래의 투자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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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린 택소노미’ 뭐길래…원자력 놓고 독·프 갈라진 EU(2021.11.12.)
nate 뉴스. 한국과 다른 EU "원전은 녹색경제"…친원전·탈원전 갈등 예고(2022.1.3.)
이런 맥락에서, 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라는 정치적 의미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EU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는 “원자력 에너지의 무해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서 원자력발전의 안전성과 환경적인 측면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죠.
그러나 TEG는 do no significant harm(DNSH)(심각한 피해를 끼치지 않음)의 기준을 바탕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이유는 원자력 발전의 사고 사례(예: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가 있었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과 원자력 발전 폐기물 관리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한 의견이었다고 해석됩니다.
심지어 원자력발전을 EU 택소노미에 추가하기 위해서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라지게 됩니다.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체첸 등은 원자력 발전이 택소노미에 포함되는 것에 찬성하였고, 반대에는 독일,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가 됩니다.
원자력 발전에 택소노미 포함을 찬성하는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택소노미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원자력 폐기물 등을 고려하면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에너지 생산 단가도 신재생 에너지(예: 태양광, 풍력 등)뿐만 아니라 석탄 등과 비교했을 때 에너지 가격이 높다는 것이 반대 의견이었습니다.
비록 국가들마다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에 대하여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각 국가들에게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 추가하기 위한 배경에 경제적 논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U 택소노미가 쏘아올린 작은 공
EU 택소노미가 논의될 때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미 당선이 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추가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환경부는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서 “정책변화와 EU 택소노미 최종안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출처: 윤석열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결론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추가하면서 한국의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 산업으로써 공식적으로 분류 되었습니다. 비록 환경부의 발표 내용이 있었지만, 윤석열 행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에 발표되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정권 교체 후 부처의 입장이 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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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K택소노미에 원전 넣었다…尹정부 '원전 드라이브' 공식화(2022.4.28.)
EU와 한국의 같은 듯 다른 택소노미(Taxonomy)
국내외 언론들에 따르면, EU는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추가하는 과정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EU의회, 원전·가스 ‘택소노미’서 배제 결의 (2022.6.10.)
전기신문. 이번엔 ‘원전 배제’ 결의한 유럽…정부 “K택소노미 영향 없어”(2022.6.17.)
전기신문의 인터뷰에 따르면, 환경부는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는 EU회원국 중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 포함을 지지했던 회원국과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U.S. Department of Energy, 3 Reasons Why Nuclear is Clean and Sustainable(바로가기)
예를 들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원자력 발전이 청정 에너지에 해당 되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째 원자력 에너지는 대기를 보호한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0(제로)이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원자력 발전은 토지 발자국(land footprint)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발전설비에 비하여 부지를 적게 사용한다는 것이죠. 셋째는 다른 발전원(예: 석탄, 화력발전 등)에 비해 폐기물을 적게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Land footprint: 토지 발자국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조직이나 국가에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실제 토지를 지칭한다.
비록 원자력발전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각 다르게 바라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은 공식적으로 친환경 산업에 포함되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EU에서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 산업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EU가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은 정치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추측됩니다. 한국의 원자력발전 관련 정책은 새로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지만, EU는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했기 때문이죠. 앞으로 한국과 EU의 원자력 발전 정책과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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