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포르노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보다 ‘인식과 관점’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빈곤 포르노란 무엇인가?
이번 아카이빙을 시작하기에 앞서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부터 정의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빈곤포르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모금운동, 마케팅을 ‘빈곤 포르노’라고 부릅니다.”
출처: 대한적십자사(빈곤마케팅 뒤에 숨겨진 ‘눈물’ 알고 계시나요?) 바로가기
우리가 TV를 보거나, 지하철 광고판 등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 혹은 유명인사들이 누군가를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모습 등이 빈곤 포르노에 해당 됩니다. 그래서 빈곤 포르노에 대한 문제는 국내·외뿐만 아니라 연구자들도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자들과 해외 언론들은 빈곤 포르노의 문제점부터 빈곤 포르노라는 광고 전략의 문제점을 함께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록 모금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써 ‘동정심’을 자극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수혜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빈곤 포르노 관련 기사와 연구자료
CNN: The dangers of poverty porn (2016.12.8.) (접속: 2022.11.22.)
탁장한. 2020. 보도된 쪽방촌과 보도되지 않는 쪽방촌 : 탈식민주의적으로 빈곤의 공간 읽기. 언론과 사회. 제28권 제3호. 54-114
김환철. 2019. 아프리카 흑인 유학생의 한국생활 적응에 관한 연구. 한국아프리카학회지. 58권, 3-39
이광재. 2018. 비영리단체의 모금 광고의 효과. 한국사회복지행정학. 제20권 제2호. 205-232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빈곤 포르노의 활용을 지양하는 것이 나은 선택지라고 제시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빈곤 포르노가 형성하는 잘못된 시각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아프리카, 정말로 가난한 국가인가?
그렇다면 빈곤 포르노로 인한 대표적인 현상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 세계에서 ‘가난한 국가’를 생각하면 어느 나라가 생각날까요?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입니다. 일부 국가들의 내전, 분쟁부터 비영리 기관들의 빈곤 포르노 기반의 홍보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모두 ‘가난한 나라’로써 인식되었습니다.
비록 매우 빈곤한 국가들도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UNCTAD에서 발간한 세계투자보고서(World Investment Report)(2022)에 따르면, 2020년~2021년 아프리카의 해외직접투자(FDI) 증가율은 코로나19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UNCTAD(2022)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2021년 위드 코로나가 일상이 되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FDI는 83%(2021년)으로써 39%(2020년)에 비하여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천연자원(에너지)가 풍부하여 새로운 에너지 협력 대상으로써 주목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유럽 국가들에게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대안으로써 아프리카 국가들과 에너지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에서 생산되는 원유, 천연가스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비록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외 투자자들의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 지역협력체(예: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아프리카 국가는 새로운 시장으로써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구 구조는 고령화 위기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피라미드는 청소년 인구는 적고, 고령인구로 이동할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의 인구 피라미드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Population Pyramid.net(아프리카 인구 피라미드), 인사이트(한국 인구 피라미드)
*저자 재구성
또한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에서 발간한 아프리카 경제 전망 보고서(African Economic Outlook 2022)는 아프리카 국가의 GDP성장률 4%(2021~2023)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 등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서 GDP성장률 전망치는 조정될 수 있겠지만, 이 전망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출처: AfDB(2022)
결국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프리카 대륙은 새로운 시장으로써 잠재력이 굉장히 풍부한 곳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했던 아프리카의 모습만 생각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아프리카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화 ‘블랙팬서’가 바꾼 아프리카에 대한 시각
경제적 관점에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문화적 관점에서 아프리카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대표적인 사례로써, 마블의 영화 ‘블랙팬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는 영화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블랙팬서에 등장하는 국가 와칸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국가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와칸다에 대한 인식은 현실의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인식과 차이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블랙팬서 1편의 첫 번째 쿠키영상에서 와칸다의 국왕 티찰라는 UN총회에서 여러 국가들과 국제교류를 약속합니다. 이 연설에 대하여 다른 국가들은 최빈국인 와칸다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존재하는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갖춘 국가라는 것을 모르는 서구 선진국들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질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 블랙팬서
그러나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서 현실 세계에서 서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가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블랙팬서 2편(와칸다 포에버)에서도 미국의 MIT를 와칸다의 작은 마을의 학교 수준이라고 말하는 대사를 통해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아프리카에 대한 서구의 인식을 풍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블랙팬서’에 열광했었던 이유는 ‘백인 중심의 영웅 서사’를 넘어서 새로운 인종(흑인)의 영웅 서사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성훈(2018)은 “흑표라는 강인한 동물에 미국과 세계를 구하는 영웅 이미지”를 합친 블랙팬서라는 흑인 영웅의 서사는 흑인문화에 대한 획기적인 결과물로써 의의를 강조합니다. 비록 그는 미국 자본주의에 경제적으로 기여해야만 주류 문화로써 인정받는 현실의 안타까움도 함께 언급하지만, 할리우드의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제작한 영화에서 ‘흑인 영웅’의 등장은 오랫 동안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영웅의 모습, 인식의 변화에 충분히 기여 했습니다.
