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를 마주하는 나의 자세
현안과이슈 / by 알책 / 작성일 : 2022.11.09 / 수정일 : 2022.11.09

안녕하세요, 정보 큐레이터 알책입니다. 



지난 10월 29일 믿을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참사가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과 뉴스를 계속 보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할로윈 전야, 소홀한 안전 대책으로 골목길에 많은 인파가 숨을 못 쉬는 상황이 벌어지다니요... 충격과 슬픔 뒤에 몰려오는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허망함… 감히 상상하기 힘든 유족들의 마음에 불안까지 더해지기도 하고요. 비단 저만 느낀 복잡한 감정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 생각하는 이들은 저마다 애도를 표하며 이번 참사를 마주하고, 잊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저는 이번 참사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미약하나마 공유하고 싶어 이곳에 글을 적어 봅니다. 
 


모든 미디어에서 앞다투어 보도하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중파 언론마저 사이버 렉카 같은 자극적인 영상을 여과없이 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다 하더라도 믿기 힘든 충격적인 영상이 지속적으로 공중파, 인터넷, SNS 할 것 없이 노출되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자극적이고 소식이 궁금해서 보게 되지만 보면 볼수록 심리적으로 불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상이 내포하는 의미, 그리고 그것을 찍은 이유와 목적, 의미를 찾기 보다 영상에서 비춰지는 프레임 그 자체만을 계속 소비하게 되는 것은 자칫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의문점을 품던 중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달라며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것을 중단해야 하고, 혐오표현을 삼가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이 성명서를 참고하고 공유하며 자극적인 미디어와 혐오표현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관련 기사1. <프레시안 2022.10.30 신경정신의학회 "이태원 참사 영상 공유 중단해야"



저는 미혼이고 아이가 없어서 몰랐는데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 친구들은 이 참사를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는지 고민을 하더라고요. 아이들 역시 모를 수가 없고 아이에게 사회를 설명해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어린이 콘텐츠를 만들고 큐레이션하는 기업 딱따구리에서 미국소아학회의 원문을 번역하여 어린이와 참사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누는 카드뉴스를 기획해서 배포하였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해주기, 지역 사회의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등 이 콘텐츠를 읽으면 비단 아이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설명할 때 기본이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 저 역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 딱따구리 공식 인스타그램 > 

관련 링크 : 딱따구리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kXF9AEy4od/ 


정부는 참사가 일어난 다음날부터 일주일 간 국가적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모든 공공기관에 축제, 행사를 자제할 것을 지침으로 내렸습니다. 이런 정부 지침에 애도의 방식이 침묵만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진정한 애도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고, 틀린 애도라는 없다는 칼럼을 읽으며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애도할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관련 글 <오마이뉴스 2022.11.01 진정한 애도라는 거짓말 >


참사가 일어난 이후 매일 뉴스를 보다가 11월 7일, MBC뉴스에서 본 사는 이태원 참사라 하지 않고 10.29 참사라 부르겠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지어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 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 담겼다고 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었습니다. 사회적 재난의 명칭은 그 재단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일테니까요. 아직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라는 명칭 역시 중국 우한 바이러스에서 지역 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 공식적으로 만든 것임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언론사 한겨레는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이번 재난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 명칭을 쓰겠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나의 사고는 무의식적으로 미디어에서 어떻게 지칭하는 것부터 영향을 받고 있으니 내가 정보를 찾고 여러 의견을 읽고 들으며, 내가 이번 참사의 명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1. < MBC뉴스 2022.11.05 뉴스데스크 참사 후 첫 주말.. 이 시각 이태원역>

관련 기사 2. < 한겨레 2022.11.07 ‘이태원 참사'와 ‘10.29참사' …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이렇게 나를 둘러싼 사회와 기획, 정보, 의견, 글들의 도움을 받으며 참사를 마주하고 애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늦기 전에 책임자와 지도자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작성자 : 알책 / 작성일 : 2022.11.09 / 수정일 : 2022.11.09 / 조회수 : 19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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