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DO I?] ⑤ 하객의, 하객을 위한, 하객에 의한
현안과이슈 / by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09.30 / 수정일 : 2023.10.05

본 게시글은 [I DO, DO I?] 시리즈의 제3장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한국 사회의 대표 키워드로 제시되는 혼인율 저하를 주제로 삼아, 예비부부의 결혼 준비를 힘들게 하는 웨딩업계의 정보 비대칭성과 '결혼 준비엔 응당... 를 해야 한다'는 우리 주변 속 잔소리를 꼬집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시리즈의 배경, 취지에 관한 정보는 프롤로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 결혼 준비와 함께 여차여차 스드메와 승부를 보았다고 자부했는가? 그렇다면 이쯤에서, (산통을 깨려는 건 아니지만) 아직 본 게임인 결혼식(본식)이 남아 있다는 점을 상기해 주고 싶다. 스드메 계약과 절차들을 하나둘씩 치렀다 하더라도, 결혼식 당일 계획이 틀어진다면 마음이 좋을 리 없다. 쉽진 않겠지만, 결혼 준비 내내 체크해야 할 것은 "본식과의 대화"인 셈이다.

 

  따지면 따질수록 투두리스트(To Do List)가 늘어나는 게 바로 본식 챙기기이지 않을까.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본식과의 대화 To Do List]

- 예식 일자 잡기
- 예식장 예약하기
- 피로연(식사) 예약하기(예식장 내부에 해당 서비스가 없는 경우)
- 식순 정하기(필요시, 사회자 섭외하기)
- 식순 안내지/수허지 제작하기
- 주례 여부 결정 및 주례자 선정하기
- 축가/축시 등 축하 공연 프로그램 짜기(친구에게 부탁하거나 전문가를 섭외하기)
- 예식장 내부 배경음악 고르기
- 예식장 내부 프롬프터/모니터 화면에 띄울 영상이나 사진 슬라이드 준비하기
- 축의금 테이블에 앉아 있을 사람 정하기(반드시 관련 일정을 미리 알려주기)
- 피로연(식사) 식권 디자인/인쇄하여 축의금 테이블 스텝에게 전달하기
- 피로연(식사)에 참석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답례품 준비하기
- (필요시) 신부대기실 가방순이* 정하기
*신부에게 직접 전달하는 축의금이나 선물, 드레스를 입고 있어 소지품을 들고 있기 어려운 신부의 물건을 맡아주는 사람. 주로 친구의 베스트프렌드가 맡아준다.
- 본식 스냅사진작가 섭외하기(필요시, 본식 영상 촬영작가 섭외하기)
- 웨딩 포토 테이블** 준비하기(인화 및 액자 맞춤은 별도로 챙기기)
**스튜디오 촬영이나 스냅 촬영 등으로 찍은 예비부부의 사진을 한 곳에 모아놓은 테이블.
주로 식장 입구, 축의금 테이블 근처에 설치하여 하객들에게 오늘의 주인공(예비부부)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포토 스폿이 되어준다.


(...)

 

  그리고 예비 신랑과 신부의 친인척 중심의 가족 웨딩이나 두 사람 만의 스몰 웨딩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면, 예식장을 가득 메울 하객들에게 전달할, 

 

- 청첩장 제작 및 포장, 전달하기

 

  청첩장 제작이 필요하다. 

 

(!) 플래너를 끼고 준비하는 결혼식이라면, 응당 기대할지도 모른다. 위에 나열한 일들을 플래너가 나 대신 수월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플래너의 역할은 예비부부가 희망하는 예식 일자에 예약을 잡을 수 있는 예식장의 정보를 정리해 전달하는 것,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해당 식장에 예약 문의 전화를 대신 넣어보는 것까지다. 물론, 예식의 세부적인 것까지 챙겨주는 플래너도 있으니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플래너가 모든 걸 준비해 주고 예비부부인 당신이 결재만 해주는 입장이 아니란 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중요한 자리에 당신을 초대한다는 인사를 담은 문서인만큼 청첩장은 제작부터 전달까지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청첩장 전달이 곧 인간관계의 점검 및 정리의 척도가 되기 때문에 예비부부의 세심한 매니지먼트(management)를 필요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대하는 기쁨과 초대받은 즐거움이란 본 뜻은 잊히고, 예비부부에겐 '청첩장 턱(청첩장을 전달하면서 예비부부가 하객으로 초청하는 누군가에게 소정의 선물이나 정성(식사) 등을 준비하는 것)'이란 부담을 지우고, 청첩장을 전달받은 사람에겐 '부담스러운 축의금 명세서'로 받아들여지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비즈한국 23.09.22, 뉴스 1 23.08.30 보도). 

 

  그를 막론하고 의미 있는 결혼식으로의 초대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청첩장은 잘 (기왕이면 이쁘게) 준비하고, 잘 전달하고 받는 게 중요하다. 예비부부는 하객을 생각하면서, 하객은 예비부부를 생각하면서.


