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임팩트 프레임워크 기반 학습내용 구성을 위한 ‘연속글’ (2-1) 거시환경분석: 시민사회의 근본원리
현안과이슈 / by 조철민 / 작성일 : 2016.05.03 / 수정일 : 2016.05.03

소셜 임팩트 프레임워크 기반 학습내용 구성을 위한 ‘연속글’
(2-1) 거시환경분석: 시민사회의 근본원리
 

  NPO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다가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말 중에 정세분석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에 나오는 정세(情勢)의 의미는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다. 새해가 각 분야 NPO들이 모여서 하는 일 중에는 신년하례회와 같은 친교도 있지만, 한해 동안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해 보는 정세분석을 위한 토론회나 간담회 등이 열리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년하례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나, 이 정세분석 모임은 잘 눈에 띠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모임이 쇠퇴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세분석은 필요하다. 소셜 임팩트 프레임워크에 비추어 보자면 맨 처음 단계에 배치된 거시 환경분석이 아마 이러한 정세분석과 일맥상통 할 것이다. 거시환경 분석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흐름이 모두 포함될 수 있고, 각 NPO가 지닌 관심사와 하는 일에 따라 특별히 더 초점을 두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모든 환경을 다 다룰 수는 없고, 다만 모든 NPO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시민사회와 관련된 것만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예전에는 정세분석 모임이나 다양한 교양강좌를 통해 NPO들이 활동을 펼치는 ‘무대’인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를 나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업무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또 이미 다 알려지고 식상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등한시 되는 경향이 느껴진다. 이러다 보니 특히 젊은 활동가들은 시민사회에 대한 관점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은 연극배우가 자신이 연기할 무대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시민사회에 관해 나눌 이야기는 많지만, 글쓴이가 보기에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근본원리에 관한 것이다. 활동가들이 일상업무가 너무 바쁘고, 시민사회의 각 영역과 조직간의 단절이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듯 하다. 하지만 근본으로서의 원리와 변화로서의 확장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Karl polany는 그의 책 ‘거대한 전환’에서 국가, 시장, 시민사회를 한 사회가 작동하게끔 하는 큰 톱니바퀴처럼 설명한다. 그리고 이들이 맞물려 돌아가지만, 각 톱니바퀴가 지는 근본원리는 다르다고 말한다. 시장은 개인간의 자유로운 거래라는 ‘교환’의 원리를 따른다. 국가에는 개인간의 교환을 통해 생겨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분배’의 원리가 내제돼 있다. 마지막 시민사회는 서로 베풀고 받는 ‘호혜’(互惠, reciprocity)의 원리 위에 서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3가지 신조 중 하나인 ‘박애’와 일맥상통한다. 주의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박애의 영문번역은 자선을 의미하는 philanthropy가 아니라 fraternity다. 후자의 본래적 의미를 살리면 우애라는 국문번역이 더 적절하다. 우애는 말 그대로 형제나 친구간의 사랑이다. 이러한 의미를 이해한다면 시민사회의 가장 일반적인 공익적 활동양식인 자원봉사는 단지 (번듯한 사람이)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원래 국가나 시장이 존재하기 전부터 사회는 존재했고, 사람들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았다. 그런 과정 중에 지금은 내가 이웃을 돕고 있지만, 또 언젠가는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어려울 때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된다. 사회운동에 몸담은 사람들이 늘 외치는 연대(solidarity) 역시 이러한 우애가 그 원형이 된다. 따라서 자원봉사나 연대나 어떤 도덕이나 전략이기 이전에 시민사회를 움직이는 근본원리다. 이러한 호혜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시민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주체들간에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시민운동, 자원봉사, 모금, 국제개발협력, 풀뿌리운동 등 서로 구분된 것 같은 요소들은 사실 상호 연결돼 있고,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이 없는 주체는 늘 외롭고, 모든 무게를 혼자 져야 하고, 자신을 경쟁의 논리에 쉽게 맡기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원리는 없던 것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원래부터 있었지만 지금까지 잊혀졌거나, 소홀히 다뤄져 왔을 뿐이다. 이는 시민사회 공익활동 주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가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각 주체들이 각자 자신들의 영역과 색깔을 만들면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점차 성장의 시기를 지나면서 더 이상 각 영역과 주체들의 각개약진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와 성장둔화의 지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제 조직과 활동가들에게는 자신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무대인 시민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요구되고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활동과 이해관계자들에 갇힌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미 시민사회의 새로운 혁신들은 시민사회―때로는 혹은 시민사회 밖의―다양한 요소들 간의 연결과 연대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조철민(NPO스쿨)
※ 이 글은 NPO 스쿨 홈페이지(nposchool.tistory.com)에도 실려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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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철민 / 작성일 : 2016.05.03 / 수정일 : 2016.05.03 / 조회수 : 1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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