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바다에서 찾는 기후위기의 해결책 / 수잔 루포 #TED #테드 #기후위기 #해양 #바다
현안과이슈 / by 사막의샘 / 작성일 : 2022.04.18 / 수정일 : 2022.04.19
빨라진 개화 시기, 봄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겨울 가뭄으로 인해 늘어난 산불, 오락가락하는 날씨... 이제는 우리 모두 체감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증상(!)들입니다. 이대로 몇 년 지나면 우리는 2월에 꽃이 피고 국지성 호우가 몇 달 동안 지속되는 여름 날씨에 익숙해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기후위기를 늦추면서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야할 텐데요 오늘 가져온 TED 강연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양 전문가 수잔 루포는 기후위기 시대에 바다가 해낼 수 있는 큰 역할을 짚어줍니다. 우리의 '핵심 기후 전략'에 바다의 역할을 어떻게 포함할 수 있을지, 한 번 알아보아요.











[강연 소개]

바다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이자 인간의 보호가 필요한 영역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해양 전문가인 수잔 루포는 우리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수잔 루포는 이번 TED TALK 을 통해 탄소 저장, 연안 생물 보호 등 바다가 이미 갖고 있는 기후위기 해결 능력을 집중 조명하는 한편 질문을 던집니다. 바다의 80% 이상이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바다의 새로운 해결 능력을 발견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요?


​[강연자 소개]

수잔 루포 
환경운동가이자 전 외교관이며 유엔 재단에서 해양·기후 수석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바다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해변가에서 노는 장면, 고래, 상어, 아니면 산호초가 떠오르시나요? 제 머릿속엔 워싱턴 주의 산후안 제도가 떠오릅니다. 심해의 광활한 수면 위로 솟아 올라 있는 이 군도는 수많은 생명체와 신비로움, 기회로 가득합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생각하시든 바다는 그 이상입니다. 바대는 복잡한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시스템으로서 우리별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다에 대해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바다가 지구 상의 아주 중요한 생명 유지 장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다는 우리가 숨 쉬는 데 쓰는 산소의 최소 50%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니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두 번 중 한 번은 바다가 만들어 낸 산소를 마시는 거죠. 바다는 지구의 기온도 조절합니다. 바다가 없다면 양 극지방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춥고 적도 부근은 참기 힘들 정도로 더울 것이며, 그곳에서 살아가기가 더 어려울 거예요. 자, 요즘 우리는 플라스틱으로부터, 기름 유출로부터, 물고기 남획으로부터 바다를 구하자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고민해 봐야 할 점은 바다가 어떻게 우리를 살리는지,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살리는지 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 낸 기후변화로부터 바다가 우리를 구한다는 점입니다.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로부터요.