정리하면 최근에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은 경제와 문화의 관점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새로운 시장으로써 아프리카 대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는 '흑인 배우'를 넘어서 '흑인 영웅'의 등장 서사로 전 세계에 커다란 팬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마블 팬들 사이에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1편의 주인공 채드윅 보즈먼이 생전에 배우로써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흑인 배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
인물 백과사전: 미국 흑인 사회를 바꿔버린 엄청난 인물ㅣ블랙팬서 채드윅 보스만, 당신이 몰랐던 14가지 사실 (바로가기)
이런 현상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TV 광고나 옥외 광고를 통해서 바라보았던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대하여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성공한 흑인 배우, 연예인이 아니라 그들이 탄생하고, 자라온 나라에 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Let’s save Africa! - Gone Wrong(아프리카를 지키는 잘못된 방법)
여러분은 한때 이 영상을 보셨을지도 모릅니다. SAIH norway에서 제작한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빈곤 포르노 풍자 영상입니다. 이 영상의 도입부는 누나처럼 보이는 여성과 작은 아이가 물을 뜨고 집으로 향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와중에 누나가 넘어지면서 물 바구니를 엎지르는데 아이는 해맑게 웃습니다. 왜 아이는 웃었을까요?
- Let’s save Africa! - Gone Wrong (바로가기)
그 이유는 바로 다음 화면에서 나타납니다. 영상을 촬영하다가 NG가 발생했으니까 웃은거죠. 즉 아이와 누나는 아프리카 국가를 배경으로 모금 영상을 만드는 전문 배우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이 아이는 모금영상 업계에서 굉장히 인지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감독으로 보이는 남자가 아이 앞에서 영상 컨셉, 촬영 방향을 상세히 말하고 있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SAIH 노르웨이는 “교육이 변화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믿는다(We believe that education is the most effective weapon for creating change.)”라고 목적과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선진국의 원조기관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 프로젝트 혹은 캠페인의 문구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결과물을 고려하면 개발도상국에 대한 잘못된 시각, 편협한 관점을 가진 우리를 계몽시키는 것도 SAIH 노르웨이의 목적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출처: Let's save Africa! - Gone wrong
특히 이 영상은 우리가 가진 편견이 그들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선의라고 믿었던 행동은 오히려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어리석은 방법이 되고 있었던 것이죠.
아프리카 인사이트의 아프리카 인식개선 캠페인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들은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인사이트는 아프리카에 관한 인식개선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인사이트의 첫 번째 비전은 “아프리카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이 글에서 정리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잘못된 시선과 편견을 바로잡는 것이 아프리카 인사이트의 활동 비전이죠. 그래서 아프리카 인사이트의 세 가지 캠페인 중 ‘인식개선’ 캠페인을 통해서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출처: 아프리카 인사이트
빈곤 포르노는 정치 문제가 아닙니다. 인식의 문제입니다.
최근 빈곤 포르노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진행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빈곤 포르노는 정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와 개인이 ‘빈곤’에 관한 잘못된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문제입니다.
이번 빈곤 포르노의 배경이 된 국가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시아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룬 이유는 다수의 빈곤 포르노가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만 빈곤 포르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도상국의 가난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가난과 빈곤도 빈곤 포르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 받기 위해서 ‘가난을 증명하는 행동’도 빈곤 포르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올해 여름의 폭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받은 반지하 주거자들의 공간도 빈곤 포르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관련 자료
경향신문.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 (2019.10.27.) (접속: 2022.11.22.)
에이플래폼. 건축봉사와 빈곤 포르노(2018.12.14.) (접속: 2022.11.22.)
비록 누군가는 이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써 확대하면서 이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소모적인 정치 논쟁이 지속될수록 빈곤 포르노의 본질은 흐려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빈곤 포르노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보다 ‘인식과 관점’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김성훈. 2018. “죽이는 시가 필요하다”: 블랙팬서, 블랙파워, 아미리 바라카의 혁명적 시학. 미국학. 41권 1호, 1-31
김환철. 2019. 아프리카 흑인 유학생의 한국생활 적응에 관한 연구. 한국아프리카학회지. 58권, 3-39
이광재. 2018. 비영리단체의 모금 광고의 효과. 한국사회복지행정학. 제20권 제2호. 205-232
이재훈, 김경하, 김은경, 서상현. 2019.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출범과 한국의 협력방안.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탁장한. 2020. 보도된 쪽방촌과 보도되지 않는 쪽방촌 : 탈식민주의적으로 빈곤의 공간 읽기. 언론과 사회. 제28권 제3호. 54-114
African Development Bank. 2022. African Economic Outlook 2022
CNN. The dangers of poverty porn (2016.12.8.) (접속: 2022.11.22.)
The Gurdian. Yes, charities want to make an impact. But poverty porn is not the way to do it (2018.6.11.) (접속: 2022.11.22.)
UNCTAD. 2022. World Investment Repor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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