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취약국가 한국
현안과이슈 / by 세종시 고라니 / 작성일 : 2022.09.27 / 수정일 : 2022.10.18

그동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기후변화 취약성에 대한 개념은 선진국에게 적용될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사건은 한국도 기후변화 취약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아카이빙을 통해서 기후변화와 우울이 혼합된 개념인 기후우울(Climate depression)에 대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다루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가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자연 재난입니다. 예를 들면,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울산, 부산, 포항 등 해안 지역에 위치한 도시들의 기반 시설이 입은 피해부터 여름 폭우로 인한 강남역 일대 침수 피해 등은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를 잘 갖춘 국가들도 기후변화의 피해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지속된다면 미래 세대들은 자신들이 마주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기후변화 대응 체계, 정부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증가될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의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기후우울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죠.

 

Hickman et al(2021). Climate anxiety in children and young people and their beliefs about government responses to climate change: a global survey. “The Lancet Planetary Health”(논문 바로가기)

 

심지어 우리나라 국민(16~69)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의식조사에서도 직업, 정치적 성향, 소득 등에 구분 없이 대다수의 국민들이 기후변화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심지어 향후 10~20년 이내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을 통해서 앞으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수많은 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2021 KEI 국민환경의식조사(한국환경연구원)

 

이 주제로 글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기후변화 취약성에 대한 개념은 선진국에게 적용될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입니다. 왜냐하면 최근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포항에 위치한 포항제철소가 전부 침수되면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힌남노의 여파로 불 꺼진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며(출처: 포스코 뉴스룸)

 

영원불멸할 것 같았던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겼다. 반세기 넘게 우리 곁을 지켜온 포항제철소는 늘 강인한 아우라를 내뿜는 마치 신화와도 같은 존재였다. 지난 수십 년간 태풍은 물론, 심지어 진도 5.4가 넘는 강력한 지진까지 견뎌낸 제철소였기에, 이번 태풍 또한 당연히 큰 피해 없이 잘 넘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재난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고, 분명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인정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출처: 힌남노의 여파로 불 꺼진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며)

  

출처: 동아사이언스. [이덕환의 과학세상] 가을 태풍은 정말 더 잦고 강력해졌을까

 

비록 우리나라는 오랫 동안 태풍의 영향을 받았지만, 핵심 산업기반 시설이 기후변화로 인해서 큰 손해를 입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로 인하여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건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기후변화에 대한 회복 탄력성이 높은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 취약성에 대한 정의와 현황

기후변화 취약성이란 개념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취약성을 식량안보, 자연재해 등의 분야에서 먼저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건(: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난이 발생하면서 취약성에 보건, 기후 등의 개념이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윤성권 외 2013, 홍은경 2016).

 

기후변화 취약성의 개념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지만,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악영향에 대처할 수 없는 상태 또는 정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윤성권 외 2013, 홍은경 2016). 특히 UNDP는 기후변화 취약성을 함수로 표현했습니다.

 

취약성(Vulnerability) = f [민감도(Sensitivity), 적응능력(Adaptive Capacity)]

 

이후 IPCC2~5차 보고서 발간을 통해서 기후변화 취약성의 정의를 지속적으로 확장했습니다. IPCC에 따르면, 초기의 기후변화 취약성은 기후변화로 인한 시스템의 손해, 손상의 정도와 적응능력에서 UNDP의 개념을 반영한 함수를 반영했습니다. 그 후 5차 보고서를 통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향, 경향, 감수성 등 다양한 개념을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홍은경(2016)
 

특히 기후변화 취약성의 핵심 특징은 재난을 발생시키는 요인의 차이에 있습니다. Fussel and Klein(2002)는 재해의 특성을 자연적 변이로 나타나는 재난과 인간에 의한 영향+자연적 변이가 혼합된 기후변화로 구분합니다. 재난위험은 사회 시스템 간접자본에 영향을 미치는 재난이라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사회·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재해로 정의되는 것입니다. 마치 올해 9월에 발생한 가을 태풍들처럼 새로운 형태의 재난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참고할 자료

1) [이덕환의 과학세상] 가을 태풍은 정말 더 잦고 강력해졌을까

2) 기후변화의 역습가을 태풍···이러다 11월 태풍도 오나(경향신문)

3) 나하나, 정우식. 2020. 한반도 영향 가을태풍 ! - 과거와 현재의 특성 변화 -. 한국대기환경학회지

4) Fussel and Klein. 2002. Climate Change Vulnerability Assessments: An Evolution of Conceptual Thinking. Climate Change
5) 윤성권, 최봉석, 정의찬. 2013. 시흥시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연구. 한국기후변화학회지

 

한국도 기후변화 취약 국가

비록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가을 태풍의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위력이 강력한 태풍의 피해는 많이 받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장마철에 발생하는 침수 피해, 홍수 등을 제외하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기후변화 취약성에 대한 개념은 사회적, 제도적인 장치의 부재로 인해 기후변화로부터 받는 피해(: 홍수, 재난, 재해 등)에 대응 능력과 적응 능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부재한 개발도상국들 중심으로 논의되었습니다. 기후변화 혹은 재난대응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된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취약성에 대한 고민보다 탄소중립, 탄소배출권 거래제, 에너지 시스템 개편 등 경제·산업 인프라 구축과 기후변화 외교에 더 많이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태풍의 피해는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취약국가라는 것을 전제로 완성된 대응체계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에 관련해서, 국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체계 구축부터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취약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 취약성을 낮추고 기후변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은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환경적 부담을 감소시켜주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참고할 자료

1) 홍은경. 2016. 개도국의 기후변화 취약계층에 대한 논의. 국제개발협력

2) 황혜선, 변병설. 2011.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지표의 개발: 서울시를 중심으로. 환경정책

3) 박병도. 2013. 기후변화 취약성과 기후정의. 환경법연구

 

기후변화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

기후우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단순히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 세대의 상실감, 무기력함 등처럼 심리적 요인에만 집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경제, 무역, 외교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다면, 앞으로 기후변화는 경제·사회(: 심리적 지원, 인간개발, 건강 등)부터 환경과 환경정의 등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홍보포털: 국제사회의 대응 동향

 

 

 



작성자 : 세종시 고라니 / 작성일 : 2022.09.27 / 수정일 : 2022.10.18 / 조회수 : 1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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