 

 



  청첩장 종류는 실물 청첩장(아날로그)과 모바일 청첩장 두 가지로 나뉜다. 시대상을 반영하여 모바일 청첩장만 제작하는 예비부부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두 가지 버전의 청첩장을 다 제작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진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실물 청첩장은 의외로 쓸모가 많다. 우선, 하객들 중에 스마트폰에의 접근이 어렵거나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에 그분들을 배려하는 장치 역할을 할 수 있고, 예비부부와 하객들에겐 나중에 두고 볼 수 있는 근사한 웨딩 기념품이 되기도 한다. 어른 하객들에게 예의를 차리기에도 적합하다. 문자로 결혼식 초대 링크를 하나 보내는 것보단, 예스럽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카드를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게 아무래도 '초대 받았다'는 느낌이 주기 쉽다.

 

  그렇다면 청첩장 제작은 누구와 상의해야 할까? 편지에 들어갈 내용이라면 당연히 예비부부 사이에서 정리하고 정해야 하겠지만, 제작 의뢰 내용은 응당 제작 업체에 전달해야 한다. 청첩장 협력업체가 필요하단 건데, 이때 예비부부가 채결한 스드메 계약의 내용에 따라 플래너가 소개해준 청첩장 제작 업체를 통할 수도 있고, 수소문으로나 검색으로 따로 알아둔 청첩장 제작 업체에 직접 연락을 취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바른손 카드, 봄 카드, 모닝 글로리, 네이버 등을 통해 정해진 청첩장 템플릿에 따라 비교적 간편하게 제작할 수도 있지만, 크몽과 같은 아티스트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통해 개성 넘치는 청첩장 제작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최근엔 청첩장 제작을 위한 셀프 툴(켄바, 필커뮤니티 등) 또한 많이들 나와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도움 없이 예비부부가 자력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제작 방법을 정했다면 언제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야 할까? 실물 청첩장과 모바일 청첩장 모두 제작하기로 했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른 결혼 준비 절차들에 비해 비교적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고, 제작이 빨라질수록 청첩장 전달을 위한 일정 조율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다만 너무 일찍 청첩장을 전달할 경우, 청첩장이 잊힐 수도 있다. 어렵겠지만 '적당히 빨리' 제작하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모바일 청첩장에는 대게 멀티미디어라는 항목이 있어, 그곳에 업로드할 예비부부의 스튜디오 촬영 사진이나 영상, 스냅사진 등이 모바일 청첩장 제작을 시작할 때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하는 시점에 청첩장 제작을 완료하고 각종 청첩장 모임을 부담 없이 소화하기 위해선 결국 스드메 일정 조율이 중요해지는 셈이다. 

 

 청첩장에 들어갈 내용은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다.

 

[실물 청첩장 제작 시 고려해야 할 것]

- 청첩장 제작 업체 선정
- 청첩장 카드 디자인 선정(들어갈 내용이 많다면 병풍처럼 많이 접히는 카드 디자인을 추천)
- 초대 문구 선정(제작 업체에서 제시하는 템플릿을 그대로 따르거나 예비부부가 정성을 들여 직접 작성하거나)
- 예비 신랑과 신부의 가족 사항 명시 결정(예: 김철수*이영희의 딸 김나라, 김철수*이영희의 장녀 김나라)
- 축의금 납부 안내
- 예식장 위치 명시 방법 결정(QR코드로 대체할지, 약도 그림을 추가할지 등)
- 오시는 길 안내 방법 결정(일일이 글로 정리할지, QR코드로 대체할지, 대중교통 별로 안내할지 등)
- 별도 안내 사항 명시 방법(주차 정보, 피로연장 정보, 화환이나 선물 전달에 관한 정보, 달력 이미지 삽입 여부 등)

 

[모바일 청첩장 제작 시 고려해야 할 것]

- 청첩장 제작 업체 선정(실물 청첩장 제작 업체와 모바일 청첩장 제작 업체는 대게 분리되어 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제작해 주는 업체가 없진 않지만)
- (실물 청첩장 제작 시 정리했던 내용을 100% 활용하여) 초대 문구와 가족 명시 사항, 축의금 납부 안내, 예식장 위치, 오시는 길 안내, 별도 안내 사항을 정리
- ★스튜디오 촬영 사진 및 영상 중 모바일 청첩장에 명시할 멀티미디어 자료 선정(이를 위해 스튜디오 촬영 사진작가와 보정본 수령 일자를 사전에 잘 조율해 둬야 한다) 

 