그래서 그게 무슨 뜻이냐고요? 기본적으로, 어떻게 우리가 바다를 구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바다가 우리를 도와 기후변화에 대항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도 이미 바다는 우리가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5~30%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이죠. 바다는 온실가스에 갇힌 과도한 열기의 90%를 흡수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최소한 현재로서는 바다가 이 지구를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지켜주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후 행동, 기후 전략, 기후 계획을 연구할 때는 바다의 역할을 간과하곤 합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바다 살리기를 '핵심 기후 전략'으로 여기기 보다는 '해야 할 또 다른 무언가'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바다는 우리 기후 시스템의 핵심부이기 때문에, 곧 기후 해법의 핵심부가 되어야 합니다. 자, 이게 진짜로 뜻하는 바가 뭘까요? 우선 첫 번째로, 이미 바다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있도록 바다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실제로 줄이는 일입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은 안 계실 겁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러한 프레임에서는 바다가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나요? 바다는 피해자가 아니라 영웅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바다는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해법을 제시하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낸 새로운 기후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줄 겁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 첫째로, 우리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계속 돌아가게 끔 지켜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바다가 흡수해주는 이산화탄소와 열에는 반드시 대가가 뒤따르기 때문이죠. 바다는 더워지고 있고, 수면이 상승하고 있으며, 산성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 때문에 바다의 기본 순환 시스템이 바뀌고, 또 그 때문에 지구 기온을 조절하는 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를 보호하는 그 시스템을 지켜내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바다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후 전략을 짤 수 있을까요? 바다를 활용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실용적인 방안 말이에요. 자, 우리는 맹그로브나 해초류, 염습지 같은 연안 해양 생태계가 지구 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1에이커당 육지의 숲보다 무려 10배나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죠. 그리고 흡수된 탄소는 땅 속 아주 깊이 묻히기 때문에, 인간이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몇 천년씩 그 안에 갇혀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이 가만 놔두질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 인간은 이 곳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미 20~50% 가량이 사라졌고, 매년 더 많은 면적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내뿜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지역을 그대로 보호한다면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겠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때처럼 말입니다. 또한 이러한 지역을 복구한다면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의 힘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다는 우리가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우리가 이미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몇십 년 동안 지속될 걸 다들 알고 있죠. 맹그로브 숲은 연안 폭풍의 영향을 완충하는 한편 바람과 파도의 세기를 낮춰줌으로써 해안가 마을 사람들을 실제로 지켜줍니다. 또 다른 예로 굴의 역할도 살펴보겠습니다. 뉴욕시에서는 굴을 이용해서 (2012년에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때의 피해 같은) 대형 홍수 위험성과 홍수 피해도를 낮춥니다.  굴이 서식하는 암초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으면 바닷물이 구석구석을 통과하게 되기 때문에 속도가 늦춰진다는 거지요. 결국 파도가 해안에 닿을 때 쯤엔 힘이 많이 약해져 있어서 피해도 적게 주게 됩니다. 또한 굴 서식지 자체가 수생 공원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이 자연과 어울려 놀 수 있기도 하고요. 인간이 만들어 낸 이 새로운 기후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물과 바다와 어우러져 살아갈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육지와 바다의 접점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한 생명체로부터 배우는 게 최상의 방법이겠지요.



방금 말씀 드린 내용은 우리가 지금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공간에 적용되고 있는 실제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해양의 80%에 이르는 지역이 아직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고, 탐험이나 관측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기후 해결책을 떠올리고 실행해 볼 여지가 아주 많습니다. 이를테면 바닷바람, 파도, 조류의 힘을 활용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해상풍력만으로도 전 지구와 17개의 다른 행성에 충분한 에너지를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할 수 있다고 추산합니다. 또한, 현재 전력공급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안 마을과 섬에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좀 더 현명하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텐데요, 야생 생물과 양식업에 도움을 주는 인공 어초를 만들어서 식량을 생산하고 탄소를 격리할 수 있을 겁니다. 바다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돕는 방식이죠. 아니면, 바다의 생물학적인 힘을 활용해서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울 방법도 있습니다. 자이언트 켈프 (*다시마와 비슷한 해초의 일종 - 옮긴이)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자이언트 켈프는 지구 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생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루에 60cm씩 자라죠. 만일 우리가 전 세계의 해초 서식지를 복구시켜서 탄소를 격리하는 데에 그 성장력을 쓸 수 있도록 엄청난 양의 자이언트 켈프를 재배한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한다면 탄소 격리 장치를 바다 한 가운데에 설치하는 것보다 돈도 훨씬 적게 들 겁니다. 바다의 작용 방식을 바꾸거나 조작하는 것보다 위험 요소도 훨씬 줄어들 거고요. 자연 시스템에 대항하는 게 아니라 어우러지는 방식이니까요. 게다가 재배하여 남는 해초를 활용해서 우리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을 먹여 살릴 수도 있고, 플라스틱 대체품을 만들어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도 있겠죠.



제가 말씀 드린 내용은 바다가 기후 위기 해결책으로 제공할 수 있는 수많은 방식 중 몇 가지 예시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바다를 이 기후 위기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해결책의 원천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시간은 이미 지났지요. 우리에게 쉬운 해결책이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변명이 될 순 없고, 묘책이 따로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없애야 하는 엄청난 노력도 계속 해야 하고, 새로운 기후 현실에 취약 계층이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계속 해야 합니다. 어쨌건, 바다는 우리가 오랫동안 간과해 온 강력한 해결책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기후 전략에 어떻게 녹여낼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바다를 어떻게 구할지'가 아닌 '바다가 우리를 구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며 우리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에 쓰인 모든 사진은 TED TALK 영상 갈무리 화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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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테드 #TED #해양 #바다






작성자 : 사막의샘 / 작성일 : 2022.04.18 / 수정일 : 2022.04.19 / 조회수 : 6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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