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을지로에서” 2010년대 퀴어문화축제 수난사, 그리고 투쟁
현안과이슈 / by 하라 / 작성일 : 2023.06.16 / 수정일 : 2023.06.16


메인 이미지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2023년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예년과는 다르게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않고, 을지로2가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을 사실상 불허했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은 서울퀴어문화축제 역사에서 상징성이 큰 장소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15년부터 2019,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까지 서울광장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가 수리되고, 성소수자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행진하기까지의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퀴어 축제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이를 방해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에게() 닫힌 서울광장

 

지난 43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630~71일 양일간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같은 날 개신교계 단체(CTS문화재단)에서도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 콘서트를 열겠다며 광장 사용을 신청했다. 53일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참석위원 전원 합의로 개신교계 단체의 사용 신고를 수리하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신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서울시는 해당 결정에 대해,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6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 제6조는 사용 신고를 수리하며 사용일이 중복되면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ㆍ예술행사, 어린이와 청소년 관련 행사, 그 밖에 공익적 행사로서 위원회에서 결정한 행사 등을 우선하여 수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퀴어 축제, 퀴어 문화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53일 서울시청사 8층 간담회장에서 진행된 2023년 제4차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성 문화에 대한) 인식 면에서 좋지 않다”, “본인들이 자유를 표현할 권리도 있지만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권리라든지, 다른 시민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결정이 퀴어 축제와 관련하여 물의를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413,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7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고 신고했다. 당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위원회는 기간을 716일 하루로 단축하며, 신체 과다 노출을 지양하고,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음란물 판매 및 전시 등을 안 한다는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했다. 당시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축제 기간을 합리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단축해 통보했고, 전례 없는 조건부 수리 결정을 내렸다며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규탄했다.

 
[보도자료] 반드시 퀴어나라를 피워내기 위해: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에 부쳐 (2023.5.8.)

 

[한겨레] 서울시, 청소년 둘러대더니퀴어축제 걸러야혐오 회의록 (2023.5.12.)

 

[조선일보] “퀴어 축제, 서울광장서 못 연다”...서울시, 8년만에 불허 (2023.5.5.)

 

[입장문]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 조건부 수리 결정과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에 대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입장을 밝힙니다. (2022.7.6.)

 

[프레시안] ‘자유는 어디 가고?...“서울광장 사용은 성소수자에게만 허가제인가(2022.6.15.)

 


어딜 가나 맞불퀴어 축제 수난사

 

서울광장 사용 승인을 둘러싼 파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부 정치·종교계는 퀴어문화축제를 정쟁화하며, 함께 힘을 모아 타도할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안 입법예고 때도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조직화된 것은 201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4년 서울 신촌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이후,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반동성애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20156,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동성애·퀴어 문화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결집하였다. 이후 이들과 기타 개신교계 시민단체들을 주축으로 매해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가 열렸다. 2023,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이들은 오는 71(퀴어퍼레이드 당일)에도 서울시의회 앞에서 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지역 퀴어문화축제도 수난을 겪었다. 2019, 경남 창원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을 때, 인근에서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등 도내 개신교·보수단체도 반대 집회를 열었다. 2018, 광주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을 때도 맞불 집회가 열렸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곳마다, ‘맞불집회가 함께 진행됐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202367, 대구기독교총엽합회·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 등은 오는 17일 예정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지지했다.

 

15일 대구지법 민사20(재판장 김광진)는 대구기독교총엽합회 등이 무지개인권연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홍준표 반대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예정대로 열린다…법원, 집회금지 가처분 기각 (2023.6.15.)

 

[중앙일보] 경남서 첫 퀴어축제…반대편엔 맞불 집회 (2019.11.30.)

 

[뉴스데스크] 광주서 첫 ‘퀴어축제’...반대 집회도 열려 (2018.10.21.)

 

[뉴스앤조이] [현장] 보수 개신교인 수천 명, 이번에도 퀴어 축제 맞불 집회 (2017.7.15.)

 

[뉴스앤조이] 기독교인 1만 명, 퀴어 퍼레이드 반대 집회 (2015.6.28.)

 

[뉴스앤조이] 퀴어 축제 앞두고 하나 된 보수 개신교 단체 (2015.6.2.)

 

무지개 줄서기

 

서울퀴어퍼레이드 집행위원회 및 각 지역 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은, 집회를 기획할 때마다 방해 세력에 대항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한다.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축제 개최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 서울퀴어퍼레이드 집행위원회는 서울퀴어퍼레이드 장소와 코스 확보를 위한 무지개 줄서기를 제안했다. 서울퀴어퍼레이드 집행위원회는 시민들과 함께 종로경찰서, 남대문경찰서, 서울경찰청 등에서 34일 동안 교대로 줄을 서 집회 신고를 마쳤다. 위원회가 준비한 행사 장소와 퍼레이드 코스는, 보안을 위해 집회 신고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무지개 줄서기는 과거부터 꾸준히 시행된 운동이다. 반동성애 단체가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미리 다른 집회를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도 경찰서 앞에서 천막 노숙을 하며 집회 신고를 해온 역사가 있다.

 
[서울신문] 10만명 ‘퀴어 문화축제’ 막은 서울시…3박 4일간 ‘무지개 줄서기’ (2023.6.1.)

 
[대구MBC] 퀴어축제 한달 전, 경찰서 앞 천막 노숙 (2019.5.29.)

[미디어오늘] 남대문 경찰서앞 24시간 줄서기, 무슨 일일까 (2015.5.27.)


 

2023년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오는 71일 을지로2가 일대(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 앞~을지로2가 사거리~청계천 삼일교 앞)에서 진행된다.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은 피어나라 퀴어나라.

 

부스 배치도, 퍼레이드 코스 등 서울퀴어퍼레이드에 관한 구체적인 소식은 서울퀴어어문화축제 웹사이트(sqcf.org) 및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sqpex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작성자 : 하라 / 작성일 : 2023.06.16 / 수정일 : 2023.06.16 / 조회수 : 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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