  허례허식으로 가득한 게 결혼식 준비라고들 하지만, 청첩장 준비만큼은 꼭 필요한 절차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특히 요즘 청첩장이 예비부부의 개성을 드러내는 매체 역할을 하고(이데일리 23.09.18 보도), 더 나아가 하객들과 신혼살림 위시리스트를 공유하는 실용적인 역할을 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는 점에서 청첩장 제작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꽤나 주목을 받고 있다(아이뉴스 24 23.09.11 보도). 일례로, 최근 삼성전자가 뛰어든 '비스포크 웨딩 펀딩' 모바일 청첩장 서비스가 화제다. 서비스의 내용은 웹툰 작가를 비롯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와 협업한 이색 디자인의 청첩장을 제작해 주고, 예비부부의 신혼가전 위시리스트를 청첩장에 명시해 축의금 명세서 대신 축의금 펀딩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인데, 실용성과 재미를 다 챙겨가며 결혼식 준비에 도움도 되니, 예비부부들에게 인기가 있을 법하다(매일경제 23.09.11, 아이뉴스 24 23.09.11 보도)

 

  하지만 결코 손쉬운 작업은 아니다. 청첩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청첩장을 건네는 예비부부의 의도가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청첩장은 알게 모르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경조사 챙기기, 즉 성의(축의금) 표현으로 생각하게 한다. 청첩장을 받는 사람과 청첩장을 전달한 사람 간의 관계성, 특히나 청첩장을 받은 이의 상황과 감정 요소가 복합적으로 하객들에게 의도치 않은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비즈한국 23.09.22 보도). 그럴 때 우리는 인간관계도 결국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면서 계산기를 두드릴 수도 있고, 형편에 무리가 가더라도 친구의 초대장을 기쁘게 받을 수도 있다. '얘가 날 이렇게 밖에 생각 안 하나?' 또는 '얘가 날 평소에 이렇게까지 생각했다고?' 하면서 복잡한 심정에 쌓일 수도 있다. 청첩장 한 장이 불러올 수 있는 파장은 의외로 크다. 하지만 초대장을 받은 하객도 초대장을 건넨 예비부부도 시간과 돈, 거기에다가 마음까지 써 가면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단 생각을 하면 어느 한쪽을 변호하기 힘든 사안이다. 

 

  다만 확신을 갖고 덧붙일 수 있는 건,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 안에서는 청첩장 전달이 절대로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결혼식은 두 사람의 새 출발과 도전을 약속하는 자리이자 가족과 가족이 화합의 축제를 벌이는 자리이지  '하객의, 하객을 위한, 하객에 의한' 행사가 아니다. 하지만 결혼식에는 응당 서약과 행진을 모두 지켜보는 증인이자 축복자인 하객들이 필요하다. '예비부부의, 하객과 예비부부 모두를 위한, 하객의 의한'이란 화합의 장이 바로 청첩장 전달과 수령을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청첩장을 전달하는 사람에겐 '나의 중요한 순간에 너를 초대하고 싶어, ' 하는 마음이, 청첩장을 건네받는 사람에겐 '너의 중요한 순간을 가까이에서 축하해주고 싶어, '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간관계가 그렇게 간단히 흘러간다고?' 하며 반박하고 싶은가. 하지만 생각해 보라. 복잡 미묘하더라도 결국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에 관한 일이 아닌가. 결혼 준비 과정에, 청첩장을 준비하여 전달하는 과정 중에, 묵직한 진심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1) 우먼동아 23.09.29

웨딩 시즌에 걸맞은 하객의 품격


2) 비즈한국 23.09.22

[알쓸인잡] 인간관계⑤ 경조사비 딜레마, 우리는 왜 돈으로 축하와 위로를 셈할까


3) 뉴스 1 23.09.20

"10년 전 축의금 50만 원 받은 친구, 내 청첩장 카톡 '안읽씹'"


4) 이데일리 23.09.18

축가 부르는 잔망루피, 결혼하는 늬에시... MZ캐릭터 모바일 청첩장 속으로


5) 매일경제 23.09.11

예비부부에 청첩장 만들어주는 회사…“결혼 준비 즐겁게 하세요”


6) 아이뉴스 24 23.09.11

삼성전자, 예비부부에게 모바일 청첩장 지원… 이유는


7) 위키트리 23.09.08

“절친, 직장 동료 가리지 않고 항상 결혼식에 초대 못 받아요. 뭐가 문제일까요?”


8) 뉴스 1 23.08.30

"친구 청첩장 모임에 웃을 수 없어"… 결혼 못하는 사람들의 비애


9) 뉴스 1 23.08.23

"1만 7000원 무한리필 고깃집서 청첩장 나눠준다는 예비신랑, 이해되나요?"


10) 코미디닷컴 23.08.05

한 번 봤는데 청첩장이.. 남의 시선을 어떻게?


11) 인사이트 23.04.13

“친구 생일에 청첩장 돌리는 게 이상한 거야?” 댓글창 폭발한 여초 커뮤니티 글


12) 인사이트 22.12.30

"청첩장 준다고 불러서 '더치페이'한 친구... 제가 잘못한 건가요?"

 


 


작성자 : 프로이데 / 작성일 : 2023.09.30 / 수정일 : 2023.10.05 / 조회수 :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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