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2022년 6월 30일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과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카이빙은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과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보고,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들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ODA가 무엇을 향해 나아갈지 가늠해보겠습니다. |
지난번 우리나라 ODA 결정요인과 분야별·지역별 ODA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우리나라 정부가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ODA를 제공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2022년 6월 30일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과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가 확정된 후 수립된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과 추진방향을 보여주는 공식 문서로써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 ODA 추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그래서 이번 아카이빙은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과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보고,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들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ODA가 무엇을 향해 나아갈지 가늠해보겠습니다.
※참고: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은 [요구액 기준]으로 작성된 자료입니다. 이번 글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의 주요 내용
지금까지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논의 후 의결 및 발표된 문건 중에서 새로 취임한 대통령의 정책을 바탕으로 작성된 국제개발협력 추진 방향을 제시한 문서는 이 문서가 최초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과제에서 정치외교에 관련된 국정과제의 일환으로써 ODA를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출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 p.4
또한 이전 행정부의 ODA 정책 추진내용을 분석하여 윤석열 정부의 차별화된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방향에서 고려하는 국제 이슈와 국내 이슈는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이슈 | 국내이슈 |
보편적 가치 위협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 위기 등) | 한국 ODA 정체성 확립 |
재원 부족(개발재원의 감소 등) | 디지털·민간 역할 강조 |
국익 우선주의 | 내실화 요구 |
한국에 대한 기대 | 국민 지지 |
출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 p.2~3
*저자 재구성
국제 이슈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들이 반영되었지만, 국내 이슈 중에서 한국 ODA 정체성 확립, 내실화와 국민 지지에 대한 이슈는 역대 정부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이슈들입니다.
특히 국민 지지의 경우에는 ODA 인지도와 지지도가 모두 하락하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ODA도 외교정책의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적 지지도의 하락은 정책 수행 동력을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국민들이 ODA를 지지하는 요인에는 인도주의적 요인(예: 개발도상국의 빈곤 해소)가 결정적인지지 요인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지만,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에 대한 지지도는 낮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에 ODA를 활용하는 전략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관련 자료
1) 구정우, 정지원, 손누리. 2018.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국민태도 결정요인. “한국사회학”. 52권 2호. 115-158 (링크 바로가기)
2) 공적인사적모임. 한국 ODA 성과에 열광하지 못하는 이유. 김치앤칩스 63호(2022년 2월 둘째 주) (링크 바로가기)
이번 정부도 위와 같은 이유를 파악했는지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 방향에서 ‘국제적 책무를 다하는 신뢰받는 국가’와 ‘제도 및 시스템 혁신 통해 닮고 싶은 ODA 모범 국가’라는 표어를 제시했습니다. 풀어서 해석하면, 국제사회의 규범(예: 인도주의 원칙, 최빈국 지원,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달성 등)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국가로써 발돋움 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4개의 축으로 구성된 추진 방향과 과제 중 1) 전략적 ODA 추진에서 ‘가치실현 기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문서에서 언급하는 가치실현이란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인권과 평화 등 보편적 가치 실현에 기여하는 국제개발협력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편적 가치에 연계된 의제(예: 기후변화, 식량위기, 디지털 전환, 보건·의료 등)를 선도하는 국가로써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이죠.
그 다음의 전략은 패키지화·대형화·브랜드화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ODA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 한국 ODA를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민관협력을 강화한 ODA를 수행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죠.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문서에서 제시하는 표어는 세련되었지만, 세부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역대 정부의 ODA 전략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형 ODA 브랜드화”라는 단어는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한국형 발전경험 모델 전수’를 살짝 바꾼 단어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 외의 3) 선순환 ODA 생태계 조성과 4) 추진방식 선진화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선순환 ODA 생태계 조성은 개발협력분야 민간 역량개발, ODA 인력 양성, 시민사회 파트너십 강화, 내외 지지와 인지도 제고를 위한 방안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4) 추진방식 선진화는 ODA 전 주기 디지털화를 통해 통합정보포털과 ODA Korea 시스템 통합, 성과관리 강화, 업무체계 내실화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3) 선순환 ODA 생태계 조성에서 언급하는 “중·고급 인력 양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예전에 제가 큐레이팅 했었던 글 중에서 국제개발협력분야 인력양성 연구동향을 보면 여러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 업계 인력양성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었습니다. 특히 최창용 외(2022)의 연구를 보면, 국제개발협력 업계의 문제점 중 하나는 실무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MZ세대는 전문성 개발이 어려운 조직을 피하고, 자신의 역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조직을 찾아서 이직을 결정한다고 분석했었습니다.
글 바로가기: 국제개발협력분야 인력양성 연구 동향(작성일: 2022.5.17., 세종시 고라니)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2022년 1월 ODA 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 확대 방안 수립 및 이번 추진방향(안)에서도 관련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비록 정치인들은 ODA 자격증의 합격률을 높이는 것이 해결방안 중 하나라고 말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관련 자료
공적인사적모임. 합격률이 전부는 아니야! 김치앤칩스 73호(2022년 4월 둘째 주)
이것으로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에 대한 내용들을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 문서와 함께 발표된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 [요구액 기준]의 내용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요?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 [요구액 기준] 주요 내용
이 문서를 통해서, 추진방향(안)에서 제시한 내용 중 2023년 국제개발협력의 큰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농업과 교육 ODA 활성화 전략 수립입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급격히 주목을 받은 보건·의료, 환경분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농업과 교육분야 ODA 활성화를 언급했습니다. 또한 관련 분야의 ODA 전략 수립을 명시한 것을 고려하면, 2023년 농업과 교육 분야 ODA 추진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외교부는 지난 6월 제4차 무상개발협력 전략회의를 통해서 교육 공적개발원조(ODA) (무상부분) 추진전략(안)을 수립 후 2023년 확정하기 위해 지속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외교부, 제4차 「무상개발협력전략회의」 개최
둘째는 인도적 지원 확대입니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문서에서 식량위기 극복을 언급하면서 인도적 지원과 국제개발을 연계한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전략목표 1에서 “인도주의적 가치를 실현하는 ODA”를 제시한 것을 보면 이번 정부의 우선순위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드디어 우리나라 정부가 정신을 차렸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한국어는 끝까지 듣고, 읽어봐야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셋째는 공여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개발 효과성 제고과 전략적 ODA 추진입니다. 이를 통해서 국민적 지지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의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국민적 지지도를 얻기 위해서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발협력 사업’을 확대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여경쟁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도주의적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공여국의 이해-수원국의 필요를 고려한 ODA 전략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넷째 “민간기업-시민사회 등 타 주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개발재원 부족 해소”라는 문장은 궁극적으로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에 ODA를 적극 활용 할 수 있지만, 재원 확보를 위하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논리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2023년 우리나라 ODA의 분야별 비중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본 문서 12쪽에 제시된 분야별 비중(기타 제외)를 보면 상위 3개 분야는 보건(13.3%), 교통(12%), 인조적 지원(11.4%) 순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이 교육(9.3%), 공공행정(8.5%), 농림수산(7%)를 보여주고 있죠.
앞에서 정리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교육과 농업분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므로 2024년 국제개발협려 종합시행계획이 수립될 때 분야별 비중에서 교육, 농림수산의 비중이 지금보다 확대되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비중이 인도적 지원보다 많아질 것인지는 나중에 알 수 있겠지요.
그 외의 세부 내용들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들이 많습니다. 보통 새로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이전 정부에서 실시한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은 문재인 정부에서 제시한 ODA 전략의 대부분을 유지지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입히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린뉴딜 ODA 추진전략을 유지하면서 이번 정부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은 역대 정부 모습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차이가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운영 방향은 내실화에 많은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3. 대국민 인식 제고에서 “ODA 홍보 활성화를 통한 국민 인식 제고”에서 통합홍보 TF를 분기별로 개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통합홍보 TF 참여 부처 및 기관
부처 | 국무조정실(주관) 외교부, 기획재정부 |
공공기관 |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수출입은행 |
기타 | 기타 관계기관 |
출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p.26
*저자 재구성
우리나라 정부가 ODA 대국민 인식 확대를 위해서 여러 정부 부처들을 하나로 모은 홍보TF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6년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제1차 안건은 ODA 대국민 홍보방안이었습니다. 그 후 2009년 범정부적 ODA 홍보강화 방안(제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안건), 2015년 대국민 ODA 공감대 확보방안(안)(제20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한 것처럼, ODA 대국민 홍보와 인지도 제고는 우리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국민 지지도가 하락한 것은 ODA 대국민 홍보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출처: 공적인사적모임. 한국 ODA 성과에 열광하지 못하는 이유(김치앤칩스 63호)
관련 자료 바로가기
공적인사적모임. 스토리의 시대. Vol.85(2022년 7월 둘째 주)
결론
이번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은 큰 틀에서 역대 정부의 방향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ODA 인력양성, 국민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 교육과 농업분야 ODA 확대, 인도주의적 원조와 개발 확대가 이번 정부의 ODA 전략의 핵심이라고 해석 됩니다. 특히 인도주의적 원조와 개발 확대는 국제 규범을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적 지지도까지 함께 얻기 위한 정책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역대 정부는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을 통해서 각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방향을 제시했던 것과 다르게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이라는 공식 문서를 통해서 핵심을 전달했습니다.
향후 5년 동안 이번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인도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ODA의 철학을 강화할지 아니면 국제개발협력 연구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정치외교 및 경제적 요인’을 중심으로 한 실익 중심의 ODA가 강화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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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국제개발협력위원회. 2022. 새정부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안)
국제개발협력위원회. 2022. 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요구액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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